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놓치다』를 봤다. 혼자 봤다. 예전에는 혼자서도 영화 잘 봤는데, 요새는 혼자 보려면 큰 맘 먹고 작정해야 한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혼자 보다 보면 익숙해질 것 같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얘기하는 것보다는 긴 시간동안 감정의 상승과 하강이 큰 곡선을 그리는 내용에 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감정이라는 것이 그렇게 짧게 변하고 정리되고, 없어지고 그러는 것이 아니니까. 그런 면에서 1994년부터 2001년까지 주인공들이 지낸 8년의 시간들을 영화 속에 그리고 있는 것은 관객에게 조금 더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다만 그 8년의 시간이 너무 간단하게 휙휙 넘어가서 아쉬워 할 수도 있겠지만 상업영화가 관객들을 몇 시간씩 극장에 붙잡아놓고 자기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감독이야 더 얘기하고 싶었겠지만 잘 절충했다고 생각한다.
인상적인 장면 하나는 우재(설경구)가 연수(송윤아)에게 고백하러 홍천에 갔다가 시작도 못하고 끝나고 기차로 올라오는 장면이다. 기차 안에서 소리 내서 울지도 못하고, 완전히 참을 수도 없는 그 울음, 내 목이 목을 삼킬 것 같은 그 치받침을 표현하는 장면이다. 나도 경험해서 안다. 나는 그 때 이불을 뒤집어 쓰고 가족들이 들을까봐 이불을 씹으면서 울었었다. 울어도 하나도 안 시원한 울음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은 거의 끝부분에 연수가 탄 택시가 다시 돌아오는 장면이다. 가슴이 정말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것을 느끼기 위해서 이 영화를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거기서 껴안고 키스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사랑에 대한 영화를 보게 되면 자꾸 비현실적인 사랑을 꿈꾸게 되서 점점 연애도 못하고 결혼도 못하고, 실속도 못차리게 될까봐 경계하기는 하지만 정말 보고 싶은 영화를 보지 못하고 놓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봤다.
이 영화를 보고 사랑에 대한 나의 생각의 바늘은현실과 꿈 사이의 어디쯤에 위치하게 될지 나도 궁금하다.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