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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0] 태평양 횡단 특급: 20년 전의 예언행간의 접속/문학 2023. 6. 1. 17:27
책이름: 태평양 횡단 특급
지은이: 듀나
펴낸곳: 문학과지성사
펴낸때: 2002.10.
듀나의 SF 단편 소설집이다. 무려 2002년에 나온 책이다. 한국 SF 소설계에서 SF 작가라고 이름 붙일 만한 작가가 얼마 없던 시기에 나왔던 책이다. SF 소설의 일반적인 특징일 수도 있지만 내용만 보면 2020년대 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창의성을 보유하고 있다.
인상적인 작품이 몇 있는데, 먼저 「기생」이라는 작품이 있다. 기계문명의 부품으로 전락한 인간이 그 안에서 기생하면서 소모품이나 서로의 먹이감이 되지 않고 반란을 꿈꾸지만 서로의 밀고로 계속 기생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 속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요즘 우리에게 실현되는 것과 거의 일치한다.
나는 종종 그녀가 나에게 넘겨주는 인공 지능의 창작품들을 감상한다. 지금까지 그것들은 인간 예술의 모방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 문화 소비자들이 발전하는 것과 속도를 맞추어 도시의 인공지능 예술가들도 진화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음악이 우리의 가청 범위를 벗어나고, 그들의 시가 우리가 이해 못하는 새로운 감정을 표출할 때, 나는 그들이 인간들의 요람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이라고 짐작한다.
20년 전에 인공지능의 예술의 발생에 대해 언급한 것이 현재에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소름이 돋는다.
그 다음으로 「꼭두각시들」을 들 수 있다. 주인공은 누군가의 마음을 조종하는 조종사이다. 비밀 기관에 속해 있어서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다 우연히 자신의 조종 대상이 자신의 신변에 영향을 주는 일을 꾸민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파헤치다가 자신의 조종사까지 찾게 된다. 그리고 조종사가 자신 뿐이 아니고, 무수히 많으며, 거의 모든 사람이 누군가의 조종을 받고 있고, 조종사들도 조종을 받고 있고, 그 조종사도 조종을 받고 있는 거미줄처럼 엉켜서 서로 조종하고 조종당하는 현실을 알게 된다. 결국 누구도 주체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풍자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작품들도 있는데, 작가가 그리고 있는 세계가 너무 방대해서 나의 상상력이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조금만 말랑말랑했으면 읽기가 편했을 것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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