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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33] 화성과 나: 화성의 소프트웨어, 화성인의 삶
    행간의 접속/문학 2025. 11. 23. 21:28

    책이름: 화성과 나
    지은이: 배명훈
    펴낸곳: 래빗홀
    펴낸때: 2023.11.

    화성의 정착과 문명 건설의 과정을 다룬 소설이다. 뒷부분에 있는 작가의 말을 보면 외교부로부터 화성 이주가 본격화되면 어떤 세계가 들어설 것인가에 대한 연구 의뢰를 받고 관련 연구를 수행하면서 구상한 내용들을 소설로 썼다고 밝히고 있다. 외교부가 그런 발상을 했다는 것도 재미있고, 이 연구를 수행할 사람으로 SF 작가를 선정했다는 것도 재미있다. 그리고 연구 결과를 본 과학자들은 이 연구를 가치있다고 평가한다고 한다.

    과학자들이 그 연구를 가치 있다고 평가한 이유는 대체로 질문을 던지는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우주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는 적지 않다. 그 런데 그 연구들은 삶을 정의하는 방식이 지극히 과학적이다. 화성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사회적인 삶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화성에서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할 때 과학자들은 '무엇'을 자원으로서의 '식량'을 생각한다. 그리고 재배가 가능한지, 영양소는 어떠한지를 생각한다. 반면 인문학자는 '무엇'을 '음식'으로 생각한다. 이걸로 무엇을 해먹을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이 주제를 사회, 정치적인 측면으로 생각한다면 과학자들은 인류가 화성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생각한다면, 인문학자들은 정착민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는 어떻게 구성되어 살아갈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인문,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화성에 정착하는 사람들이 문명을 어떻게 생성하고 있는지를 담고 있다.

    1. 붉은 행성의 방식: 화성의 역사와 정치의 탄생
    희나는 행성관리위원회의 행정관료이고 정치가이다. 과학자나 엔지니어, 우주선 조종사(군인)이 대부분인 화성에 정치가는 소수이다. 그리고 화성에 최초의 살인이 일어나고 이 일을 희나가 처리해야 한다. 이전에는 살인이 일어난 적이 없어서 전례는 없다. 다른 사람들은 상식에 따라 내부 규약에 따라 하면 된다고 하는데, 희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어느 상식?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할까? 거주지 내규가 벌거벗겨서 곤장을 치는 거면 받아들일래? 설마 군법을 말하는 건 아니지? 에이, 설마. 그래도 민간 형법이 났겠지? 그럼 어느 나라 법으로 할까? 당신 나라 법, 아니면 우리 나라법? 피살자 출신지 법으로 해? 아니면 피의자 출신지로 해? 그런데 이 법들은 관할 지역이 전부 지구 대기권 안이지? 피의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어떻게 할래? 판단은 누가 하지? 지구 법정에 원격으로 세울까? 화성에 변호사는 한 명도 없으니까 지구 변호사를 선임하게 할 거지? 단심제로 해, 아니면 삼심제로 해? 항소 기간에 피의자는 어디에 머물러? 집행은? 형이 정해지면 해당 거주지 구성원들이 직접 집행하게 해? 살인이니 똑같이 사형시켜? 30년 형쯤 나오면 어디에 수감 해? 전문 교도관을 화성으로 보내나? 감옥은 새로 하나 짓고 아니면 우주선 태워서 지구로 보낼래? 그러다 중간에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지? 이송 비용은 누가 부담해? 이송기간은 수감 기간으로 계산하나? 화성 거주 기간 전부를 수감 기간으로 쳐달라고 주장하면 어쩌지?"

    너무 쏘아붙이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전례가 없는 상황에서 제도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새롭게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 문제이다. 지구에서는 수천 년에 걸쳐서 이루어낸 문명이지만 그 결과물을 그대로 화성에 이식할 수는 없다. 지구의 제도를 아우르는 공통의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지구의 문명이라는 것은 결국 특정 국가의 제도일테고, 그렇게 되면 화성의 공동체는 분열된다. 결국 화성의 규칙, 화성의 문명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화성인의 삶을 담고 있어야 한다.

    한편 희나와 함께 화성에 왔던 지요는 화성 원시문명의 기록자로서 사료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후세의 화성인들이 이 사료를 바탕으로 화성의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둘은 서로 교류하면서 이 문제의 해결을 함께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지요는 희나로부터 화성인을 정의하는 키워드를 듣는다.

    회복력이에요. 무슨 일을 겪어도 화성인은 반드시 회복하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거예요.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가 돼 있죠. 위성도 조종사도 필수 인력이나 핵심 장비도, 서로서로 임무가 포개져 있어요. 하나를 잃어도 다른 개체가 이어받도록. 애초에 그렇게 구성해서 화성으로 보내진 거예요. 같은 우주선을 타고 심우주 를 건너서."

    그런데, 희나가 피의자를 만나러 가는 중에 사고로 죽는다. 행정관료이자 정치가가 없어진 것이다. 지요는 희나를 대신해서 피의자를 만나 화성인의 삶을 기록하고 화성인의 규칙을 만들어서 초대 행성 공동체 집행관으로 선출되어 지구와는 다른 화성의 문명을 시작한다.

    2. 김조안과 함께 하려면: 화성인의 사랑, 관계
    김조안은 화성 이주를 희망해서 결국 이주를 한 농생명공학자이다. 그의 전 남자친구인 '나'는 기상학자이다. 학창 시절부터 알게 되어 수 십년을 서로 의지하고 마음을 나누고 살아왔지만 사랑한다고 고백 한 번 없다. 헤어져서 화성으로 이주를 할 때조차도. 그런 둘의 관계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화성인의 사랑법이 있기 때문이고, '나'는 그 방법을 이야기한다.

    첫째는 이메일이나 메시지 보내거나 sns에 근황 올려두고 답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 조급하게 재촉하거나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화성과 지구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통신이 원활하지 않다.  소식이 가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고, 오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조급하면 사랑하지 못한다.
    둘째는 늘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 소유하려 하거나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항상 내 곁에 두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만나서 행복했고, 그 시간 동안에는 뭐든지 할 수 있었으니까 만족한다.
    셋째는 기상학을 공부하는 것. 기상학을 공부하면 관점이 지구 전체로 넓어진다. 그리고 기상학의 임무가 전에는 예측이었지만 지구가 파멸해 가는 미래의 시점에서는 확정된 파국과 종말을 지켜보면서 기록하는 것이다. 이것은 화성인과 사랑을 하려면 공동체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이 된다.
    넷째는 이 사람 존재 자체에서 나오는 메시지를 오래 들여다보기. 이것은 존재 자체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고, 이를 소설 속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김조안의 들숨과 날숨에 귀를 기울였다. 아무 뜻도 없는 존재의 목소리를 아무 생각 없이 오래오래 경청했다. 우리가 처음 특별한사이로 바뀐 날도 그랬을 것이다.별 다른 계기가 없었다고 여겨지는 건 그 특별한 순간이 남들 에게 자랑할 만큼 낭만적인 장면은 아니어서일 것이다. 아무 에게도 말한 적이 없어서 언어로 포착되거나 고정되지 않은 시간.

    결국 화성인의 사랑은 기다리고, 조급해 하지 않고, 인정하고, 존재 자체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 위대한밥도둑: 화성의 음식 문화, 그리고 문화의 탄생
    화성인들은 생존이 중요하지 맛있는 것을 가려 먹는다는 것은 사치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 이사이는 간장게장이 먹고 싶어졌다고 지구에서 게를 갖다달라고 미래식량자원 구성위원회에 신청을 한다. 그랬더니 위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절차에 따라 진행은 하고 있지만, 정말이지 이런 식의 청 구는 화가 납니다. 이 청구 서류를 읽는 내내 조금씩 오래 화가 치밀었어요. 여기는 화성이에요. 먹고 싶은 걸 다 내놓을 순 없습니다. 풍요와는 거리가 먼 데니까요. 주어진 자원은 적고 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여기서는 포기하는 것도 공동체에 기여하는 일이에요. 그러니까 제 말은 화성 문명의 건설 자로서 사명감을 가지시라는 겁니다. 모두가 많은 걸 포기하 고살잖아요. 제발 현실을 직시하세요.

    이 말에서 절제하고 포기하는 화성 문명 건설자의 삶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사이는 발언한다. 포기하라고 하지 마라. 줄 수 없으면 줄 수 없다고 해라. 그렇지만 원하지 말라고 하지는 마라. 화성인의 삶을 그렇게 규정짓지 말라고 말한다. 이는 화성인이 생존에서 문화를 창출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위원회는 지금 당장 줄 수는 없지만 미래 식자재 도입 계획을 업데이트하면서 향후 30년 이상 지나면 줄 수 있다고 항목에 꽃게를 수록했다.
    생존 앞에서 문화는 사치이다. 하지만 생존이 안정화되면 문화가 생긴다. 화성에서도 그러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4. 행성 봉쇄령: 지구로부터의 독립
    지구를 떠나온 이주민들은 바로 화성으로 가기 전에 우주정거장에서 머물다가 이동한다. 이주민들의 우주정거장에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가 지구의 한 나라로부터 자신들의 명령을 어기고 지구를 떠난 사람들의 승선을 거부하라는 내용과 승선을 거부하지 않으면 미사일로 모두 격추시키겠다는 공문을 받는다. 이에 선장은 고심을 하다 그들의 승선을 허가한다. 그리고 미사일이 날아오는데, 그 미사일은 화물 셔틀만 피격한다.
    이 이야기에서 지구에 종속되지 않는 화성과 화성인의 독립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반격할 수 있는 무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5. 행성탈출속도: 언어로 완성되는 문명
    나는 화성에 적응하지 못하는 젊은이이다. 화성은 거주와 생존이 필요하므로 화성인들은 주로 엔지니어, 수학자, 과학자들이 주류이고, 이들은 모두 수학을 잘하고, 수학 중심으로 사고하고 소통한다. 그러나 나는 수학을 잘 못한다. 그래서 적응하지 못하고, 지구로의 귀환을 꿈꾼다. 그러는 가운데에서도 나는 땅에다 이름을 붙인다. 그 때까지 공간은 땅이 없이 모두 좌표값이나 그밖의 수로 불리고 있었다.
    자신이 바라본, 자신이 가본 땅을 '영해, 해변, 낙하, 부두, 등대, 초원, 해일, 채석, 도기, 가마, 광장, 영지, 지각, 낙향, 위화, 홀로.....' 등의 이름을 붙인다. 근데 너무 개인적이다. 혼자서 이름을 붙인다고 그게 통용이 될 리가 없다. 그러다 기록관 관장이 불러서 '나'의 자료에 관심을 보이고, 행성관리위원회 주소국에서도 기초 자료로 관심을 보인다.
    한편 나에게는 지구에 연인 채라가 있는데, 직접 만난 적은 없고, 통신으로만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공유하는 사이이다. 보고 싶은 마음에 나는 지구로 가기를 원하고, 채라는 화성에 오기를 원한다. 그리고 내가 지구로 가는 귀환선에 탑승하게 되어 지구로 갔지만 채라도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가서 서로 만나지 못하고 엇갈린다. 화성에 도착한 채라는 내가 이름 붙인 땅에서 나를 이해하고 공감한다.

    오늘 나는 네가 늘 걷던 산책로에 왔어. 초행인데도 네가 붙인 지명을 다 알아보겠더라. 위화 다음이 안도! 정말 그랬어! 불안하다가 갑자기 마음이 놓였어! 그리고 머뭇에 앉아서 한참 네 생각을 했어. 너에게 연락을 할까 오래 머못거리면서. 그 이름도 정말 좋은데, 그건 역시 네 마음이었겠지? 너는 늘 네가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말하지만, 너는 정말 탁월해. 왜 여기 사람들은 가까이에서 보고도 그걸 몰랐을까? 땅이 생긴 모양에서 네가 느껴졌어. 마중에서 너는 얼마나 자주 내 연락을 기다렸을까? 그러다 연락이 오면 얼마나 기뻤을까? 너의 마음은 이런 바위를 어루만지고 자라났구나, 하고.

    그렇게 언어로 된 지명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을 나누면서 소설은 끝난다.
    결국 문명은 언어로 완성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6. 나의 사랑 레드벨트: 인간과 인간, 인간과 인공지능.... 그리고 관계
    정반음은 행성대리인이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고위관료이다. 함께 이주해 온 동기로부터 청탁을 받는다. 그는 개발업자인데, 화성의 특정한 땅을 개발할 수 있도록 레드벨트에서 풀어달라고. 레드벨트는 과학자들이 미리 연구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개발을 제한하는 땅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의 연구가 이제 충분하다고 생각될 때 풀어주어서 개발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그 권한이 행성대리인에게 있다. 그리고 행성대리인은 인간도 있지만 인공지능도 있어서 같이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한편 이주 동기라는 관계는 한 우주선으로 지구를 떠나 화성에 오면서 별의 별 모습을 공유한 아주 끈끈한 관계이다. 화성에 도착한 이후에 교류가 별로 없어도 다시 만나면 더없이 가깝고, 서로 도와줄 수밖에 없는 관계를 형성한다.
    정반음은 직접 현장을 가보고서 풀어주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임무와 동기의 부탁에서 갈등한다. 그런데, 결정의 순간 행성대리인 인공지능은 풀어주자는 의견을 준다. 모든 것을 명명백백하게 하는 인공지능이 왜 이런 비합리적인 결정을 했는가 이유가 있었다. 인공지능인 자신에게 정반음은 소중하니까 정반음이 지고 가야 하는 부담을 자신이 대신 지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결정이다. 사람인 정반음이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서 나름 합리적으로 결정해서 레드벨트를 풀어준다면 사람들은 뭔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겠지만, 인공지능이 합리적으로 포장하면 사람들도 수긍할테니까..... 인공지능의 낭만이라니.....
    그런데 최종 결정은 인공지능은 찬성하지만 정반음은 반대한다. 그러나 이유는 설명하지 못한다. 아무튼 그게 화성을 위하는 것이니까....
    이 소설에서 인공지능 '아흐네'는 단어를 명확하게 거론하지 않고, 불분명하게 충청도식으로 '저기하다, 그거하다.' 등의 말을 쓴다. 그렇지만 결정은 똑부러진다. 이런 인공지능의 모습에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정까지도 닮아가는 화성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화성이 어떻게 건설되고 정착하는 하드웨어는 과학의 영역이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문명과 문화, 인간관계 등의 소프트웨어는 인문사회과학의 영역이다. 과학이 생각하지 못하는 생존이 아닌 삶의 영역을 설득력 있게 보여줘서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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