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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9] 저 이승의 선지자: 신이 되어 보는 경험행간의 접속/문학 2023. 5. 31. 20:44
책이름: 저 이승의 선지자
지은이: 김보영
펴낸곳: 아작
펴낸때: 2017.06.
거대한 이야기이다. 이 세상, 이 우주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태초의 존재들인 선지자들이 천상의 세계에서 살아가다가 하계를 만들고, 자연을 만들고, 생물을 만들고, 인간을 만들고, 삶과 죽음을 설정하고, 기억과 망각을 끊임 없이 거쳐서 문명을 만드는 과정을 인간의 관점이 아닌 선지자의 관점에서 풀어나간다.
선지자들은 태초의 존재에서 하나씩 분리된다. 독립적인 개체들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사실상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너다.' 혹은 '너는 나다'라는 진술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분리된 존재들이 다시 합쳐지기도 한다. 에너지가 큰 존재가 흡수할 수도 있고, 에너지가 비슷한 존재들이 합쳐져서 제3의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주인공인 나반은 선지자로서 분리를 하면서 아만을 만들어내는데, 아만은 하계에 몇 번 다녀온 후로는 하계의 존재인 인간들의 삶에 애착을 갖고, 그들의 고통에 함께 아파한다. 나반은 그런 고통을 통해서 성숙할 수 있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나반의 생각에 반기를 들고 아만은 자신에게서 분리된 존재들과 함께 하계를 구원하려고 한다. 나반도 도솔천과의 경쟁에서 내쳐지면서 하계의 고통을 직접 겪으면서 아만을 이해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자신도 하계로 내려간다.
읽으면서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고 느꼈다. 어디에서도 접해 보지 못했던 세상을 만들어내고, 그 세상의 존재들을 만들어 내고 관계를 만들어내고, 이 세상과의 연관성을 만들어낸 것이다. 세상에 대한 기존의 모든 생각을 다 뒤집어 엎어버리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상황에서 세상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작가의 상상력을 따라갈 수가 없다. 정말 신이 되어서 이 세상을 만든 것과 같은 것이다.
조금만 더 쉬웠으면, 현실 세계와의 연관성을 좀 더 긴밀하게 했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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