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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19] Hal Box 교수의 건축가처럼 생각하기: 제목 잘 지었네.
    행간의 접속/문화/예술/스포츠 2024. 4. 28. 00:39

    책이름: Hal Box 교수의 건축가처럼 생각하기

    곁이름: 건축, 인간을 생각하다

    지은이: 할 박스

    옮긴이: 허지은

    펴낸곳: 다른세상

    펴낸때: 2009.11.

     

    건축을 할 때 생각해야 할 것들을 쓴 책이다. 그렇다고 아주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고, 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조금만 살짝 깊게 들어간 책이다. 그러니 건축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과 건축에 조금 많이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제1장은 건축을 하기 전 단계에서 생각해야 할 것들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아예 땅도 생각하지 않을 때에 건축에 대한 꿈을 꾸고, 최고의 건축을 생각하고, 땅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건물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방법 열 가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첫째, 어떤 건물을 체험하려면 그것이 왜 지어졌는지, 그 건물이 과거의 지역사회와 현재의 지역사회에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도록 하게.
    둘째, 걸을 때에는 눈을 들고 평소보다 높은 곳을 바라보게.
    셋째, 공간의 크기와 모양을 살펴보고 소리 내어 말할 때 그 음성이 어떻게 들리는지, 빛이 어떻게 들어오고 어떻게 반사되는지 살펴보면서 공간을 느껴보게.
    넷째, 자네가 보고 있는 건물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도록 눈을 훈련하게.
    다섯째, 각 재료들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구별해 보게.
    여섯째, 건물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살펴보게.
    일곱째, 자네가 현재 보고 있는 건물의 역사적인 전례를 찾아보게.
    여덟째, 자네가 보는 건물의 구성과 비례와 리듬을 분석하게.
    아홉째, 건축물이 배경에 적합한지 살펴보게.
    열째, 무엇이 그 건축물을 특별하게 하는지를 분석해야 하네.

     

    건축물을 볼 때 단순히 멋있다고만 생각할 수 있는데, 건축물을 다각도로,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틀을 준 것 같아서 실제 건축물을 볼 때 이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둘째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한데, 시선을 높여놓고서 빛, 창문, 파사드의 면, 색, 형태, 질감, 비례, 리듬, 윤곽, 매스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디자인 요소들을 보라는 이야기이다. 넷째와 여섯째가 구조에 대한 이야기라서 비슷한 것 같지만, 넷째에서는 구조 역학적인 측면이고, 여섯째는 철골조, 콘크리트조, 석조, 콘크리트 패널, 목조에 석판, 금속 패널, 유리 패널, 커튼 월 등인지 등을 살펴보라는 이야기이다. 

     

    제2장에서는 건축물이 지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컨셉을 잡고, 디자인을 하고, 모형을 만들고, 랜더링을 하고, 시공을 하는 것 등을 이야기한다. 그 중에서 디자인을 전개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대지와 계획과 예산을 염두에 둔 상태에서, 이제는 프로젝트의 각 부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각 부분의 크기, 방향, 위치, 기능적인 근접성에 대한 선호도를 규정하도록 합니다. 곧 건물의 각 부분이 물리적으로 어떤 형태를 갖게 될 것인지, 공간의 전개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시각적인 문제 해결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겠죠. 평면도 형태의 도표를 그려 가면서 공간들 사이의 동선을 시각화하고 각 공간들을 체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축들을 찾아내세요. 기준면이 될 만한 긴 벽을 하나 찾고 그 주변의 공간들을 체계화해 나갑니다. 그 벽이 너무 단조롭고 지루하다면, 비틀고 덧붙이고 뒤집어 변화를 주도록 합니다. 공간들 사이의 전개가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세요. 신비로운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을 발견할 때 깜짝 놀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지붕의 형태와 조각적인 형태를 그림으로 그려 봅니다. 하지만 지붕의 형태를 너무 서둘러 결정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디자인 과정을 글로 표현해서 굉장히 압축적으로 전달이 되었지만 한 단어, 한 문장에 담겨 있는 과정과 과정이 실제로는 무수한 고뇌와 심사숙고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 다음에 세부적인 디자인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도 하는데, 창문을 관찰하는 예를 들고 있다.

    우선, 창문을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세요.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거나 밖을 내다보는 것은 건물을 체험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일입니다. 더불어 창문은 밖에서 바라본 건축물의 모습에도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파사드의 모습을 좌우하기 때문이죠. 창문의 모서리를 살펴 보세요, 어떤 모양을 하고 있으며 무어승로 만들어져 있습니까? 창틀의 깊이는 얼마가 됩니까? 다시 말해, 유리 면이 벽에서 얼마나 물러나 있습니까? 창문을 감싸고 있는 재료는 무엇입니까? 창문이 어떻게 나누어져 있습니까? 가로 세로의 비율은 어떠합니까? 건축가가 창문들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해 놓았습니까? 창문에 뭔가 특이한 것이 있습니까? 바깥을 내다보기에 적절한 높이입니까? 창문 윗부분의 하중을 받고 있는 것은 아치인가요, 상인방인가요, 아니면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장치인가요? 이런 특성들이 디자인적 개성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창문 하나 디자인 하는데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는데, 공간, 문, 발코니, 베란다, 중정, 옥상, 다락, 지붕, 가구, 골조, 공조 등을 모두 디자인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많은 선택지들에서 최선의 선택을 위해 생각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거기다가 태양의 위치와 그로 인한 그림자를 고려하여 건물의 방향을 잡고, 빛이 어떻게 들어오는지도 계산하는 것도 디자인에서 필요하다.

     

    건축의 의미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현대는 건축의 실용성이 강조되어 의미는 많이 퇴색되었지만 근대 이전에는 건축은 예술적 의미를 포함한 신화로서 작용했었다.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마야는 물론이고 중세, 르네상스, 계몽 시대와 1930년대 산업화 시대에도 그 시대의 예술과 건축에 일정한 형태를 지정해 줄 수 있는 신화가 있었네. 기념물이나 종교 건축물처럼 신화 자체가 건물을 짓는 이유인 경우도 있었다네. 마야 제국에서는 왕국의 권력을 태야이나 별과 연결 지었다네. 그래서 왕국에서 건물을 지을 때 이러한 연관성을 상징하는 기호를 장치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지. 건축과 예술은 신화를 각색하고 강력한 힘을 실어 불멸의 것으로 만들었네. 디즈니랜드의 인기 있는 건물들을 보게. 하나의 민간 신화로 굳어진 이야기들에 근거해 만든 것이지 않은가.

     

    그러나 현대에는 이러한 신화적 의미가 사라짐으로 인해서 건축이 줄 수 있는 경험의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건축 공모전 같은데 발표나 판넬을 보면 이 건물은 무엇을 상징하고, 어떤 의미가 있다고 얘기하는 것들이 전혀 맞지도 않는데, 그냥 갖다 붙인 것 같아서 너무 작위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애초에 이런 식으로 컨셉을 잡고, 의미를 부여했다는 사실을 알고나니 그런 의미 부여들이 조금은 인정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작위적인 것은 작위적이더라.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안들, 여러 선택지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 결정해야 할 것들이 있다. 이런 결정을 할 때에 도움이 되는 지침 비슷한 것들이 있다. 좀 길지만 인용해 본다.

     개념적인 부분
    1. 먼저, 건물을 짓지 않을 곳을 정하라.
    2. 특별한 장소를 만들라.
    3. 공간을 만들라.
    4. 감각을 고려하여 공간을 배치하라.
    5. 에너지를 절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공간을 배치하라.
    6. 더운 지방에서는 그늘을 만들고 추운 지방에서는 햇볕을 받아들이도록 하라.
    7. 나무는 소중한 자산이다.
    8. 각 방에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평면을 배치하라.
    9. 외부 공간은 내부 공간에 의해 결정되므로, 두 공간을 유기적으로 구성하여 건물 형태를 정한다.
    10. 건물의 형태는 각각의 기능을 담당한 공간들을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구성한다.
    11. 평면의 형태를 고려하라.
    12. 눈으로 보게 될 것들을 디자인하라.
    13. 건물의 성격과 규모는 그 의도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하라.
    14. 지붕을 디자인하라. 지붕은 비를 피하게 해 주고 그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건물의 형태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15. 건물이 중력에 저항하기보다는 순응하는 것처럼 보이게 디자인하라.
    16. 구조를 표현하라.
    17. 구조 시스템을 활용하라.
    18. 팔방미인인 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19. 기초가 우선이다.
    20. 재료를 선택할 때는 그 지방의 토속 재료를 먼저 고려한다.
    21. 물은 아래로 흐른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도 있고, 유용한 이야기도 있고, 의아한 이야기도 있지만 어떠한 결정을 할 때에 생각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의 시각을 만족시키는 구성과 비율에 내재된 법칙들
    1. 두 개나 네 개 보다는 세 개씩 묶는 방법을 선택하라.
    2. 기둥은 짝수로 둔다.
    3. 공간의 중앙에는 물체를 두지 않는다.
    4. 선이나 면을 반으로 혹은 세 등분으로 재량껏 나누어 보라.
    5. 좌우대칭은 정돈된 느낌을 준다.
    6. 한 번 도입된 대칭구조는 계속되어야 한다.
    7. 가장 유명한 황금비율은 너비:길이의 비율이 1:1.618이다.
    8. 또 하나의 유용한 비율은 2의 제곱근을 이요한 1:1.414이다.
    9. 가장 간단한 비율은 정사각형이다.
    10. 나란히 맞붙인 정사각형과 정육면체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인 비율로 훌륭한 공간조직을 이끌어낼 수 있다.
    11. 원을 이용하여 공간을 조직한다.
    12. 3:4:5 비'율의 삼각형으로 직각을 만들어낸다.
    13. 색은 디자인에 있어서 성곡의 열쇠, 혹은 실패의 원인이다.

     

    비율과 대칭, 도형 등은 수학적인 개념들이 건축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려주는 것이고, 수학적인 지식, 혹은 수학적인 감각이 있어야 함을 보여준다.

    벽과 건물 전면의 디자인을 세련되게 다듬을 수 있는 유용한 지침
    1. '꼭 알맞은' 건물 전면의 디자인을 얻어내려면 여러 번 시도를 해야 한다.
    2. 벽을 구성하는 각 부분들의 기하학적인 구성을 결정하라.
    3. 햇빛이 건물의 각 면에 어떻게 떨어지게 될지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표현해 보라.
    4. 벽을 디자인할 때에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그려본 뒤 전체적인 저화가 이루어지도록 구성하라.
    5. 거리에서 보면 차고 문은 어떻게 디자인해도 시각적으로 방해가 된다.
    6. 유리가 투명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7. 건물에는 창이 있다.
    8. 원주와 몰딩을 사용할 때에는 아주 특별한 선례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9.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디테일들을 적용하고 싶다면, 적절한 책에서 자료를 입수하라.
    10. 공간의 전개가 시작되는 입구는 건물의 성격을 알려 준다. 이 특별한 건물에 대하여 소개해 주는 것이다.

     

    건물의 전면에 대해서만 특별하게 지침이 있다는 것이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중에서 5번의 차고는 어떻게든 방해된다는 말이 재미있다.

    건축가의 주재료인 공간과 빛
    1. 천장 높이는 3미터 이상이 가장 좋으며, 전형적인 방의 천장 높이는 3.4미터 정도가 적절하다.
    2. 천장의 형태와 방의 입체감은 공간의 느낌을 결정한다.
    3. 움직임이 시작하고 끝나는 선, 혹은 축을 만들라.
    4. 한 공간의 벽 한 면을 기준면으로 정하고 그 면과 조화를 이루도록 공간과 사물을 구성하라.
    5. 방을 배치할 때에는 적당히 넉넉한 공간의 크기를 알아 두는 것이 편리하다.
    6. 광원을 숨겨라.
    7. 자연광은 공간에 생기를 준다.
    8. 자연광을 이용하지 못할 경우에는 '조명등 세 개의 법칙'을 이용하여 평범한 방과 사무실에 빛의 균형을 잡도록 한다.
    9. 낮은 광량비(가장 밝은 곳과 가장 어두운 곳의 차이를 나타내는 비율)를 유지하여 빛의 균형을 맞춘다.
    10. 거울을 이용하여 공간 확대 효과를 노려본다.
    11. 소리가 빛만큼이나 중요한 공간도 있다.

     

    빛에 대한 디자인이 잘 되면 공간이 훨씬 고급스럽게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런 원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디테일
    1. 그 지역에서 나는 자연 재료를 이용하라.
    2. 몇 가지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건물이 낼 수 있는 효과가 달라진다.
    3. 두 가지 재료들이 한 면에서 정확하게 만나면 까다로운 이음매가 나오는 경향이 있다.
    4. 벽에 두께를 준다.
    5. 창문틀과 문틀이 깊으면 좋은 점을 생각해 본다.
    6. 문은 단단하고 견고할수록 좋다.
    7. 두꺼운 벽의 개구부에 설치한 두 쪽짜리 스윙 도어는 문이 열렸을 때 문짝이 진로를 막지 않는 장점이 있다.
    8. 창턱의 높이에 따라 내부 공간의 느낌과 전망이 달라진다.
    9. 창문을 디자인할 때에는 창문에 설치할 가리개 종류를 미리 예측해 본다.
    10. 보조 계단이나 비상계단이 아닌 이상, 계단은 넉넉해야 한다.
    11. 몰딩은 디자인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다.
    12. 전등 스위치는 바닥 면에서 91.5센티미터에서 99센티미터 떨어진 지점의 문손잡이 위치에 놓는다.
    13. 벽을 계획하기 전에 먼저 가구를 배치해 보라.

     

    이런 것까지 지침처럼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건축은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것이므로 이런 디테일한 지침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주택의 방
    1. 현관은 내부와 외부,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간, 혹한 날씨와 아늑한 실내 사이의 전이공간이다. 현관은 손님들에게 건물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외투와 짐을 내려놓는 공간으로 사용되며, 서로 인사를 나누는 곳이기도 하다.
    2. 부엌을 중심에 두고 생활하는 가정이 많다.
    3. "거실은 각자의 스타일과 세속적인 믿음을 가진 손님들을 맞이하는 공간이다./그들은 그 거실이 암시하는 교리를 자신들의 것과 비교하고, 우리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볼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한다." 
    4. 침실은 개인을 위한 성소이다.
    5. 욕실 같아 보이지 않은 욕실을 꾸며라.
    6. 방에 벽감을 설치하여 개인적인 규모의 공간을 만들라.
    7. 벽난로는 난방 시설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상징에 가깝다.
    8. 화목한 가족사진들을 붙여 놓은 벽은 한 건물에 있어서 의미 깊은 장소이다.
    9. 일 년 중 어느 한 때가 되면 베란다, 주방, 테라스, 안뜰, 살 알 아이레 리브레(sale al aire aire libre) 자유로운 공기가 흐르는 방) 등의 외부 공간을 가장 많이 이용하게 된다.

     

    읽으면서 내가 건축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정말 건축가처럼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조금 가깝게 다가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제목 잘 지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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