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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장마에 대치동은 물바다일상의 발견 2022. 8. 9. 11:30
아이를 학원에서 데려오려고 밤 9시 넘어서 대치동으로 갔다. 비가 많이 와서 빨리 귀가하려고 했다. 아이를 태우고나서 한티역에서 늘 다니던 은마아파트 쪽 대치동 학원가 방향으로 좌회전 차로에서 대기하는데, 신호가 떨어져도 차가 안 가고, 앞에 교차로를 봐도 차들이 빠지는 것이 안 보여서 차를 도곡역 방향으로 바꾸었다. 비가 너무 많이 쏟아져서 와이퍼를 작동시켜도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정도였다.
도곡역 사거리에서도 좌회전을 해서 대치역 방면으로 갈까도 생각했지만 역시 신호가 떨어져도 차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길래 그대로 직진해서 개포고 쪽으로 갔다. 여기도 차들이 많아서 정체가 되었고, 개포고 사거리는 물이 많이 차올라 있었다. 다른 차들을 보니 바퀴가 반 이상이 차 있었고, 차들이 지나가면 파도가 생겼다. 우리 차 에어콘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잠시 끄기도 했다. 신호가 바뀌어서 조심조심 가서 개포고 사거리를 빠져나와서 양재대로까지 왔다.
양재대로에서 좌회전한 후에 지하차도로 들어가지 않고 일원터널 쪽으로 빠진 후에 수서역을 지나 가락시장을 지나 집으로 올 계획이었다. 지하차도 안 지나가고, 최대한 높은 지대로 움직일 계획이었다. 문제는 수서역과 가락시장 사거리인데, 거기만 지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양재대로에 들어선 이후에는 차들로 꽉 막혔다. 비는 쏟아지고, 차는 안 움직이고..... 개포 3단지와 4단지가 있는 삼거리를 지나 우측으로 붙으면서 일원터널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우측 산쪽에서 내려오는 물과 흙이 너무 많았고, 경사지인데도 불구하고 물이 꽤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다가 일원지하차도 가까이 왔을 때 일원터널 방향을 보니 물이 많이 차 올라있고, 자승용차 3대가 침수되어 있었고, 안전요원들이 진입을 막았다. 그래서 지하차도 쪽으로 유도하는 줄 알았더니 지하차도도 막고서서 모든 차를 다 유턴시켜서 양재동 쪽으로 유도하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양재동으로 가서 세곡동을 지나 가는 방법도 있지만 거기도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 아내에게 전화로 차를 끌고 갈 수는 없을 것 같으니 개포동에 있는 공영주차장을 검색해달라고 했더니 개포 근린공원 밑에 개포 공영주차장을 찾아줘서 그 쪽으로 갔다.
지하 주차장이라는 사실이 좀 걸렸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공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개포동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수서에서 3호선을 타고, 오금에서 5호선을 타고 12시에 도착했다. 아이가 지하철 카드가 없어서 현금으로 표를 사려고 역 근처 은행에서 현금을 뽑고, 승차권 발매기에서 표를 구입하려 할 때에는 막차 시간을 확인하라는 메시지도 나왔다. 그래서 시간을 봤더니 11시 20분이었다. 시간이 이렇게 늦은 줄을 몰랐다. 뉴스에는 지하철도 운행 안 하는 역도 있다고 하는데, 마음이 급해졌다. 지하철은 있는지, 집까지 갈 수는 있는지.... 일단 전광판을 보니 죽전행이 있으니 수서까지는 갈 수 있을 것 같고..... 최악의 경우 수서에서 오금행이 없다면 수서에서 집까지 비를 뚫고 애 데리고 걸어가는 것도 생각해야 했다.
죽전행 지하철을 탔고, 거기서 검색해보니 오금행도 있었다. 5호선 마천행도 있었다. 설사 없었어도 오금에서 집까지는 멀지 않으니 걸어갈 수도 있었다. 지하철을 타니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도로 상황과 날씨를 확인하고 주차장에서 차를 빼내왔다. 주차비는 21,600원이 들었다. 어제 공영 주차장에 차를 세우지 않고 그대로 집에 오려고 했었으면 마음을 졸였을 것이고, 차가 침수되거나 사고가 났을 지도 몰랐을 것에 대한 비용이었다. 주차비용 21,600원으로 마음의 안정과 안전을 구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