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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41] 공간 혁명: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된 책
    행간의 접속/건축 2023. 9. 7. 14:07

    책이름: 공간 혁명

    곁이름: 행복한 삶을 위한 공간 심리학

    지은이: 세라 W. 골드헤이건

    옮긴이: 윤제원

    펴낸곳: 다산북스

    펴낸때: 2019.08.

     

    공간 심리학은 공간이 인간의 인지와 심리, 행등 등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인데, 건축과 심리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건축을 할 때에 그 공간을 살아가는 인간을 생각해야 하는데, 공간이 인간에게 불편을 주거나 불쾌감을 주거나 불안을 유발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 안 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사전에 확인하고 디자인을 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점을 반복해서 얘기하고 있다.

     

    읽으면서 프라이밍 효과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우리가 건축 환경을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않을 때, 혹은 일부 측면에만 관심을 기울일 때 우리의 경험 속에서 건축 환경은 사회심리학자들이 말하는 '프라임', 혹은 '점화'의 끊임없는 연속체로 기능한다. 프라임이란 사람이 비의식적으로 지각하는 환경적 자극으로 기억이나 정서, 다양한 인지적 연상을 활성화해 이후의 사고나 느낌, 반응에 영향을 미치곤 한다. 현관문의 모습은 문턱을 넘어 건물 밖으로 나가는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 충분하다. 다시 말해 현관문이 프라임으로 작용해 머릿속에서 출발 시뮬레이션을 가동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건축 환경에는 프라임이 가득하기 때문에 디자인을 활용해 사람들이 특정 행동을 선택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디자인이 중요하다.

     

    기억과 장소에 대한 이야기도 새롭다. 

     

    신경학적으로 볼 때 뇌에 있는 자전적인 장기 기억을 강화하거나 장기 저장을 준비하는 부위는 해마와 주변 구조라고 알려져 있다. 이 부위는 뇌의 다른 부위들과 함께 작동하며 우리가 길을 잘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장기 기억을 형성할 때 가동하는 뇌의 부위는 우리가 장소를 파악하도록 도와주는 보편적인 부위와 다르지만 똑같은 세포(장소 세포)를 사용한다. 즉 장소를 파악하고 장기 기억을 강화하는 일 둘 다 장소 세포가 담당하는 것이다. 당신이 결혼하고자 하는 상대에 관해 어머니와 나눈 중요한 대화나 승진과 관련해 상사와 나눈 대화는 대화를 나눈 장소 관련 정보와 함께 기억 관련 암호로 바뀐다. 장소와 장기 기억의 관련성을 바탕으로 왜 세 살 이전에는 장기 기억이 없는지 설명할 수 있을 듯 하다. 바로 세 살이 되어야 공간 길 찾기 전략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결국 장기 기억은 장소를 중심으로 기억하고, 그 기억들이 우리의 내면을 형성하고, 장소와 관련된 경험이 우리의 자의식과 정체성 인식의 틀을 구성하므로 기억의 대상이 되는 장소, 즉 건축 환경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노인들의 장소에 대한 인식도 얘기한다. 노인들이 늙어서 거동하기 힘들거나 병이 든 경우에 요양원이나 자식들의 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더 좋은 환경에서 돌봐줄 사람들도 있으니 그런 선택이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신체적, 정서적 건강은 더 빠르게 나빠질 수 있다고 한다. 이유는 오랜 세월 함께한 집을 떠난다는 '인지적' 경험이 '신체' 건강에 해롭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마음과 신체는 하나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마음이 신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가 연로한 상태인 나의 상황을 생각했을 때 고민되는 지점이다. 아무튼 공간과 심리가 이렇게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활동 무대와 행동 유도성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우리가 특정 장소와 관계를 맺을지 여부와, 관계를 맺는다면 어떤 방식으로 맺을지 결정하도록 도와주는 요소는 세 가지다. 장소의 디자인이 인간의 활동을 촉진하고 이런 활동 사이의 조화를 유도하는 방식과 공간 내 물체의 패턴화된 배치, 물체의 형태가 유도하는 연상 작용이 바로 그런 요소다. 이와 같이 활동 무대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 그리고 그 안에 있는 타인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할지 이해하고 결정하는 데 사용하는 정신적, 물리적 틀을 구성한다.

     

    한마디로 어떤 공간을 보면 공간에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할지를 여러 방면에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 행동 유도성은 뭘까? 

     

    행동경제학 개념을 빌려 말하자면, 활동 무대는 '넛지' 효과를 이용해 특정 행동을 강압하는 대신 부드럽게 유도한다. 활동 무대는 바커가 말한 '상황에 맞게 규범적인' 행동을 하도록 촉진한다. 활동 무대 대부분은 이들과 관계할 기회와 방식을 여럿 제공한다. 잘 만들어진 활동 무대는 보기만 해도 어떤 행동 패턴을 유도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행동 유도성이 뛰어나다. 또한 경계를 쉽게 식별할 수 있으면서도 시각적으로 일관성 있는 배치를 통해 장소의 특징을 분명히 드러낸다.

     

    행동 유도성은 말 그대로 행동을 유도하는 것을 훌륭한 건축은 이런 행동 유도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그게 건축의 목적이니까.....

     

    내가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 중에 홍대 건축학과 교수인 유현준의 '셜록 현준'이라는 채널이 있는데, 그 채널에서 언급했던 건축물을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길래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더니 완전히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어서 약간 의아스럽기도 했다.

     

    첫 번째 건축물은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인 군드홀인데, 건축학과 학생들의 자리 배치가 계단식이고 개방형이라서 경쟁을 심화시키고,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는 점을 이 책에서 단점으로 잡았다. 반면에 유현준 교수는 경쟁을 통해서 더 열정을 키울 수 있고, 서로의 작품을 훤히 다 볼 수 있어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두 번째 건축물은 스코틀랜드 의회 의사당이다. 이 책에서는 '부드러운 강인함을 통해 민주주의적 이상의 기쁨과 이를 실행해야 하는 책임자들이 느끼는 무게를 잘 보여준다. 패턴화된 복잡성은 우리를 느긋하게 만든다.'고 말하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유현준 교수는 소재를 너무 많이 써서 산만하고, 의미없는 부착물들이 있고, 평면도가 너무 복잡해서 의회로서의 기능성이 떨어지는 것을 비판했다.

     

    물론 유현준 교수는 이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라고 했기 때문에 누가 옳고 그르다 할 수는 없지만 견해가 이렇게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대상에 대해서 끌리는 요소들을 몇 가지 얘기했는데, 그 중에 내가 공감하는 것은 세 가지였다. 첫째는 패턴, 둘째는 대칭성, 셋째는 은유이다. 이런 요소들이 건축에 있으면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퍼즐처럼 생각해서 발견하고 재미를 느끼면서 호감을 갖게 된다.

     

    패턴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장소나 건축물을 주변 환경과 구별할 때 패턴을 이용한다. 패턴은 가독성을 높이며 통일성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인간은 항상 반복 패턴을 찾으려 한다. 감각 인지 체계(빠르게 핵심을 파악하려는 성향과 목표 지향적인 지각 특성, 프라임에 대한 민감성)는 우선 재빠르게 전경과 배경을 분리한 뒤 마주한 대상에 의미를 부여한다. 패턴을 인식하고 식별하는 일은 우리게 기쁨을 준다. 음악을 들을 때나 그림을 볼 때, 서서히 질서를 드러내는 건물 또는 조경 사이를 걸을 때, 패턴을 발견하면 '좋아요' 체계와 관련된 뇌 부위에 아편 성분이 소량 분비된다. 짐작건대 자신과 집단의 일원이 속한 환경과 사회집단을 빨리 파악하도록 진화한 탓에 인간에게 이런 보상 체계가 생겼을 것이다.

     

    그리고 대칭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파르테논의 위풍당당함은 건물에 드러나는 절묘한 질서와 정확한 대칭성에서 나온다. 인간은 적어도 단독 건물 같은 물체의 경우 좌우 대칭일 때 강한 매력을 느낀다. 이는 환경에 목표 지향적으로 접근하고 빠른 핵심 파악에 의존하는 인간의 성향 때문일 수도 있다. 대상의 한쪽 면이 반대쪽 면을 그대로 비추는 대칭의 반복적 속성은 예측과 길찾기를 쉽게 해준다. 또한 대칭성은 자연과 건축 환경 어디에서나 찾아 볼 수 있기 대문에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인간의 인지 발달 측면에서 살펴보면 우리가 물체의 대칭성에 매료되는 이유는 인간의 신체 배열과 유사해서라고 설명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은유에 대한 이야기이다.

     

    은유가 장소에 개성을 부여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은유를 이해할 때 그 지시 대상이 주는 심적 시뮬레이션과 연관된 감정이나 행동까지 떠올리기 때문이다.

     

    심리에 대해서 너무 학문적으로 접근하지 않아서 읽기에 힘들지는 않았다. 건축에 대한 설명도 사진을 보여주면서 설명해서 이해하기 편했고... 특히 건축에 대한 설명이 학자로서 정밀한 언어로 할 때도 있으면서 외양 묘사는 구체적이어서 문학 작품의 장면 묘사 같기도 했다. 지은이가 글을 목적과 상황에 맞게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것을 많이 접해서 유익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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