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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16] 상식의 재구성: 갈등 펼쳐보기
    행간의 접속/사회 2022. 6. 23. 17:25

    책이름: 상식의 재구성

    곁이름: 한국인이라는, 이 신나고 괴로운 신분

    지은이: 조선희

    펴낸곳: 한빛비즈

    펴낸때: 2021.07.

     

    기자 출신의 작가가 한국 사회의 갈등의 코드를 정리해보는 책이다. 숨가쁘게 변해가는 가운데에서 항상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 그러나 뚜렷한 해결책 없이 그냥 그대로 지나가는 것들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제1장은 불평등이다. 불평등을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아파트이다. 임금만으로는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에서 아파트를 갖지 못한 사람들의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지은이는 이원재의 책을 인용한다. 

    "자본이 상속되는 세습자본주의 시대에 사는 후세대는 자본을 물려받아야만 경쟁을 할 수 있다. 결국 능력과 노력을 통해 시장의 승자를 가진다는 자본주의의 약속은 형편없이 깨지고 만다." -이원재, ≪이따위 불평등≫

    세습자본주의라는 말이 확 와닿는다. 

     

    제2장은 미디어이다. 그야말로 미디어가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그 많은 미디어들이 주목 받기 위해서 기사는 과장되고, 자극적이고, 불안심리를 이용해야 하고, 남들 하는 것은 다 따라해야 한다. 그런 미디어들이 노출이 많아져서 전체적으로 미디어의 수준이 떨어지는 느낌이고, 불신으로 이어지고, 갈등을 증폭시킨다. 미디어의 범람으로 변한 상황을 이전과 비교해서 이렇게 말한다.

    한국인의 미디어생활은 스마트폰 '비포&애프터'로 갈린다. 모바일 이전 시대, 1997년에는 한국경제 전체에 치명타를 가했던 한보그룹사태라는 것도 아침 조간신문과 저녁 9시 TV뉴스 때 하루 두 번 놀라면 되는 일이었다. 개인의 정치생활은 그만큼 심플했다. 1987년 전두환 군사정권은 대통령 간선제 헌법을 고집해 국민과 대립하며 개헌과 호헌 사이를 엎치락뒤치락했는데, 군부 통치를 졸업하고 민주주의로 가느냐 마느냐의 갈림게 섰던 그때에 비하면 2019~20년의 검찰개혁 이슈는 정치사회적 무게가 10분의 1이나 될까. 하지만 대중이 체감하는 갈등과 혼란의 강도는 그에 못지않았다. 미디어 과포화의 모바일 세상에선 온종일의 일상이 고단하다. 우리의 내면은 서로 적대적인 뉴스들의 전쟁터가 되고, 우리의 뇌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불량 미디어의 숙주가 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하루종일 쏟아내는 미디어들의 언어들이 사실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는데, 범람하면서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는 것이다. 갈등도 일으키고.... 

     

    제3장은 민주주의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분명 많이 성숙했지만 제도적인 측면이 그러하고, 세부적으로 보면 실제 운영의 측면과  미숙한 것도 같다. 검찰이 비대화되어 정치화되어 있어서 개혁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 부분을 살펴본다.

     비대한 검찰권력을 개혁하겠다는 것이 정치인들이지만, 검찰권력을 비대하게 만드는 게 정치인 자신들이라는 얘기다. 정치 양극화, 양당과 양 진영 사이의 대립이 심해지면 고소고발전도 가열된다. 검찰로 달려가는 정치인들이 검찰 정치의 판을 깔아준다. 정치의 공이 검찰과 법조로 넘어가면, 대립하는 양 진영 사이에서 그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사건의 선택과 수사의 방향, 판결의 내용에 따라 얼마든지 정치 상황을 주무를 수 있으니, '검찰패권', '법조패권'이라는 용어가 유행한다. 1980년대까지는 절대권력이 입법 사법 행정을 장악하고 '삼권분립'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말이었는데,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가 처음 삼권의 분립과 상호견제를 경험하는가 싶었을 때, 검찰법조 패권이 행정과 입법부를 압도하게 된 것이다. 

    정치적 갈등은 정치로 풀어야 하는데, 그것을 법으로 풀려고 하니 법을 운영하는 자들이 권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고소고발을 하지 말고 대화와 협상으로 정치를 정치답게 해야 한다. 물론 불법적인 것은 처벌해야겠지만....

     

    그런 면에서 남아공에서 흑인 대통령이 취임을 한 후에 흑백 갈등을 예방한 '몽플레 시나리오 워크숍' 이야기는 인상적이다. 케이프타운의 몽플레라는 곳에서 흑인과 백인, 좌파와 우파, 경영자와 노동자, 정치인과 학자 등 각 인종과 계급, 집단을 대표하는 젊은 세대 22명이 모여서 앞으로 남아공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브레인스토밍으로 시나리오를 30개를 짠다. 이를 토의를 거쳐 9개로 추려내고, 다시 개연성 높은 시나리오 4개를 뽑는다. 각 참가자들은 자기 집단으로 돌아가 이를 배포한다. 이를 통해 갈등의 뇌관을 미리 예측해서 제거하고, 플랜A, 플랜B를 도출하기도 한다. 이 얘기를 듣고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정말 존경스럽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크게 봤을 때 이런 차이나는 의견들의 갈등이 역사를 움직인다는 얘기도 한다.

    역사는 지금의 질서를 공정하다고 믿는 사람들과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의 '밀당'의 과정이다. 그것을 통해 인류가 진화해왔다. 당대의 규범에 순응하는 사람들만 있으면 발전이 없고, 규범을 치고 나가는 사람만 있으면 카오스가 된다. 조직 내에 '아니요'라고 말하는 한 사람이 없어서 벌어진 나쁜 일도 많다. '아니요'라고 말하는 사람들, 동조보다 일탈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할 때 혁명이 일어난다. 동조와 비동조, 순응과 일탈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다. 그것은 진보와 보수의 역할이기도 하다.

    제4장의 독일의 민주주의 미디어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독일은 다수당이라도 과반을 넘기지 못했기 때문에 연정을 한다. 연정을 하게 되니까 해당 정당을 지지하는 매체들도 다른 당이나 정부를 과격하게 몰아붙이지 않는다. 그저 정말로 정치가 앞으로 잘 나가게 견제하는 정도만 하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보면 이상적인 것 같다. 

     

    제5장은 이념 트라우마다. 그 중에서도 과장된 좌우갈등을 누가 이끌고 있는가에 대한 얘기가 인상적이다. 지은이는 강준만을 인용해서 나도 인용해본다.

    "미디어가 많아지니 천하통일은 할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열성적인 수용자들을 내 편으로 이끌어서 그 사람들을 확실하게 잡아두는 것이 좋은 수익 아이팀이 됩니다. (...) 편향성이야말로 남은 장사입니다. 편향성이 있을 때 먹힙니다. 편향성을 조금이라도 넘어서려고 하면 양쪽에서 공격받습니다. 글이건 말이건 시장 형성이 되어 있는데 편향성이 없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지를 못합니다. 영향력이 없어지는 거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만항도 시장에서 퇴출되죠. 양극단만 부딪히죠." -강준만,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시사 유튜버들이 왜 그렇게 피튀기면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지 알겠다. 그게 장사가 되니까,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그런 것이다. 이런 야만적인..... 

     

    제6장은 일본인데, 나에게 인상적인 부분은 없는 것 같고, 제7장은 한국인에 대한 내용이다. 우리 내부에서 보기보다는 외국에 나가서 보거나, 외국인의 눈으로 본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먼저 신뢰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신뢰사회는 보이지 않는 제도를 얼마나 믿느냐인데, 지인과 가족만 믿고 다른 것을 안 믿으면 불신사회이다. 그렇게 봤을 때 우리는 불신사회에서 신뢰사회로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 하나씩 예를 들고 있는데, 정책들도 많이 열려 있고, 참여할 수 있는 여지도 있고, 뇌물 사건 같은 부정부패들도 드물어지고, 세금에 대한 저항이 있긴 한데 이는 선진 복지국가로 진입하는 문턱이기 때문에 '브레이크 본능'이 작동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정치의 불신에 대해서는 이렇게 얘기한다.

    여전히 제도나 정치에 대한 불신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정치와 언론의 '갈등 마케팅' 탓이 크다. 어떤 정치인들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열일'해도 미디어는 그들의 정쟁과 막말에 주목하고 대중은 정치인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사회가 훨씬 투명해지고 절차는 공정해졌지만, 그것이 여의도 정치에 투사될 때 왜곡된다.

    정치와 언론이 갈등을 마케팅 삼아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야 인지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신뢰가 이루어지는 장면을 예를 들면 신용카드 사용률이나 팬데믹에도 사재기가 없는 것, 카페에서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두고 화장실 가도 도난당하지 않는 것, 택배 물품을 집앞에 두는 것 등을 보면 오히려 신뢰사회에 가깝다. 

     

    읽으면서 방대한 자료를 정리해서 우리 사회의 갈등을 정확히 짚어낸 것 같다. 특히 미디어의 갈등 마케팅은 공감한다. 이런 갈등들이 풀리는 사회의 모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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