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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부터 왼쪽 아래 사랑니 쪽에 통증이 있었다. 치과에 갔더니 통증이 있다가 없다가 할 수 있으니 일주일만 지켜보자고 하면서 약을 처방해주었다. 3일치 약이 떨어지니 통증이 심해지고 부종이 심해졌다. 치과에 갔더니 염증을 치료해주면서 발치를 해야 한다고 한다. 사랑니 발치는 전문 병원이 따로 있다고 해서 진료 예약을 했다. 그게 오늘이다.
오늘 사랑니 발치를 위해 전문 병원에 갔다. 설문을 작성하고, X-ray와 CT를 찍고 설명을 듣고 발치를 했다. 위쪽도 비슷한 증상이 예상되기 때문에 발치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위쪽도 발치를 했다. 발치를 하면서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한테 혼났다. 하지 말라는 것만 해서 그렇다. 침이나 물, 피 등을 삼키지 말고, 입 속에 고여두라고 했는데, 삼켰고, 입을 크게 벌리고, 고정기를 물지 말라고 하는데 입을 벌리지 못하면서 고정기를 물었고, 힘을 주지 말라는데 온 몸에 힘을 주었고, 대답하지 말라고 하는데 대답을 했고, 움직이지 말라는데도 움직였고, 아래턱을 목에 붙이라는데 자꾸 들었고, 고개를 돌리지 말라는데 돌렸고.... 아무튼 하지 말라고 하는 것들을 하나도 빼지 않고 다 하는 아주 어렵고 힘들게 하는 환자였다. 의사 선생님이 이러면 치료 못한다는 말까지 했고, 간호사도 짜증이 묻은 말투로 얘기했다.
내가 어디 가서 말을 잘 듣지 않아서 혼나는 사람이 아닌데 아주 오랜만에 혼이 난 것 같다. 사실 나는 입 속 깊숙이 뭔가가 들어오면 불편해 하는 습성이 있다. 목이 잘 부어서 입 안쪽이 좁아지면 헛구역질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막으려고 이런 습성이 생긴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사랑니 치료를 위해 입을 고정시키는 기구가 입 안에 깊숙이 들어오고, 석션을 위한 기구가 들어와서 자리를 잡고 있으니 안 그러려고 해도 저절로 몸이 하지 말라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 것 같다. 사랑니를 빼는 순간은 아프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아프지 않게 사랑니 다 뺐으니까 몸에 힘주면서 긴장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지만 입 안 깊숙이 뭔가가 들어온 것 자체가 긴장하게 만든다.
오른쪽 사랑니도 왼쪽 사랑니처럼 언젠가는 통증을 유발하면서 빼야 할 것 같은데 그 때는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할지 살짝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올 겨울에는 요로결석에 사랑니 발치에 몸이 많이 힘든 상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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