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기봉이』를 보았다.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1.『집으로』도 아니고 『말아톤』도 아니고
시골의 집에서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애틋한 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집으로』와 유사하다. 거기서는 할머니의 사랑이 부각되었지만 여기서는 아들과 어머니의 정을 부각시키려고 하였다. 그러나 부각시키려고만 했지, 부각되지도 못하였고, 왜 부각시켜야 하는지도 불분명했다.
장애인 주인공이 마라톤을 하면서 인간 승리를 이룬다는 측면에서『말아톤』과도 유사하다. 하지만 그저 잘 뛰는 주인공이 있을 뿐이고, 그것이 그의 삶에서 어떤 변화의 동력이 되는 지는 말해 주지 못한다. 그냥 잘 뛰니까 뛸 뿐이다.
어머니와의 끈끈한 정을 그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길을 잘못 들어선 것 같다. 이쪽으로 갈까 저쪽으로 갈까 정해지지 않으니 그리고 싶은 것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하나만 제대로 그리자.
2. 신현준의 뛰어난 연기력, 그러나 미스캐스팅
신현준의 연기는 정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정말 신현준한테 저런 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모습이었고 완벽한 변신이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현준도 잘 했지만 더 잘 어울리는 배우들이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문식은 어땠을까?
그밖에 임하룡, 김수미, 탁재훈의 연기들도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지는 못했다.
3. 구태의연한 연출
슬로우 장면의 남발, 좋은 그림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 모든 순간을 다 감동적인 순간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에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어느 한 부분도 두드러지게 감동적이지 못했다. 석양이 지거나 바다를 배경으로 자연이 펼쳐지는 장면들이 나빴던 것은 아니었지만 계속 그런 장면이 나오니까 밋밋한 느낌마저 들었다. 정말 필요한 한 순간에 그런 장면을 넣었으면 인상적이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