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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탄생 |
감독 |
김태용 (2006 / 한국) |
출연 |
문소리, 엄태웅, 고두심, 공효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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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탄생』을 보았다. 사랑, 결혼, 가족 제도에 관심이 있었기에 가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있는 영화처럼 보였기에 주저없이 보았다. 근본적인 질문은 없었지만 기존의 생각들을 바꿀 수 있는 생각들이 드는 영화였다.
첫번째 이야기, 미라와 형철과 무신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의 사랑이 가져오는 가족의 모습을 그려냈다.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면 안 되나 하는 질문이 들었다. 젊은 남자와 아주 나이 많은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불편하지만 한번쯤 바꿔볼만한 질문인 것 같다.
두번째 이야기, 유부남을 사귀는 엄마와 그 딸이 이야기는 낭만적 사랑의 현실적 가능성을 따지고 있다. 엄마는 그 남자를 사랑했고, 그 남자도 엄마를 사랑했다. 그 남자는 가정이 있기에 갈등했지만 결국 엄마를 사랑한다는 용기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사랑과 그 용기가 그들을 행복하게 하지는 못한다. 그들의 사랑으로 인해서 누군가는 상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딸이 상처를 받고, 그 남자의 아내와 자식들이 상처를 받는다. 그 남자는 왜 그렇게 사랑에 목 매달았을까?
세번째 이야기, 전체 이야기를 묶어주는 고리 역할을 한다. 첫번째 이야기에 나온 무신의 전 남편의 딸(채현)과 두번째 이야기에 나온 딸의 이복 남동생(경석)이 이번에는 연인으로 등장하여 사랑을 만들어 간다. 경석은 모두에게 친절한 채현이 불만이다.무엇보다도 자신에게 무심한 것이 가장 큰 불만이다. 채현은 경석을 사랑하기에 그의 이해를 바라지만 항상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경석은 힘들어 한다. 상대방의 우선순위에서 내가 항상 우선될 수는 없지만 많은 경우에서 우선순위에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마음이다. 그러나 그 우선순위에서 대부분 밀린다면 당연히 사랑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연인이 받는 상처는 더 크고, 더 깊다. 우선순위에서 어쩔 수 없이 밀리는 경우에 그 당사자에게 미리 말해주는 배려가 있다면 그래도 상처는 덜 할텐데, 그렇지 않으면 힘들다고 본다. 일방적인 사랑을 하는 것 같아서 특히 힘들다. 둘은 채현의 집에서 무신과 미라를 만나고, 결국 넷은 같이 살아간다.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네 사람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데에 정서적으로 어긋나지 않는다면 그들의 공동체를 우리는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제도적으로 어떻게 정리될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행복이니까.
문소리의 세심한 연기와 봉태규의 살아있는 연기, 공효진의 살가운 연기가 인상적이었고, 영화적 환타지가 무리없이 등장하여 영화의 색깔을 더 잘 드러냈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과 그 관계들이 현실적으로 참 흔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장면들이 들어가면 영화는 그 색깔이 더 도드라진다.
채현의 의상은 늘 니트로 되어 있어서 따뜻함을 표현하고 있다. 그녀는 헤픈 여자가 아니라, 따뜻한 여자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또한 그녀가 수시로 하고 있는 뜨개질은 실을 엮어서 따뜻함을 만드는 것이다. 즉, 그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을 엮어서 따뜻함을 만드는 존재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나오는 에필로그같은 영상에서 카메라의 시선은 여러 사람들,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 고립된 사람들을 하나 하나 비추면서 교묘히 연결시키는 매개체로 그 실을 선택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실을 잡고 계속 뜨개질을 함으로써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