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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3] 82년생 김지영: 대한민국 여성의 보편적 삶
    행간의 접속/문학 2018. 4. 4. 10:56

    책이름: 82년생 김지영

    지은이: 조남주

    펴낸곳: 민음사

    펴낸때: 2016.10


    요새 여성에 대한 성희롱,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의 확산으로 여성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는 가운데 읽게 된 책이다. 읽으면서 추상적으로만 인식하고 있던 여성에 대한 차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었고, 그 상황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도 접할 수 있었다. (차마 '알게 되었다'는 말은 쓰지 못하겠다.)


    제목처럼 82년생인 김지영이 자라고, 학교 다니고, 직장 다니고, 결혼하는 생애의 과정에서 대한민국 사회가 여성에게 어떤 억압을 주는지를 보여주고 있고, 결혼 이후 중년과 노년의 삶은 김지영의 어머니인 오미숙의 삶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특징적인 것 중의 하나는 당시 사회에 대한 통계나 기사, 논문, 저서 등을 각주로 달아서 김지영의 삶이 김지영만의 삶이 아니라 보편적인 여성들의 삶이었음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지시대명사를 거의 쓰지 않고, '김지영씨'라고 씀으로써 주인공을 익명에 숨기지 않고, 구체적이고 개성이 있는 존재로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동시에 신문기사 같은 문체가 사용되어 객관적인 느낌도 들게 하였다. 작가가 방송작가 출신이라서 일부러 그렇게 한 것 같기도 하다.


    소설의 구성은 역순행적 구성이다. 현재의 삶의 모습을 먼저 보여주는데, 김지영씨는 어느 순간 다른 사람으로 빙의하여 그 사람의 말을 하는 증상을 보인다. 김지영씨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과거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소설은 전개되고, 마지막에 김지영씨를 진료한 정신과 의사의 에필로그로 소설은 끝난다.


    1. 초등학교까지 겪은 일들


    남동생이 있는데, 먹는 것으로 차별하는 할머니가 있었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김지영씨를 괴롭히는 남자애가 싫다고 하자 좋아서 그러는 것이라고 사이좋게 지내라는 선생님이 있었다. 반장은 남자, 번호도 남자부터, 주민번호 뒷자리도 남자 먼저.... 이런 것도 은연중에 여자는 남자 다음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2.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겪은 일들


    중고등학교 때에는 남녀 학생의 복장 규정 적용에 있어서의 차별, 바바리맨 잡은 여학생들에 대한 처벌, 지하철, 학교, 알바에서의 성추행, 뒤따라오는 남학생에 대한 공포, 나중에 찾아와서 김지영씨의 몸가짐과 행동을 탓하는 아빠의 반응 등이 있었다. 대학교에서는 동아리에서 아무 것도 시키지 않고 꽃처럼 있으라고 함, 취업 과정에서의 서류전형 탈락, 면접에서의 성차별 등이 있었다. 


    3. 직장에서 겪은 일들


    거래처 상사들과의 술자리에서의 성희롱과 술 강권, 승진 기회를 남자들에게만 주는 분위기.


    4. 결혼하고  임신과 출산에서 겪은 일들


    시댁 식구들이 아이 낳으라는 얘기, 남편이 시댁 식구의 말들에 사과를 하지만 일방적인 희생 강요, 임신 후 지하철에서의 불편한 시선, 육아를 위해 퇴사하기로 결심, 모성은 대단하고 위대하다는 말로 육아와 집안일의 힘든 것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분위기, 맘충이라는 말을 들음.


    위에 열거한 일들은 특별하지 않고,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일이다. 누구나 겪었으니까 괜찮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불편부당함이 만연되어 있는 것이 문제라고 작가는 말하는 것이다. 해설에서 말했듯이 특별한 것이 없는 소설이 대중에게 어필하는 것은 그만큼 보편적이라는 것이고, 그렇게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공감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야 정상적인 사회인데 말이다. 단, 이 내용에 공감을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할 것 같다.


    인상적인 부분을 뽑아보았다.


    초등학교 때 괴롭히는 남학생이 좋아하니까 그런 것이라면서 사이좋게 말하라는 선생님의 말에 어이없어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 부분에서 김지영씨는 좋아하면 친절하고 다정하게 해야지 왜 괴롭히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나는 이전까지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고 흔한 것이라고 보고, 문제시 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자아이에게 남자아이의 괴롭힘이 1차 폭력, 선생님의 설득이 2차 폭력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는 애정표현은 폭력이라고, 사회의 생각도 이렇게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데이트 폭력도 이러한 현상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집안 사정과 결혼하고 육아를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할 때, 교대를 진학하라는 어머니의 말에 언니인 김은영씨의 말이 인상적이다.

    애 키우면서 다니기에 좋은 직장 맞네. 그럼 누구한테나 좋은 직장이지 왜 여자한테 좋아? 애는 여자 혼자 낳아? 엄마, 아들한테도 그렇게 말할 거야? 막내도 교대 보낼 거야?


    희생을 강요당하는 여성들이 보면 통쾌하게 생각하는 말이다. 현실은 씁쓸하겠지만.....


    이 작품에는 배경묘사가 별로 없이 거의 사건 위주로 진행되는데, 인상적인 배경묘사가 있다.


    깜깜해진 하늘 위로 공평한 선물처럼 드문드문 일정하게 눈이 내렸고, 바람이 한 번씩 두서없이 불면 눈송이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공평한 선물처럼 눈이 내렸다'고 느끼는 것은 김지영씨의 주위가 불공평한 것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 것이리라. 그리고 불공정하게 느낀 것 중의 또 하나는 승진의 기회이다. 회사의 앞날을 짊어질 기획팀에 남자 동기들만 합류하고 여자사원들은 배제한다. 그 이유는 여직원들을 오래 갈 동료라고 여기지 않았고, 못 버틸 직원에게 버틸 여건을 만드는 것보다 버틸 직원을 키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대표가 했기 때문이다. 또한 여직원에게 힘든 일을 시킨 이유도 오래 갈 수 있는 남자 직원들의 힘을 빼지 않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아기를 갖자는 남편이 잃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얻는 것도 생각해보라는 남편에게 던지는 김지영씨의 말도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오빠가 잃는 것인 뭔데? 잃는 것만 생각하지 말라며. 나는 지금의 젊음도, 건강도, 직장, 동료, 친구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도, 계획도, 미래도 다 잃을지 몰라. 그래서 자꾸 잃는 걸 생각하게 돼. 근데 오빠는 뭘 잃게 돼?


    이 질문에 남편이 말하는 잃는다는 것들은 사소한 것들이다. 일찍 퇴근해서 회식 못하는 것, 집안 일 도우면 피곤하는 것들을 말한다. 기득권자로서의 남성의 비겁함이 보인다. 그리고 나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며 찔린다.


    김지영씨 퇴사후 몰카 사건으로 회사가 뒤집혀서 범인과 방조한 남성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에서 이제 그만 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장면에서 나온 말도 인상적이었다.


    가해자들이 작은 것 하나라도 잃을까 전전긍긍하는 동안 피해자들은 모든 것을 잃을 각오를 해야 했다.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 마디이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서 화자의 아내는 중고등학교에서 우수했고, 수학 영재였고, 대학에서도 우수했고, 전문의도 먼저 땄는데, 육아를 위해서 교수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고 페이닥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초등학교 수학 문제집을 열심히 풀어재끼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을 왜 푸냐는 질문에 아내가 말한다.


    재밌어. 엄청 재밌어. 지금 내 뜻대로 되는 게 이거 하나밖에 없거든.


    과거 우수한 여학생의 현재 모습인데, 현재 우수한 여학생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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