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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5] 소년이 온다: 광주의 아픔에 대한 입체적 묘사행간의 접속/문학 2018. 4. 13. 18:58
책이름: 소년이 온다
지은이: 한강
펴낸곳: 창비
펴낸때: 2014.05
5.18 광주의 이야기이다. 마지막까지 도청에 남았던 중학교 3학년 동호라는 소년과 그 주변에 함께 있었던, 그리고 죽어간, 혹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군부에 의해 무참하게 살육되던 시민들의 처참함이 날 것으로 아프게 묘사되고 있어서 앞 부분을 읽을 때에는 편하지는 않았다.
1장 어린새
1장에서는 동호를 바라보는 화자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동호를 3인칭으로 지칭하지 않고, 2인칭 '너'로 지칭하여 3인칭보다 거리감을 훨씬 좁히고 있다. 동호는 친구 정대를 찾아 상무관에 왔다가 누나들의 요청으로 상무관에서 시신의 명부를 작성하고, 유족들에게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부분에서 동호는 항상 시신들의 혼이 주변에 떠돌고 있어서 자신의 죽은 육체들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데, 2장에서 죽은 정대의 혼의 시점으로 실제로 그렇게 자신의 육체를 보는 장면들이 나와서 묘한 일체감을 준다. 엄마가 군대가 들어온다고 하니 꼭 들어오라고 해서 그러겠다고 하지만 집에 들어가지 않고 도청에 남는다.
그리고 1장에서는 뒤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이 나온다. 동호 친구, 정대. 정대 누나 정미. 정미는 키가 작고, 방직공장에 다닌다. 상무관에서 같이 있었던 양장점 미싱사인 선주 누나, 수피아여고 3학년인 은숙누나, 그리고 대학 신입생으로 시민군인 진수형이 있다. 동호의 가족 관계도 나오는데, 큰 형은 서울에서 9급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고, 작은 형은 매번 1등을 했지만 대학입시는 늘 떨어져서 삼수를 하고 있다.
2장 검은 숨
2장에서는 정대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엄밀히 말하면 정대의 혼의 시점이다. 정대는 도청 앞에서 총에 맞아 죽었고, 트럭에 실려 어딘가에 묻어졌고, 결국 불태워졌다. 그 과정에서 그의 시신 뿐만 아니라 여러 시신들이 암매장되는 과정들을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혼들이 자신의 육체에서 빠져나와 어디로 갈지 몰라서 방황하는 모습, 자신들의 육체가 참혹하게 유린당하는 것을 보고, 공포에 떠는 모습 등도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혼으로서 친구로서 동호가 죽는 순간에 대한 번뜩이는 직관을 묘사하면서 동호의 죽음을 독자들에게 알린다.
3장 일곱개의 뺨
3장은 광주에서 살아남아 5년이 지난 1985년 24살이 되어 서울의 출판사에서 편집일을 하는 은숙의 이야기이다. 대학을 갔다가 그만두고 교수의 추천으로 출판사에 들어갔다. 사회과학 서적을 번역 출판하는 출판사라서 당국의 감시를 받았고, 은숙도 정보기관의 조사를 받으면서 고문도 당한다. 일곱개의 뺨은 그런 공권력의 폭력을 말한다. 그녀가 편집을 했던 희곡집은 검열로 출판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지만 작가는 그대로 출판을 하고 연극에 올리기까지 한다. 검열로 지워진 대사 부분들은 소리없이 입술만 움직이는 대사로 처리하여 무대에 올린다. 그러자 관객들은 배우들의 입모양에 더 집중하여 대사를 알아듣고, 작품의 뜻을 함께 한다.
80년 광주의 그날 은숙도 도청에 남았었으나 마지막에 진수가 여자들은 나와서 사람들이 다음 날 모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맡아달라고 해서 나온다. 그리고 나올 때 동호의 마지막 모습을 본다. 사람들한테 중학생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동호는 안 나온 것 같다. 그리고 전대병원에서 도청의 총소리를 듣는다.
4장 쇠와 피
4장은 80년 당시 교대 3학년의 복학생이면서 상황실장으로 도청에 끝까지 남아있다가, 김진수와 같이 수감생활을 했던 사람의 인터뷰 녹취록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인터뷰이는 심리적 부검과 관련된 논문을 쓰는 연구원이다. 녹취 내용을 보면 진수는 여자들을 도청에서 데리고 나가는 역할을 했는데, 상황실장의 의도는 진수도 같이 빠져나가라는 것이었으나 진수는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도청에서 동호를 만나고 동호의 존재에 놀라는 장면도 나온다.
도청을 지켰던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말이 있는데, 그들이 얼마나 순수했는지를 보여준다.
처음부터 상황실장은 우리 목표가 버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날이 밝을 때까지만. 수십만의 시민이 분수대 앞으로 모일 때까지만. 지금은 어리석게 들리겠지만, 그 말을 절반은 믿었습니다. 죽을 수 있지만, 어쩌면 살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겠지만, 어쩌면 버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뿐 아니라 조원들 대부분이, 특히 어린 친구들은 더 강한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이 다음 날 모일 때까지 버틸 수 있다는 생각.... 정규군을 상대하는 시민군이 하는 이 생각이 사실은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 그러나 얼마나 순수한 것인가. 그들은 정의를 위해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양심이 그들을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든 것이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진술에서 동호 나이 또래의 어린 시민군이 손 들고 나오다가 계엄군의 사격으로 죽는 장면도 나온다.
5장 밤의 눈동자
5장은 환경운동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선주의 이야기이다. 4장에서 논문을 쓰는 윤이라는 연구원이 논문의 종단연구로 10년이 지난 후의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담고 싶다며 선주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지만 80년 광주의 아픔을 다시 되새기고 싶지 않아 선주는 거절한다. 윤은 녹음기와 테이프를 소포로 보내아 녹음만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이에 선주가 내적으로 갈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형식적인 특이점은 분 단위 생각의 흐름, 행동의 모습에 따라 내용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선주는 스무살이 되기 전에 공장에 다니다가 청계피복노조에 다니는 성희언니를 만나게 되어, 같이 공부하면서 노동운동을 함께 하게 된다. 그리고 명동성당에서 농성도 하고 그랬다. 그러다 해고되고 고향에 돌아갔고, 그 때가 80년 광주다. 그리고 그 때 같이 공장에서 일했던 동료가 정미다. 정대 누나 정미. 정미는 스스로 일을 그만두고 고향에 갔다가 광주에 갔다.
6장 꽃 핀 쪽으로
6장은 동호 어머니의 구술이다. 동호를 그리워하는 마음, 그리고 마지막에 동호를 살리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담고 있다. 막내 아들 동호를 보러 도청에 작은 아들과 함께 갔지만 작은아들이 동호를 찾으러 들어갔다가 못나오면 아들 둘을 다 잃을 것 같아서 작은 아들을 붙잡았던 자신을 자책하는 내용이 있다. 우리 생각에는 자식을 기르는 어미가 그럴 수 있을까 하지만 막상 공포에 싸여 아들을 찾지 못하는 결정을 내린다.
마지막 에필로그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현장을 취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은 소설 같기도 하고, 다큐 같기도 한데 작품의 사실성을 더욱 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작품을 한 번 읽어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 두 번, 세 번 정도 읽어야 작가가 치밀하게 설치해 놓은 장치들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광주의 아픔을 당시의 상황을 다큐식으로 그리는 것이 아닌 다양한 측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했다는 점이 이 작품의 우수한 점이라고 볼 수 있다. 거기다가 소설 속 시간도 장기간에 걸친 것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훨씬 입체적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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