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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36] 건축, 전공하면 뭐하고 살지?: 건축 직종 선배들의 생생한 이야기행간의 접속/문화/예술/스포츠 2024. 7. 18. 13:48
책이름: 건축, 전공하면 뭐하고 살지?
곁이름: 3040 건축과 선배 11인의 진로멘토링
지은이: 김기훈 외 10인
엮은이: 김기훈, 류일향
펴낸곳: 시공문화사
펴낸때: 2016.07.
건축과 나오면 무슨 일을 할까? 이에 대한 대답을 건축과 출신 11명의 선배들이 쓴 책이다. 선배들은 졸업한지 10년 내외의 젊은 선배들이라서 현장성과 시의성이 지금의 건축과 대학생들에게 맞다고 할 수 있다. 건축과를 나오면 대부분 건축 설계를 하는 건축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이 설계를 하려고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길도 무수히 많다. 이 책을 읽으면서 건축을 전공하고 이렇게 다양한 직종에서 종사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순서대로 보면 건축사, 국토교통부 사무관, 건설 공기업(LH) 직원, 국책연구기관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연구원, 롯데건설 기술연구원, 일본 건설 설계회사 직원, 감정평가사, 세계은행 한국기금 담당, 부동산 디벨로퍼, 건축 저널리스트 등 다양하다.
이 중 인상적인 직종은 감정평가사였다. 건축을 전공하면 부동산을 생산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테니 감정평가사와도 관련이 있을 것 같다. 감정평가사에 대한 설명부터 들어보자.
감정평가사란 토지 등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하여 그 결과를 가액으로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토지 등에는 부동산, 기계기구, 항공기, 선박, 유가증권 등의 유형자산뿐 아니라, 특허권, 기업가치, 영업권 등의 무형자산도 포함된다. 정부에서 매년 고시하는 공시지가와 관련된 표준지의 조사, 평가, 개별지가의 검증, 기업체 의뢰와 관련된 자산의 재평가, 금융기관, 보험회사, 신탁회사의 의뢰와 관련된 토지 및 동산에 대한 평가, 주택단지나 공업단지 조성 및 도로개설 등과 같은 공공사업에 대한 보상평가, 조세평가, 경매 및 소송평가, 일반거래의 시가평가, 부동산컨설팅, 기술가치평가, 기업가치평가 등 이외에도 열거하지 않은 많은 업무를 수행한다.
단순히 부동산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유무형의 가치를 평가한다고 한다. 감정평가사의 평가 결과에 따라 이해 관계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래서 공정성을 갖추어야 하고, 책임감이 아주 무겁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감정평가사가 되기 위해서는 시험을 봐야 하는데, 1년에 붙는 사람은 거의 없고, 보통 4년, 최대 10년이 걸린 사람도 있다고 한다. 감정평가회사에 입사해서 근무하거나 소규모 사무소를 개소하여 근무하는 방식이다. 변호사와 비슷하다. 로펌에 근무하거나 개업하거나....
그 다음으로 인상적인 직종은 부동산 디벨로퍼이다. 이 일은 건축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이 하는 직종이다. 건축 설계를 하거나 건설사에서 일하다 보면 디벨로퍼들과 많이 연관이 되어서 이쪽으로 빠지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글쓴이는 수업 중에 부동산 관련 수업을 통해서 디벨로퍼와 부동산 개발에 대한 내용을 배웠다고 한다.
개발 계획을 통해 땅을 개간하여 그 위에 시설무을 건설하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부동산 개발이라 할 수 있다. 그 개발 과정에서 투자 유치(자본과 대출), 자금관리, 설계, 인허가, 건설, 분양 또는 임대의 업무들로 세분화되고 이들의 업무는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건축물의 완공 시까지 긴밀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하나의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관 및 인력은 브로커리지 회사, 시행사, 금융주간사, 자본 투자기관, 대출 금융기관, 감정평가사, 세무사, 법무사, 회계사, 설계회사, 시공회사, 신탁회사, 자금관리회사, 부동산 컨설팅 기관, 분양대행 회사, 임대대행 회사, 광고 홍보 회사, 건물 관리 회사 등이 있다.
건물 하나 짓는데 이렇게 많은 회사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냥 짓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직종은 건축 저널리스트였다. 건축 관련 미디어에서 건축과 관련된 일을 취재하고, 글을 쓰는 일이다. 건축과 관련된 미디어를 일반인이 볼까 싶은데,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바로 건축 저널리스트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건축 저널리스트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는데, 차를 타고 가다 보이는 건물들의 99%가 건축가가 공을 들여 설계한 건물이 아니라 집장사집과 익명의 빌딩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설계사무소 소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그때 소장은 이런 집들과 건물들이 모두 수준이 낮고, 의식 없는 행위이고 건축가들이 이런 무지를 일깨우고 선도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이 얘기를 듣고, 이런 교조적인 태도에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나는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첫째, 이미 존재하는 다수를 부정하는 엘리트주의에 대한 회의. 둘째, 건축가는 클라이언트의 요구가 있어야 비로소 작업에 착수한다는 사실. 셋째, 따라서 건축가는 사회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작업을 자발적으로 실천하기 매우 어려우며 본질적으로 타인의 자본 위에서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직능이라는 깨달음.
이런 생각의 바탕 위에서 좀 더 능동적인 작업을 할 수 이는 저널리스트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건축가의 한계를 명학하게 인식하고 행동한 것이다.
건축에 대한 추상적인 이야기들이 아니라 건축 전공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쏟아내는 이야기들이라서 생생했고, 건축을 전공하는 재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후속작도 있어서 조금 더 많은 직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하니 그 책도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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