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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 볼음도 여행기
    바람의 시선/자전거 2007. 6. 26. 05:43
    0. 출발하기 전에

    자여사 사람들과 지난 주말(23-24)에 걸쳐 강화도 옆에 있는 볼음도에 다녀왔다. 여행의 목적은 자전거를 타고 야영을 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었다. 야영을 하며 숙식을 해결하는 것이 나에게 맞는지 알아보는 것이 주요한 목적인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맞는다면 어떤 장비들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까지 알아볼 생각이었다.
    문제는 날씨였다. 22일부터 장마가 시작되어서 비가 내렸고, 하늘도 잔뜩 흐려 있었다. 이거 가다가 지난번 제주 꼴 나는 것은 아닌지... 비 맞아도 텐트가 괜찮을까? 고생만 하고 오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웠다.

    1. 서울에서 외포리까지

    강화도까지는 지난 번에 다녀온 경험이 있어서 별다른 것은 없었다. 48번 국도를 타고 쭉 가면 강화대교가 나오고 건너면 강화도에 도착한다. 나는 외포리 갈 때 고려산을 넘어갔는데, 이번에는 강화읍에서 왼쪽으로 빠져서 약간 평지로 갔다. 시간은 좀 더 걸렸지만 여러 명이 가는 것이니까 힘들게 갈 필요는 없었다.

    2. 외포리에서 볼음도까지

    외포리 선착장은 두 개였다. 석모도 가는 선착장과 나머지 섬들로 가는 선착장. 우리는 오른쪽에 있는 선착장으로 갔고, 4시 배를 탔다. 시간은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고, 요금은 자전거 포함 왕복 14000원이었다. 배는 볼음도까지 갔다가 다른 두 섬을 거치는 배였다. 역시 갈매기들이 끊임없이 배를 쫓아왔고, 새우깡은 잘 팔렸다.

    아래 사진은 볼음도 야영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패니어를 처음 장착하고 주행했다.

    3. 볼음도에서 1박

    볼음도에 도착하자 해병대 하사가 와서 야영은 안 된다고 했다. 야영장이 아직 개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하겠다고 했고, 하사는 일몰 후에는 해안선 출입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사람들은 김기덕 감독, 장동건 주연의 영화 『해안선』을 떠올렸다. 나가면 총 맞는다.

    우리가 찾은 곳은 조개골 해수욕장에 있는 야영장이었는데, 개장을 하지 않아서 샤워장의 물도 안 나오고, 화장실의 문도 잠겨 있었다. 부대시설이라고는 텐트 칠 땅 하나 뿐이었다. 이런 데서 1박을?

    우리들은 그래도 상관없었다. 바로 텐트를 쳤고, 땅을 파서불을 피운 후 고기를 구워먹었다. 라면도 끓여 먹었다. 물은 개인 물통에 담아온 물들을 모아서 끓였다. 물론 술도 마셨다. 이 사람들과 다니면무인도에 떨어뜨려져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날은 흐려서 별은 볼 수 없었지만 공기는 정말 좋았고, 결국 밤에는 비가 내렸다. 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는 듣기 좋았다. 그렇게 불음도의 밤은 지나갔다.

    아래 사진은 테트 치고 야영하는 모습이다.

    4. 이튿날 아침

    아침에 시끄러운 소리로 깼는데, 다른 텐트는 방수가 되지 않아서 바닥에 물이 고여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추억이라며 큰 소리로 웃는 모습이 젊은이다웠다.

    애초 계획은 2시 배로 나가는 것이었는데, 그 때까지 섬 안에서 할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아침 7시 배로 나가기로 했다. 누군가 농담으로 건낸 말이 또 진담이 되었다. 부랴부랴 텐트 걷고 쓰레기 정리하고 옷 갈아입고 선착장으로 갔다. 세수는 선착장 옆의 화장실에서 대충 물을 묻혔고, 아침은 강화도로 나가서 대충 라면 끓여 먹기로 했다.

    아래 사진은 떠나기 전에 볼음도 선착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5. 다시 강화도에서 서울까지

    강화도에 들어와서 도로 옆 숲속에서 라면으로 아침을 먹었고, 해안선을 살짝 돌아서 초지대교까지 갔다. 초지대교를 건너서 김포를 지나 제방길로 해서 한강에 도착했다. 제방길은 갓길이 별로 없고 차들이 많이 다녀서 달리기 불편했다. 그래도 왼쪽으로 한강이 보여서 괜찮았다.

    한강에 들어서자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기분을 만끽했다. 자전거 도로가 정말 편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6. 목적의 점검

    여행의 목적은 야영과의 궁합을 보는 것이었다. 결론은 별로 맞지 않았다. 야영의 장점은 숙식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나에게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았다. 텐트와 코펠, 버너, 식료품 등을 갖고 다녀야 하므로 짐이 더 들었고, 텐트 칠 장소를 물색해야해서 신경을 더 써야 했다. 젖은 텐트를 말리는 것, 취사 후 설겆이 등 야영 후 뒷처리도 만만치 않았다. 또 야영을 함으로써 아침에 시간이 지연되어서 주행 시간이 축소될 수도 있었다.결국 야영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을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나중이면 몰라도 현재로서는 즐길 수 없을 것 같다.

    결국 다음 달 전국일주에서는 찜질방을 주로 이용하기로 결심했다.야영은 해외여행 때 길벗을 잘 구해서 해봐야겠다.

    총 주행거리 18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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