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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4] 철학이 있는 건축: 언어 너머의 건축행간의 접속/문화/예술/스포츠 2024. 5. 15. 17:12
책이름: 철학이 있는 건축
곁이름: 양용기 교수의 알기 쉽게 풀어쓴 건축 이야기
지은이: 양용기
펴낸곳: 평단
펴낸때: 2016.04.
건축에 대한 책 중에서는 기본과 초보적인 수준을 약간 넘어서 조금 어려워지려고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목에 있는 것처럼 철학을 담고 있어서 추상적인 내용들을 많아서 그런 것 같고, 건축을 철학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실용적인 측면보다는 예술적인 측면을 더 부각시켜서 설명하는 것과 통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건축을 철학적으로, 예술적으로 바라보고 설명할 때 예를 들어 보여주는 건축물을 보면 실제로 저런 공간에서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에서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에 받아들인 내용은 건축은 형태로 이루어진 언어라는 것이다. 이전에는 건축이 언어일 수 있다고 막연하게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부터는 명확하게 건축은 형태 언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음악가는 음악으로 미술가는 미술로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듯 건축물은 건축가의 표현이 잠재해 있습니다. 그러나 그 표현이 형태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변형되었기 때문에 이는 대화를 통하기보다는 형태라는 모양을 통하여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마치 자연의 섭리와 같습니다. 자연은 자신의 의도를 자연의 법칙을 통하여 우리에게 나타냅니다. 그 의도는 스스로 존재하기 때문에 찾는 자에게만 주어집니다.
물의 흐름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향하고 나무는 뿌리가 아래에 있고 가지는 위로 향합니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입니다. 이렇듯 건축에도 그 법칙은 존재합니다. 건축물에도 유형적인 것과 뭉형적인 두 가지가 존재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우리는 유형적인 것을 통하여 무형적인 것을 읽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루이스 칸은 우선적으로 디테일을 그리는 것을 가르치라고 권면했는지도 모릅니다. 유형적인 것을 우리는 물리적인 것 또는 구체적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무형적인 것을 표현하는 데 사용되는 수단입니다. 아무리 좋은 생각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무의미합니다.결국 건축은 형태로 된 표현이고, 이를 이해할 수 있으려면 건축의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런 건축의 언어 중에서 기본적인 것을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다.
우리는 자신에게 익숙한 말은 의도하지 않고도 바로 입을 통해 내뱉기도 하는데, 건축에도 이처럼 무의식 속에서 작용하는 것이 있습니다. 즉 '기본적으로 취해지는 행위'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란 게 있지요. 이는 건축가들이 작업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인 문장을 기본적으로 사용하기에 수반되는 행위입니다. 예컨대 계단은 위아래로 통할 수 있는 수단을 나타내며, 문은 열거나 잠그기도 하고, 통로는 그곳을 따라서 어디론가 인도된다는 것을 경험 속에서 알고 있습니다. 때로 건축가는 이와는 반대로 익숙하지 않은 문장을 표현하여 우리를 당항케 하기도 하고, 의외로 새로운 경험을 빠뜨리기도 합니다. 이것을 우리는 '새로운 것' 또는 '새로운 문장'이라 부릅니다. 이는 통상적인 개념 또는 문장을 벗어난 것으로 변증법적인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기본적으로 건축물에 대해서 알고 있거나 동의하는 것들도 기본적인 문장이나 의미를 갖고 있고, 그런 것들을 통해서 건축가는 우리에게 자신의 생각을 의도를 전달하는 것이다. 문자 언어가 아닌 형태 언어로..... 그리고 재료를 통해서도 의도를 전달할 수 있는데, 그 예를 알루미늄 타공판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알루미늄 타공판은 어느 건물에나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네오모더니즘 건축에서 주로 사용되는 소재 중 하나입니다. 이것은 한계를 극복하는 형태언어입니다. 단정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꼭 하나의 의미만을 주장하고 싶어 하지도 않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에 조적조(돌, 벽돌, 콘크리트블록 등을 쌓아올려서 벽을 만드는 건축구조)가 있다면 네오모더니즘에는 이 알루미늄 타공판이 있습니다. 이 건물의 경우 콘크리트 벽체까지만 형태로 봐야 하는가, 아니면 이 알루미늄 타공판이 만들어내는 부분까지 형태로 봐야 할 것인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제한된 법규와 건폐율로 따진다면 콘크리트 벽체가 이 건물의 진정한 형태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제한 속에서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창조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며, 순수한 예술에 경계선을 긋고 이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가 여기에 타공판을 설치한 것은 이러한 법규에 대한 반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인용에서 설명하고 있는 건물은 서울의 이대 앞에 있는 <선타워>이다. 건축가의 철학이 담겨 있는 건물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그 다음으로 인상적으로 받아들인 내용은 공간으로부터 시작해서 자유로 이어지는 내용들이다. 공간에 대한 원초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하는데, 좀 길지만 인용해 본다.
공간은 진정 존재할까요? 공간은 언제부터 그 존재가 분명해지는 것일까요? 건축물의 밖에서 건물을 바라보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안에 공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 공간의 개구부가 적을수록 이러한 생각은 더욱 활실해집니다. 이것은 소유욕입니다. 애초부터 공간은 존재하지 않았고, 우리가 벽을 쌓으면서 그것은 주변의 환경과 분리되어 생겨났을 뿐입니다. 본래 진정한 공간은 우주 하나입니다. 거기서 우리는 인간을 자연 환경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목적성을 발견하고, 우리의 공간을 빌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완전한 공간의 자유는 벽을 허무는 것이고,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거지요. 이것은 곧 무소유의 원칙입니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으려고 할 때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공간을 포기할 때 진정 넓고 거대한 공간을 갖는 것입니다. 이것이 해체입니다. 마음을 해체하고 공간을 바라보면 공간이 보입니다. 그러나 해체를 위해서는 먼저 구성이 있어야 합니다. 구성이 있어야 우리는 해체할 것을 갖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교육이 할 일입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구성이며, 학교를 벗어날 때 교육자는 그들에게 자유를 주어야 합니다. 자유는 구속에서 먼저 시작됩니다. 완전하게 구속된 자가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공간, 우주, 무소유, 자유, 해체, 구성 등 철학적인 용어들이 튀어나오지만 차분하게 읽어보면 건축이 이렇게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는 분야였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특히 공간은 우주 하나 밖에 없다는 말이 압권이다. 그리고 공간의 자유에 대한 내용을 전개하면서 구체적인 건축물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공간은 애초에 하나였고 우리가 벽을 쌓는 순간부터 그것이 나누어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나누어진 공간을 다시 하나로 만들면 되는 거지요. 아니 제거하면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됩니다. 우리가 가장 원초적인 구속을 느끼는 때는 눈을 감는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공간의 자유라는 것이 사실은 우리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유로울 때 공간도 자유로워집니다. 미스의 '커튼 월'이 바로 이러한 콘셉트로 생겨난 것입니다. 커튼을 치는 순간 그 공간은 벽을 갖게 됩니다. 우리의 시각이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할 때 우리는 그곳에 벽이 있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두꺼운 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도 그것이 투명할 경우 시각적으로는 벽의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벽은 우리의 시각과 동선을 차단해야 합니다. 이것을 없앨 수 있다면 우리는 진정한 공간을 얻을 수 있고 자유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시선이 막히지 않은 곳이 우리의 자유이고, 공간의 자유라는 말이 명쾌하다.
건축에서 스케일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스케일 중에서 실효적 스케일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실효적 스케일은 심리적인 영향력 아래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즉 동일한 요소라도 상황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라집니다. 건축에서는 이러한 점이 많이 적용됩니다. 예를 들면 동일한 면적이라도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과 기둥으로만 제한된 영역은 서로 다른 느낌을 줍니다. 좁은 공간일수록 벽을 많이 만들지 않고 눈높이에 따라서 간이벽을 둔다든지 아니면 시각적으로 자유로운 유리벽을 두어서 공간이 주는 느낌을 달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건축가가 도면을 그리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었는데, 정리하면 기하학적인 덩어리들, 출입동선, 구조, 공간 프로그램, 컨텍스트 그리고 동선으로 나누어서 체계적으로 보여주었다. 하나의 도면이지만 그 도면 안에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을 수 있고, 이를 체계적이고 자세히 보여주어서 도면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나보고 그리라고 하면 그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읽으면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더 많았고, 건축에 대한 철학을, 건축의 형태를 이렇게 언어로 풀어서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언어 넘어에 무언가가 있는데 이게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으니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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