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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8]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일관된 비효율성이 곧 희망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24. 5. 20. 23:47
책이름: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곁이름: 보는 사람을 읽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관하여
지은이: 김겨울
펴낸곳: 유유
펴낸때: 2019.07. (전자책)
책을 소개하는 북튜브에 대한 이야기이다. 채널 개설하기, 장비 준비하기, 채널 콘셉트 정하기, 기획하기 등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이런 것들은 다른 유튜브들과 차이가 없기 때문에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신 다른 유튜버들과 비슷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북튜버의 삶이 잘 드러나 있는 일주일의 모습을 쓴 부분을 보면 조금 북튜버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일주일에 하나의 영상을 올리는 북튜버는 그 일주일을 어떻게 보낼까? 먼저 영상의 구체적인 기획과 준비를 이틀 정도 한다. 책 읽고, 스크립트 짜고, 영상 구성안 준비하고, 촬영 계획 세우고, 앵글까지 확인한다. 금요일이나 토요일쯤 촬영을 한다. 집이나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고, 게스트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촬영을 마친 후부터 월요일 밤까지는 꼬박 편집을 한다. 컷 편집하고 이미지나 영상 자료 다운받고, 세부 편집하고, 타이틀 넣고, 자막과 효과음 넣으면서 마무리한다. 섬네일 제작하고 영상 업로드한다. 화요일 정오로 예약하고 올린다. 영상이 게시되면 반응 살피고 업무 미팅이나 약속으로 돌아다니기. 사이사이에 이메일 답장하고, 의사결정하고, 포트폴리오 업데이트하고, 책 읽고, 책 쓰고, 원고 쓰고, 미팅하고, 인터뷰나 출연하고, 강연 자료 만들고, 강연하고..... 뭐 쉴 틈 없이 빽빽하게 돌아간다. 이 가운데 책은 도대체 언제 읽는다냐......
유튜브는 영상이고, 책은 인쇄 매체인데, 책을 유튜브로 소개하려면 책의 내용을 영상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그건 영화나 드라마가 될테니 유튜브에서는 맞지 않게 되고, 결국 유튜버가 직접 등장하여 내레이션으로 책을 소개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재미있게 하기가 힘들다. 말을 웬만큼 잘하지 않으면, 책이 웬만큼 재미있지 않으면..... 이게 북튜버의 딜레마이다. 이런 딜레마에 대해서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북튜브에 희망이 있다면 오히려 그것은 버티고 버티다 마지못해 영상 문화에 발을 담그는 그 주저함에 있을 것입니다. 최후의 최후에서야 유튜브에 등장해 영상 문화의 한복판에서 글자를 읽는 이야기를 하는 그 일관성에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아주 비효율적인 일이지만 비효율적이어서 흥미로운 일이기도 합니다. 자는 겨울서점이 지금보다도 더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일관되게 비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희망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주류에 편입되지 않으면서 독자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힘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이것이 곧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얘기도 맞는 얘기이기는 한데 나는 좀더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방안으로써 영상의 세계에서 활자가 살아남는 그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이런 내용이 없어서 좀 아쉬웠다.
어떻든 책에 관심도 많고, 유튜브에 관심도 많은 나도 북튜브를 해볼까 생각했을 때 관심이 가는 내용들이 꽤 담겨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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