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두 번째 스키를 탔다.
아침에 6시에 일어나서 대충 씻고 김밥 사들고 버스 탔더니 6시 15분. 버스 출발 시간은 6시 30분. 평소 같았으면 딱 맞춰 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침이라 다니는 차도 없고, 타는 승객도 없으니까. 문제는 기사 아저씨가 너무 원칙주의자였다는 것이었다. 규정 속도 60km를 절대 넘지 않고, 신호 반드시 지키고, 사람 없는 정류장도 반드시 10초 이상 정차하고, 심지어 타는 사람도 없는데 앞문을 열기까지 열더라. 끼어드는 차량 양보 다 해 주고.. 이렇게 가다 보니 속이 타들어갔다. 잠실역 사거리에 도착한 시간이 바로 6시 30분이었다.
반은 포기하고 있었지만 한가닥 희망을 놓지 않고, 내리자 마자 숨차게 뛰었다. 스키복 멜빵을 하지 않아서 바지가 흘러내리는 느낌이었지만 벗겨지지만 않으면 무조건 뛴다는 생각으로 지하도로 내려가서 광장을 뛰고 계단을 올라가는데 더이상 뛸 수가 없었다. 버스 가면 안되는데 생각만 있지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뛰어 코너를 돌았더니 버스 한 대가 막 출발했다.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잠깐만요"라고 외쳤지만 떠나는 버스를 잡을 수는 없었다. 아침에 학교에서 교문지도하고나서 지각 잡을 시간이 되어 교문을 닫을 때 목숨걸고 뛰어오는 학생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 버스를 놓치고 허탈해하는 것도 잠시, 그 버스가 떠난 자리에 또 한대의 버스가 있었다. 두 대의 버스가 있었던 것이었다. 뛰어 오는 나를 보고 버스 회사 직원인 듯한 사람이 행선지를 물었고, "성우"라고 하니까 바로 그 차를 타라고 했다. 아직 성우가는 버스는 떠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간신히 성우로 갈 수 있었다.
성우에서의 스키는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눈은 빙판이 되기 바로 전이었는데, 최상은 아니지만 최악도 아니었다. 문제는 나의 엣지 감각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안 쓰던 근육을 쓰려니까 회전이 터지고, 중심이동이 되지 않고, 두 발로 타게 되고, 후경이 되고, 온 몸에 힘만 들어가고, 기초적인 기술부터 하려고 해도 생각이 나지도 않고... 아무튼 재미없는 스키였다.
사실은 2주전에 올시즌 처음 스키를 탈 때도 그랬는데, 처음이니까 그러려니 했었다. 그런데 두번째 감이 오지 않아서 오늘도 오전만 타고 왔다. 타다 보면 익숙해지고, 감이 생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