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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7]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편하게 건축 속으로행간의 접속/문화/예술/스포츠 2024. 4. 7. 17:47
책이름: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지은이: 서현
펴낸곳: 효형출판
펴낸때: 1998.07.
건축가 서현이 쓴 인문적 건축 이야기이다.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전문적이지 않게 교양의 수준에서 알기 쉽게 쓴 것이다. 1998년에 쓴 책이라서 최신의 이야기는 없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교양이 되는 이야기들은 다 담고 있다고 본다.
건축과 관련된 비례를 이야기하면서 르 코르뷔지에의 모듈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프랑스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황금 분할의 적용 가능성을 샅샅이 탐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우선 우리가 쓰는 자의 단위부터 손을 대기 시작하였다. 아예 새로운 자를 만들어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사람의 키를 프랑스 인의 기준으로도 큰 185cm로 잡고 여기 황금 분할을 곱하고 나누어 가면서 모듈러라고 이름 붙인 독특한 치수 체계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이 척도를 문이나 계단으로부터 시작하여 방의 크기와 심지어 건물의 크기를 결정해 나가는 데까지, 그것도 평생 사용해 나간 드문 고집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꼭 이 황금 분할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을지 모르나 적어도 그가 만든 건물들은 현대 건축의 기념비들로 알려져 있다.
건축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비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A 시리즈 종이의 사이즈를 정하는 것에 대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우리 주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1:루트2 비례다. '세상은 수의 조화로 표현되되 그 수는 유리수'라고 주장하던 피타고라스의 권위를 유지하는 데 걸림돌이 되어왔던 수가 무리수 루트2다. 이는 역시 작도법상의 간단함에 힘입어 아직도 굳건히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1:루트2 비례가 가진 최고의 강점은 반을 딱 잘라도 같은 비례가 유지된다는 점이다. 우리들이 흔히 쓰는 종이들은 A3, A4와 같은 규격을 가지고 있따. 1:루트2의 비례를 갖는 종이가 1㎡의 면적을 갖도록 맞춘 후 이를 절반씩 잘라 나간 것이 A시리즈의 종이들이다.
건축가들은 건축주의 요구, 대지의 환경, 행정 법규의 제한, 한정된 예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여러 선택지 중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도 건축을 볼 때에 건축가의 앞에 놓였던 여러 선택지를 다시 불러와서 내가 건축가라면 가정을 하고 상상을 하면 건축에 대한 이해를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이건 모든 예술이 다 그런 것 같다.
재미있는 부분은 원기둥과 각기둥이 주는 느낌의 차이를 이야기한 부분이다.
사각형 기둥은 그 옆에 벽을 붙이기도 쉽다. 한 변의 길이를 늘이거나 줄여도 그다지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 사람이라고 치면 대단히 고분고분하고 양순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둥이 원통형이 되면 기둥들이 제 목소리를 갖게 된다. 고집이 세고 타협이라고는 모르는 사람을 생각하면 원기둥들은 자기는 건드리지 말고 옆에 따로 세우라고 퉁명스럽게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면서 사무실 내부에는 사각형 기둥을 세워서 책상도 놓고, 칸막이를 붙이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예를 말하고, 로비에는 당당하게 완결된 모습으로 서있는 첫인상을 주기 위해 원기둥을 세우는 예를 말한다. 사각은 각이 져서 어울리지 못하고, 원은 둥글둥글해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실제 기둥의 모양에서는 그 반대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밖에 공간의 크기에 대한 이야기, 벽돌이나 돌, 콘크리트, 강철, 유리 등의 재료에 대한 이야기, 건물 안에 숨어있는 구조 역학적인 이야기, 공조 시설에 대한 이야기, 빛에 대한 이야기, 건물이 모여서 이루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 등이 친절하게 정리되어 있고, 사진도 많이 있어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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