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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41] 고민이 고민입니다: 불필요한 고민을 털어주는 책
    행간의 접속/인문 2021. 7. 21. 14:01

    책이름: 고민이 고민입니다.

    곁이름: 일상의 고민을 절반으로 줄이는 뇌과학과 심리학의 힘

    지은이: 하지현

    펴낸곳: 인플루엔셜

    펴낸때: 2019.02.

     

    나도 고민이 많은 사람이다. 특히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미리미리 준비해야 당황스러운 경험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경우의 수들을 최대한 계산해서 거기에 맞는 대응방안을 준비하려고 한다. 그렇게 해도 내가 생각한 경우의 수를 벗어날 수도 있고, 대응방안이라고 하는 것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때에는 그냥 감수하는 밖에 없다. 그런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고민은 많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전문가는 어떻게 얘기하는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보통 고민은 고민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민-결정-실행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에너지와 시간의 배분은 실행이 가장 크고, 그 다음이 고민, 결정이 작은 것이라고 한다. 한정된 에너지와 시간을 실행하는 데에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성숙한 어른을 이야기한다.

    성숙한 어른이란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며 결정하는 데 지나치게 애쓰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또한 기분 좋은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고, 고민보다 실행에 더 많은 비중을 두며, 내가 한 일에 대해 반성은 하되 후회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다면 사회에서 한 사람의 몫을 제대로 해내는 사람이다. 

     

    아주 이상적인 어른이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약간 기질적인 것도 도와준다면.....

     

    part 2에서는 고민을 방해하는 감정들을 얘기한다. 자기확신 결여, 불안, 낮은 자존감, 우울, 심리화, 현상 유지와 회피, 감정적 기억, 반추, 방관과 부정 등을 얘기한다. 그 중 회피에 대한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상담을 하러 오는 중고생들 중에는 '귀찮아'라는 말로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말로 번거롭고 성가셔서 그런 것이 아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생각하며 그에 수반되는 감정들을 떠올리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다. 고민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이런 방법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고민에 빠지는 것 자체가 너무 싫다. 아예 생각을 피하려는 방어기제로 '회피'를 사용한다.

    회피는 결정을 미루게 되고, 그 미룬 시간을 고민의 시간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결정을 하지만 실행의 시간은 줄어들고 제대로 실행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결정이라는 것도 대부분 변화보다는 현상 유지를 추구하는 보수적인 결정이 대부분이다. 그럼으로써 나아가지 못하고 서서히 망하게 된다.

     

    part 3에서는 뇌는 원래 고민을 싫어한다는 얘기하면서 뇌와 마음에 대한 원칙을 얘기한다.

    1. 뇌는 가치 판단에 앞서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기관이다.
    2. 인간은 손실과 고통, 배고픔을 싫어한다. 이를 피하려는 노력이 다른 무엇보다 우선한다.
    3. 인간의 마음과 뇌의 총량은 한계가 있다.
    4. 인간은 집단 안의 개인이니 동시에 타인의 영향을 받는다.
    5. 노력과 재능과는 별도로 행운의 영역이 존재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들도 있지만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생각할 수 있는 내용도 있다. 뇌가 피로하거나 배고프면 생각할 여유가 없다거나 통증은 고민의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자아고갈 상태에서는 제대로된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과 작업기억이 고민의 효율을 높인다는 것 등은 좀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알 수 있는 내용들이다.

     

    part 4에서는 고민을 잘 풀기 위한 공식들을 얘기하면서 네 가지 기본 원칙을 나열한다.

    1. 고민할 이유 자체를 줄인다.
    2.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순서를 정한다.
    3. 고민할 때 사용되는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인다.
    4. 고민에 필요한 마음의 공간을 확보한다.

    이를 다시 구체적으로 나누면 이런 공식들이 나온다.

    고민의 위치를 파악하라. 뇌 용량을 확보하라. 루틴을 만들어라. 작업 기억을 활용하라. 큰 고민거리를 잘게 쪼개라. 고통과 불편을 구분하라. 고민의 우선순위를 정하라. 한 번씩 큰 그림을 보라. 그냥 지켜보기만 해라. 당장 해결하지 않아도 좋다. 뇌를 행동 모드로 맞춰라. 최선을 찾기보다 최악을 피하라. 너무 먼 미래는 생각하지 말자. 일단 결정하면 뒤돌아보지 말라. 감정을 막는 방파제를 세워라. 관계를 유지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지 말라. 타협할 수 없는 최소한의 원칙을 만들어라. 결정과 책임은 오로지 나의 일로 여겨라. 가치와 의미를 생각하라. 욕망의 한계선을 그어라. 의지가 약하다는 말은 흘려들어라. 자아의 고갈을 막아라.

    이 중에서 이건 내 얘기야 하는 것들이 있어서 뽑아본 것은 큰 고민 거리는 뒤로 미루고, 작은 것부터 해치우는 습관에 대한 얘기이다.

    사람의 심리는 날 잡아서 한 번에 해결하는 걸 더 선호한다. 물론 해결해버리고 마음에서 치우는 것이 당연히 속 시원하고 좋다. 이를 '종결심리'라고 하는데, 다른 심리보다 우선권을 갖고 작동한다. 종결심리가 앞서기 시작하면 마음만 급해진다. 골치 아픈 중요한 문제는 아예 미뤄두고 당장 눈에 보이는 일에만 몰두하면서 '나는 뭔가 열심히 하고 있어'라고 합리화만 하기 쉽다. 그러나 그런다고 큰일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작은 일은 가만히 둬도 그냥 해결되는 경우가 많지만 큰 사안은 결국 이자까지 쳐서 되돌아온다. 그러므로 오늘 할 수 있는 만큼 잘라서 조금씩 해결해보자.

    지은이 말처럼 이런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해야 할 거리들 중에서 작은 것들을 해치우면 큰일에 집중할 수 있어서 이 방법을 선호한다. 그리고 이런 습관은 우리 첫째도 비슷하다. 아내는 그걸 갖고 애한테 뭐라고 하는데 그게 편할 수도 있다. 작은 일 한 다음에 큰 일을 쪼개서 집중하면 되지 않겠나.....

     

    그 다음에 고통과 불편을 구분하라는 얘기도 인상적이다.

    고통은 위험을 알리는 신호이고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신호다. 이에 반해 불편함은 견뎌내면 될 일이고, 불편이 지속된다고 해서 위험해지거나 생존에 위협을 줄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고통은 내성이 생기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대부분 계속되는 것이 특성인 데 반해, 불편함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그 세기가 줄어들고 견딜만해진다. 그런 면에서 건강한 마음 상태란 고통이 전혀 없는 상태라기보다, 불편한 것을 안고 가지만 불편을 견뎌내며 편안과 안전을 찾고 일상의 기능을 하는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받아들일 만하다. 불편함이 고통스러움으로 오인되어서 고민인 경우들이 많은데, 견뎌내면 된다는 얘기이다. 고통이라고 느끼는 것의 90%는 진짜 고통이 아닌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럼 진짜 고통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불편은 고민할 필요가 없이 견디면 되니까 고통은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인 것 같다. 

     

    최선을 찾기보다 최악을 피하라는 얘기도 한다.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 모든 경우의 수를 나열하고 고르지만 그것이 정말 최선인지는 결과를 봐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선택의 과정에서 최선의 선택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

    애초부터 최선의 받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 게 낫다. 그보다 더 효율적인 고민의 방식은 '최악을 배제하라'다. 처음부터 확실하게 아닌 것부터 제거하는 것은 최선을 찾는 노력보다 한결 쉽고 간단하다.

    100% 만족시킬 수는 없다. 60~70% 만족했다면 나머지 30~40%의 불만족적인 것은 감수하면 된다. 그거 감수한다고 해서 우리 삶의 물줄기가 크게 바뀌거나 하지 않는다. 대세에 지장이 없고, 최악을 피했다면 편하게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치와 의미를 생각하라는 얘기도 있는데, 어떤 선택의 상황에서 고민을 할 때 그 가치와 의미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혹은 없다면 거기에 맞게 결정하고 실행하면 된다. 그런데 가치와 의미가 불분명하여서 결정을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할까? 그 전에 현대사회의 가치 추구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한 가지 가치관만 추구하면서 살아갈 수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 맥락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포트폴리오의 구성 배율이 조금씩 달라지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좋다. 한 가지 가치관만 추구하는 것은 도리어 위험한 일이다. 21세기의 삶은 10년 후의 목적지를 찍어놓고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계획을 세워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불확실성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불확실성의 시대에서는 적당한 불안은 기본적으로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것을 얘기한다. 불안이 아니라 흥미로 여기면서..... 불확실성 앞에서 10년을 보지 말고 맥락과 상황, 조건에 따라 생각하고 판단하는 매일의 선택이 쌓이면 그것이 나의 본질적인 모습이라고 말한다. 

     

    그밖에 '한 번씩 큰 그림을 보라'와 '그냥 지켜보기만 해라', '당장 해결하지 않아도 좋다'라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힘 빼지 말고 너무 빠지지 말고, 조금 여유를 주는 공식이라서 그 말만으로도 편하다.

     

    part 5에서는 고민을 잘하면 훨씬 살 만해진다고 하면서 고민과 결정과 실행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한 얘기를 한다. 한 마디로 고민의 과정이 옳았다면 결과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결과는 우리의 영역이 아니고, 신과 운의 영역이다. 노력하지 않고 운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고 운에 맡기는 것이다. 

     

    읽으면서 나에게 맞는 말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했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그 때 그 상황에서 지금의 이 공식들을 적용했었으면 맞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편하게 읽으면서 필요하지 않은 고민들을 털어내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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