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50]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내가 채워야 할 여백이 많은 소설행간의 접속/문학 2021. 8. 28. 23:22
책이름: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지은이: 장강명
펴낸곳: 문학동네
펴낸때: 2015.08.
학교 폭력으로 괴롭힘을 받던 학생이 괴롭히던 학생을 칼로 죽이고 징역을 살고 나온다. 그 때의 경험을 소설로 써서 공모전에 출품하고, 다른 여러 글을 쓰면서 생활한다. 그 남자와 고등학교 동창이면서 잠시 마음을 나우었던 여자는 출판사 편집자가 되어 그의 글을 보게 되고 그를 다시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그 남자가 죽였던, 남자를 괴롭히던 학생의 어머니는 이 남자가 가는 곳을 쫓아다니며 자신의 아들이 학교 폭력 가해자가 아니고 남자가 자신의 아들을 가해자로 몰아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여자를 찾아가 사귀지 말라고 하고, 남자를 죽인다.
읽으면서 인물들의 행동과 심리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먼저 남자. 남자는 아주머니에게 왜 이렇게 끌려다니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징역을 살고 나와서 죄값을 치렀기 때문에 이렇게 괴롭힘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봤다. 이미 끝난 일인데, 왜 이렇게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나? 그런데 한편으로는 죄값을 치르면 정말 다 끝난건가? 그 사건으로 죽은 사람의 가족들은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데.... 현대의 법 체계와 제도는 인간의 죄에 대해서 징벌할 때 타당하게 징벌할 만한 능력이 있는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 여자의 행동이나 심리보다는 작가가 여자의 마음을 너무 잘 표현해서 작가가 여자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너무 섬세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아주머니. 1차적으로 필터 없이 생각했을 때 이 아주머니 너무 재수없다. 너무 지독하다. 그런데 정말로 아들이 일진이 아니라 남자가 자신의 살인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 일정부분 꾸며낸 것이라는 진실이 밝혀지니 이해가 된다.
이 소설을 누구의 말이 진실이냐 거짓이냐를 따지는 것보다는 사건 이후의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가를 봐야 할 것 같다. 사건 이후에 그들의 삶은 심한 굴곡을 거쳤고, 여전히 굴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비극으로 치닫고 있어서 사건은 여전히 진행형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법의 잣대는 참 무력하다.
우주의 알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혼란스러웠다. 남자는 우주의 어딘가에서 온 알이 들어와서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는 존재라는 설정이 좀 뜬금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거기에 사랑이 얹히고 자신의 사랑와 운명이 비극으로 갈 것음을 알면서도 마침내 사랑의 끝까지 도달하려고 하는 진정성은 가슴에 박힌다.
제목도 혼란스럽다. 이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잡히지 않는다. 본문에서 그믐의 의미를 어떻게 얘기하고 있는데 이것까지 생각할 여력은 없다. 다음에 다시 읽으면 잡힐 것 같다. 시간이 지나서 한 번 더 읽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내가 채우지 못한 여백이 너무 많다.
'행간의 접속 >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2] 재인, 재욱, 재훈: 구조자들의 데면데면함 (0) 2022.02.21 [책 1]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미래와 현재의 교집합 (0) 2022.01.28 [책 48] 달려라 배달 민족: 배달 얘기가 좀 더 많았으면 (0) 2021.08.24 [책 47] 꼴찌들이 떴다!: 훈훈한 마무리가 오글거림 (0) 2021.08.22 [책 46] 당분간 인간: 인간들 참 건조하다 (0) 2021.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