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16] 건축 만담: 너무 파편화된 이야기들행간의 접속/문화/예술/스포츠 2024. 3. 28. 10:34
책이름: 건축 만담
곁이름: 건축가 77인이 들려주는 일과 생각과 아름다움에 대하여
엮은이: 소프트유니온
그린이: 나카야마 시게노부
옮긴이: 염혜은
펴낸곳: 디자인 하우스
펴낸때: 2013.08.
일본의 건축가 77인이 자신이 만났던 선배 건축가들로부터 인상깊었던 여러 이야기들(건축과 일과 아름다움과 여행과 교육과 삶과 전통과 환경)과 관련된 생각들을 간단하게 늘어놓은 책이다.
인상적인 부분들이 몇 개 있어서 뽑아보았다.
누구나 비범한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 하지만 살아가는 과정에서 그 재능을 없애버린다
그리고 그 재능을 없애버리는 것이 교육이라고 하면서, 그러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지구에 마구 발산하니 문제라고도 말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할 일은 그 능력을 다시 불러오는 것인데, 어떻게 불러오는지는 얘기가 없다. 생각들을 짧게 쓰는 형식이라서 그런 것 같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미를 생각하라'는 부분도 인용되어 있는데, 아름다움이 도덕의 최고 형상이라는 생각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즉, 본래의 기능을 잃었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운 무언가가 있으면 그것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가르침에 대한 파트에서 야마모토 리켄이라는 건축가는 '고민하면서도 손은 부지런히 놀려라'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완공된 건물밖에 본 적이 없는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헤매면서 왔다 갔다 하는 그 과정도 건축이다. 고민하는 것은 너뿐만이 아니고 나 자신도 항상 그렇다. 하지만 고민 때문에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고, 누군가의 평가를 무서워하기 때문이다'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고민이 많은 나에게 필요한 말이다. 고민이 많아서 막히는 경우가 있는데, 에너지와 시간을 하나도 낭비하지 않으려고 하는 성향이 나가는 것을 멈추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러나 나가 보지 않으면 하는 일이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낭비일지 아닐지는 일단 해봐야 한다. 그러니 어떻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에 동의한다. 결국 필요한 것은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이다.
루이스 칸은 '공간의 조형이란 빛의 조형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건축물을 보면서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조명이다. 사실 건축물을, 공간을 보이게 하는 것은 빛인데, 이 빛을 어떻게 활용하는 문제는 고차원적인 조작인 것 같다. 그래서 조명 디자인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차라리 건축가를 하라고 한다. 조명 디자인은 조명을 변경하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결국 건축물을 건드려야 하게 되고, 그럴려면 건축가가 되어 더 적극적으로 빛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좀 아쉬운 것은 정말 간단하게 늘어놓아서 대부분 1쪽 이내이고, 2쪽 되는 것도 별로 없다. 생각들을 짧게 썼기 때문에 각 생각들이 흐름을 찾기는 힘들고, 몇 가지 큰 주제들로 묶어 보았지만 일관되게 묶었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큰 이야기도 부담스럽지만 너무 파편화되어 있는 이야기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의 말을 인용한 책들의 모음은 원본을 한 번 필터링을 한 것이라 느낌이 생생하지 않다. 원본의 생각이 인상적이라서 뽑아놓은 것들이지만 어쩐지 다가오는 느낌은 흐릿하다.
'행간의 접속 > 문화/예술/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18] 현대 건축을 바꾼 두 거장: 예술가로서의 건축가 (1) 2024.04.13 [책 17]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편하게 건축 속으로 (2) 2024.04.07 [책 15] 영화를 꿈꾸다: 나의 꿈, 오직 영화... (0) 2024.03.18 [책 14] 건축이라는 가능성: 건축은 자유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 (0) 2024.03.14 [책 59, 60] 집을 순례하다 / 다시, 집을 순례하다: 평면도를 보는 재미 (1) 2023.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