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루스츠 0일차] 원정 준비
    바람의 시선/여행/등산 2025. 2. 9. 23:16

    1. 항공권
    처음부터 갈 생각은 아니었다. 여름에 유럽을 다녀왔고, 가을에 차도 바꿔서 자금의 여유가 있는 편이 아니었다. 그러다 유럽을 다녀온 후에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남아 있길래 이걸로 사포로 다녀올 수 있나 확인했더니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도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아내도 구할 수 있으면 가보라고 하면서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투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하루에 두 번은 항공사 마일리지 예매 사이트를 들어갔다. 그래도 2자리 이상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아도 한 자리는 취소표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꾸준히 들어갔다. 그런데 내가 들어갈 때에는 그렇게 없던 표가 아내가 어느 날 들어갔더니 무더기로 떠있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의아스럽기는 했지만 아내에게 해도 되냐고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예매를 했다.

    처음에는 1월 둘째 주를 잡으려고 했는데, 올해 오크밸리 시즌권을 탈 수 있을 때 충분히 타고 2월에 국내 스키장이 폐장할 때 일본을 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서 2월 15일 출국하고 2월 20일에 입국하는 항공권을 끊었다. 이 때가 10월 14일이다.

    2. 숙소
    다음 날부터 숙소를 알아 봤다. 재작년에 니세코에 갔을 때에는 스키장 근처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어서 니세코 근처의 숙소를 잡고 숙소와 스키장을 도는 셔틀로 이동을 했었다. 그런데 여기 숙소는 스키장과 가까운 대신 비쌌고, 호텔이나 리조트는 싱글차지까지 있어서 더 비쌌다. 그래서 이번에는 니세코가 아닌 다른 스키장을 다녀볼 생각으로 사포로에 깔끔하고 비싸지 않은 호텔을 잡고 키로로나 고쿠사이, 테이네 스키장 등을 출퇴근으로 다닐 계획이었다. 이들 스키장은 아침에 사폴로를 출발해서 주간을 타고 다시 사포로로 돌아오는 리프트권 패키지가 있어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다. 이런 스키장 버스들이 정차하는 정류장 주변의 호텔 중에서 하나 예약을 했다. 사포로역 주변이었고, 가격도 비싸지 않았고, 시설도 웬만했다.  이 때가 10월 15일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사포로에서 8시에 셔틀 타고 스키장에 도착하면 9시 30분, 장비 챙겨서 올라가면 10시에나 리프트를 탈 수 있고, 4시에 버스가 출발하니까 3시 30분까지 스키를 탈 수 있다. 1시간 점심 먹는 시간을 빼면 으면 최대 4시간 30분 스키를 탈 수 있는 것이다. 일본까지 와서 하루 4시간 30분만 스키를 탄다는 것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루스츠를 중심으로 숙소를 알아보았다. 사실 루스츠는 스키장 주변이 거의 리조트라 숙소가 많지 않았는데, 그래도 길가를 중심으로 작은 펜션이나 롯지들이 있었고, 그 중에서 클라이즈데일이라는 펜션을 찾아서 예약을 했다. 가격도 프로모션을 진행해서 비싸지 않았다. 1인실이 있어서 싱글 차지를 낼 필요도 없었다. 스키장까지는 셔틀로 언제든지 이동시켜주어서 불편하지 않았다. 화장실과 욕실, 세면대가 공용이라는 것이 사포로의 호텔과 달랐지만 아침 9시부터 4시까지, 그리고 야간까지도 스키장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거기다 조식도 포함으로 예약할 경우 조식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니세코에서는 조식이 포함되지 않아서 전날 세이코마트에서 다음 날 아침에 먹을 것들을 미리 사갖고 와야 하는 불편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결국 이 펜션을 예약했고, 이전의 사포로 호텔은 취소했다. 단 환불 불가라서 예약하고 입금하면 반드시 가야 한다. 무조건.  이 때가 11월 17일이다.

    3. 보험과 유심
    재작년에 니세코에 일본 원장을 다녀온 경험이 있어서 새롭게 무엇을 알아볼 것들이 별로 없었고, 지난 번에 했던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다 보니 새롭게 준비할 것들은 별로 없었다.

    보험은 카카오페이손해보험으로 했다. 보장은 비슷하면서 가격이 가장 쌌고, 카카오페이로 지불할 수 있어서 그것도 괜찮았다. 캐롯이나 하나손해보험 등도 알아보았는데 조건을 세밀하게 맞춤식으로 조절할 수 없었다. 한 마디로 쓸데없는 것들까지 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었다. 2월 8일 출발 일주일 전에 가입했다.

    유심은 말톡으로 했다. 재작년 일본 원정과, 지난 여름 유럽 여행에서 말톡 유심을 잘 썼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대로 구입했다. 이것도 2월 8일 출발 일주일 전에 주문했고, 화요일에 배송을 받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공항에서 유심을 갈아끼웠는데 통신사는 연결되는데 데이타는 잡지 못했다. 공항 와이파이로 연결해서 상담원과 채팅을 하려고 했는데, 주말에는  연결이 잘 되지 않았다. 주문번호, 이름, 상품명, 핸드폰 번호를 작성해서 톡으로 보내라길래 보냈는데 그 다음에는 별다른 응답이 없고, 챗봇이 나와서 했던 말 또 한다. 이대로 계속 하다가는 결론이 날 것 같지 않아서 공항에 있는 현지 유심을 구입해서 사용했다. 공항에 내리고 스키장으로 가는 셔틀 버스가 3시간 후에 있었기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 만약 셔틀버스를 타이트하게 예약했으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스키장으로 갈 뻔했다.

    4. 리프트권
    리프트권은 25시간권을 예매했다. 루스츠 리조트 사이트에 가면 여러 권종이 있는데 이것을 아주 크게 홍보하면서 판매하고 있었다. 25시간권이라고 생각하면 연속된 25시간이라곳 애각해서 9시에 리프트 탑승하고 16시까지 타면 7시간을 차감한다고 생각 수도 있는데, 그게 아니라 1시간권을 따로따로 붙인 것이다. 즉, 9시에 리프트를 타면 10시까지는 차감되지 않는다. 그러나 10시를 넘어서면 차감이 된다. 그런데, 우리가 9시에 리프트를 타도 꼭 10시에 리프트를 타는 것이 아니지 않나? 슬로프가 길다 보면 9시 55분에 리프트 타고, 10시 10분에 다시 타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10시 10분부터 1시간이 차감되어 11시 10분까지 탈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차감 시간을 뒤로 늦추게 되면 점심 먹으러 갈 때에는 차감 시간이 더 많이 늦춰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2월 9일에 예매했다.

    이 25시간권을 사용해서 나는 4일 동안 주간만 타면 5시간, 주야간 타면 7시간을 쓸 수 있어서 총 24시간을 탈 수 있었다. 11월에 개장하고 12월까지는 25시간에다 5시간권까지 추가로 더 얹어주는 프로모션도 했었는데, 나는 그만큼 탈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구입하지 않았다. 만일 5일 정도 탄다고 하면 이 상품이 맞을 것 같다.

    5. 공항 셔틀버스
    원정 준비하면서 가장 철렁한 순간을 공항 셔틀버스 예약이었다. 갈 때 공항에서 스키장까지, 올 때 스키장에서 공항까지 셔틀버스를 예매해야 하는데, 너무 여유를 부리다 예매를 하지 못했다. 루스츠 리조트에서는 빅런즈 버스 회사의 셔틀버스를 온라인으로 예매를 하면 4,500엔에 해주는데, 이게 이용일 일주일 전까지 예약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6일 전에 들어가서 예매를 하려고 하니 내가 입국한 날의 예약은 이미 닫혀 있었던 것이다. 너무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 때가 2월 9일이었다. 출발은 2월 15일인데....

    방법을 찾아야 했다. 재작년에 이용했던 리조트 라이너라는 회사의 사이트에도 들어갔는데, 거기에는 사포로에서 스키장 가는 리프트권 패키지만 있었다. 그것도 아침에 사포로 출발하는 것만 있어서 오후에 공항에 도착해서 사포로로 전철로 이동해도 스키장에 가는 버스들은 없었다. 아니면 사포로에서 1박하고, 사포로에서 루스츠로 가는 무료 셔틀 버스를 아침에 타고 들어가는 것도 있었다. 그런데, 아침에 타는 그 버스가 무료라서 사람이 많으면 못 탈 수도 있다고 한다. 숙박 1박을 버리고, 스키를 탈 수 있는 오전 시간도 버리는 것도 너무 아까웠다. 차라리 공항에서 리조트까지 택시를 타는 것도 생각했다. 대략 40만원 정도 나오는데 숙박과 스키 일정을 버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 택시 비용이 5박 6일 숙박비의 절반이나 된다. 이 비용도 아까웠다. 렌트를 하는 방법도 있다. 이것은 그나마 좀 저렴한데, 눈 덮인 도로를, 밤에, 길도 잘 모르고, 좌측 통행에 익숙하지도 않고, 국제운전면허증도 없어서 경찰서에 새로 발급받아야 하고, 숙소까지만 렌트할텐데 반납은 어찌 할 것인지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구급맵의 네비가 일부 산간 지역에서는 끊기기도 해서 길을 잃을 수도 있어서 선택지로는 가능성이 적었다. 찾다찾다 보니까 도난교통이라고 시외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다. 공항에서 직접 스키장까지 가는 시외버스는 오전에 몇 개 있고, 내가 도착한 시간에는 별로 없었고, 사포로로 이동한 후에 리조트로 가는 버스 노선을 찾아야 한다. 이 방법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었다. 잘 찾을 수가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그렇게 여러 방법을 찾던 중에 리조트 라이너라는 스키장 버스를 운행하는 회사의 여러 노선들을 보니 내가 도착하는 날 오후 6시에 막차가 있었고, 자리도 4자리가 남아 있었다. 이게 있었는데 왜 못 봤지 하면서 예매 사이트를 들어가서 각종 인적 사항과 정보들을 넣었는데, 일본 내 주소, 일본에서 받을 수 있는 전화번호가 맞지 않는다면서 결제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예약한 숙소의 일본 내 주소와 전화번호를 넣었는데도 인식할 수 없다고 하니 미칠 노릇이었다. 이게 도대체 왜 안 되냐고..... 그래서 북킹닷컴 메시지로 숙소에 다른 번호가 있으면 보내달라고 요청했더니 왓츠앱 전화번호가 날아왔다. 그 번호를 넣었는데도 인식되지 않았다. 정말 머릿속이 하얘졌다. 좌석이 4자리밖에 없는데,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가져 가면 어쩌나 몸이 달아올랐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입력하는 사이에 주소는 인식이 되었고, 전화번호만 인식하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인식이 되는데 왜 여태껏 인식이 되지 않았었나 의아스러웠다. 또 반복해서 전화번호를 넣으면서 시도를 했더니 어느 순간 인식이 되면서 결제 화면으로 넘어간다. 뭐야? 되는거였잖아. 왜 안 되었던거야? 이렇게 버스를 예매했고, 총 5시간이 넘게 이 작업에 매달렸다. 지옥에서 천국으로 가는 순간이었다. 이 때 교훈을 얻었다. 이미 다 알고 있다고 해도 해외여행 준비는 여유부리지 말고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자만은 금물. 여행 시작하기도 전에 진땀을 뺐다.

    귀국하는 날 셔틀버스는 루스트 리조트 사이트에서 빅런즈 버스로 예매했다. 그건 일주일이 훨씬 많이 남아있었으니까 가능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