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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10] 지금은 없는 시민: 변화 속의 분투
    행간의 접속/사회 2022. 5. 14. 22:35

    책이름: 지금은 없는 시민

    곁이름: 끝내 냉소하지 않고, 마침내 변화를 만들 사람들에게

    지은이: 강남규

    펴낸곳: 한겨레출판

    펴낸때: 2021.05.

     

    깊이 있는 분석과 분명한 논거와 확고한 신념으로 설득력 있게 주장하는 글. 상투적이지 않아서 새롭다. 이전의 내 판단과 생각들이 어쩐지 낡은 틀 안에서 고여가고 있을 때 새로운 판단의 틀이 필요했는데, 이 책의 여러 주장과 그 근거들은 나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판단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틀을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권기에 총선에 승리하면서 압도적인 과반수로 의회를 장악했지만 조국 사태, 지자체장의 성비위 사건 등으로 정치력을 끌어올릴 수 없었다. 그러면서 위기라고, 벼랑에 있다고 하지만 정말 위기 의식이 있는지 의문이다. 오로지 집권이 목적이고, 집권 이후에는 그냥 흘러가게 놓아두는 것은 아닌가 싶다. 힘이 있었으나 그 힘을 주도적으로 쓰지 못하고 수세에서 벗어나는 용도로만 쓰니 나아가지를 않는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저자는 의기의식 자체가 막연하게 상상된 것이라서, 벼랑 끝이 아니라서 그런 것이라고 말한다.

     

    언론의 오보 장사에는 진영 논리를 비판한다. 언론이 오보를 해도 그 보도를 믿어줄 자기 진영의 독자들이 있기 때문에 언론은 오보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진실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유불리를 판단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그런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파를 비판하는 정보를 접하면 만족감을 느끼고, 그 반대의 정보는 아예 보지 않으려고 하고.... 진실보다는 만족감에 따라 기사를 찾아다닌 것 같다. 그러면서 한 쪽의 정보만 편향되게 받아들이게 되어 균형감각이 많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기계적인 균형을 맞출 필요는 없지만 다른 의견도 접하면서 그 다음에 판단해야 하는데, 판단을 먼저 하고 만족감을 충족시키려고 하게 된다. 그게 덜 불편하니까....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수상했을 때 우리는 자랑스러워 했지만 작품의 주제의식을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이렇게 기뻐할 것은 아니었던 것 가다. 영화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풍자 잔혹극인데, 그 표현 방식과 연출, 연기만 칭송하고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는 뒤로 돌린 것이다. 언론들도, 평론들도, 관객들도 호평이다. 작품성이 워낙 뛰어나서 실천성을 요구하면 어울리지 않는 것일까? 이런 불평등의 문제들이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고 누구나 달 알고 있는 것이라서 지금 이제 와서 뭐 할게 없어서 그런 것일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의 전복성을 극우에 가까운 매체에서 정확하게 파악한 것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영화를 블랙코미디 장르라고 규정하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발뺌하겠찌만, 그 모두가 거대한 정치적 기만이다. 아무리 봐도 영화 '기생충'은 부자와 기업하는 사람 모두는 죽어 마땅하다는 메시지 전달에 충실한 정치 상품일 뿐이다. 부자와 기업인, 그들이 굳이 죄가 없다고 해도 끝내 죽이고 말겠다고 하는 섬뜩한 적의와 핏빛 적개심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기생충'을 보면서 영화의 실천성을 담보하려면 작품성과 예술성은 적당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밖에 산재 노동자들의 얘기를 다루면서 언론이 다루지 않는 곳들을 다시 알리려고 했고, 총선 당시의 위성 정당 문제도 많이 다루었다. 무엇보다도 선배들로부터 배웠지만 선배들의 위선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 나아가고자 하는 면도 보여주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서 현명하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하지만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서 자기만의 관을 갖고 일관되게 판단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쉽지 않은 일을 해내고 있는 작가의 분투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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