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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7] 아무튼, 라디오: 라디오의 감성이 묻어 있어
    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25. 3. 19. 00:12

    책이름: 아무튼, 라디오
    지은이: 이애월
    펴낸곳: 제철소
    펴낸때: 2024.10.(전자책)

     

    아무튼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이번에는 라디오이다. 텔레비전, 비디오, 인터넷 등의 등장으로 항상 소멸의 위기에 있다고 여겨지는 라디오는 여전히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 어느 매체보다 충성도 높은 애청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청각에만 의존하는 단순한 매체이지만 이 단순함이 이를 이용하기 쉽게 만들고, 가깝게 만들어서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라디오를 어려서부터 사랑해 왔고, 그래서 라디오 작가로 오랜 기간 활동하고 있는 지은이가 라디오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라디오 방송처럼 편하게 풀어놓은 책이다. 라디오와 관련된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읽어보면 라디오의 감성이 묻어 난다.  그 중에 인상적인 몇 가지를 인용해본다.

     

    이날도 우리는 차량용 라디오의 채널을 일단 한 프로그램에 맞춰두고 때때로 귀를 기울이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유. 저 코너, 품 많이 들겠다.”
      “그러게. 옛날얘기라 오래된 자료 찾아야지, 서로 주거니 받거니 대본 써야지, 쓰고 나면 허위 사실 없는지 전문가에게 감수 맡겨서 진위 확인해야지, 등장인물에 맞게 1인 다역 잘하는 성우 섭외해야지. 일 많다, 일 많아.”

     

    라디오 작가들이 동료 작가의 결혼식에 함께 차를 타고 가면서 나누는 이야기들이다. 라디오만 들어도 그 방송의 견적이 나오는 것이고, 그 견적에 얹힌 작가들의 피와 땀과 고뇌를 고스란히 실감하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직업병의 하나일 것이다.

     

    다양한 사람을 겪어보지 않고서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두루 듣지 않고서는 몰랐을 일을 그럴 수도 있겠다, 수긍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점점 누군가를 예전이나 지금보다는 더 이해하는 사람이 된다면 좋겠다.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라디오는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사람을 이해하는 데에 분명 도움이 된다. 이것이 내가 라디오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라디오를 좋아하는 이유를 사람에 대한 이해로 보고 있다. 사람은 다양하고, 그 삶도 다양하고, 생각도 다양한데 그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라디오를 통해서 그 다양한 양상을 접할 수 있으니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하나의 인격체로서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생의 본질적인 외로움을 아는 사람이 좋다. 인생의 어떤 부분은 나만이 올곧이 견뎌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 평생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할 생의 부분이 있음을 아는 사람. 하여 영원히 외롭지 않을 어떤 관계를 추구하기보다 때로의 관계나 만남이 주는 온기에 기꺼이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 때문에 나는 ‘당신은 영원히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말보다는 ‘우리는 내내 외로울 것이나 때론 어떤 존재와 온기로 생의 고독을 잊을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말이 더 좋다.

     

    외로움에 대한 지은이의 성찰이 돋보이는 글이다.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관계나 만남을 고마워하는 사람이 되기를 추구하고 있다. 글이 멋있어 보이는 이유는 생각이 깊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라디오의 감성 묻어 있는 라디오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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