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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4] 될 일은 된다: 온전히 내맡기기
    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18. 4. 11. 15:51

    책이름: 될 일은 된다

    곁이름: 내맡기기 실험이 불러온 엄청난 성공과 깨달음

    지은이: 마이클 A. 싱어

    옮긴이: 김정은

    펴낸곳: 정신세계사

    펴낸때: 2016.07


    부제에 내맡기기 실험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것은 개인적 호불호에 근거하여 이러저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의지를 갖고 일을 이끌어가려고 한다. 잘 되면 기분이 좋지만, 안 되면 불편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즉, 삶을 통제하려고 몸부림친다. 지은이는 묻는다.


    꼭 그렇게 살아야 할까?


    삶은, 자연은, 세상은, 우주는 우리가 의지를 갖고 힘써서 움직이려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움직인다. 그 거대한 힘 앞에서 의지를 휘두르는 모습이 과연 합리적인 것인가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 삶에 대항하는 대신 그 흐름을 존중하고 자신의 자유의지로써 그 속으로 뛰어든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지은이는 그러한 실험을 자신의 삶으로 실천한 기록을 우리에게 책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럼,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서 삶이 우리를 살게 하도록 하면 되나? 그건 아니라고 하면서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내맡기기란 의지 없이 넋 놓고 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40년에 걸친 나의 이야기는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삶이 펼쳐내는 일들을 안내자로 삼아 내 의지를 발휘했을 때 일어난 일들에 대한 이야기다. 주변에서 자연스레 펼쳐지는 힘에 자신의 의지를 동조시켰을 때 깜짝 놀랄 만큼 강력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 나의 인적인 경험이다.


    그 시작은 자신을 낯설게, 객관적으로 보게 된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의 근원을 찾다가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면서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이를 성장시키고, 이를 중심으로 삶을 재편한다. 대학원보다도 명상을 우선시했는데, 학위도 받고, 강의도 맡고, 땅도 사고, 건물도 짓고, 사업도 하고, 영성공동체도 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도 되고.... 그가 의도한 것은 하나도 없다. 주변의 목소리, 삶의 목소리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자신을 그대로 내맡기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하니 이루어진 것이다. 


    그가 기업 경영하는데, 불법이 있다는 정부의 기소로 수사를 받고 법정에 섰을 때의 일이고, 그의 마음가짐은 공감을 많이 했다.


    그날은 딱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나는 삶이 불쑥 던져준 이 과격한 상황을 온전히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작업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할 이유는 정말 없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해봤자 별 도움이 안 될게 뻔했다. 대신 그 시간에 나는 머릿속의 목소리가 무슨 말을 하든 모두 놓아 보내고 마음이 불안해질 때마다 깊이 이완했다. 이 상황에서 내맡김은 내가 하고 말고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하게 온당한 일이었다.


    읽으면서 좀 의아한 것 중의 하나는 그의 능력이다. 이 사람 많이 배운 사람이고 똑똑하고 명석한 사람이다. 거기에 명상까지 하면서 정신적이고 영적인 능력까지 갖추었다. 이런 사람이니까 강의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고도, 수업을 술술 잘 풀어가고, 그의 강의가 학생들의 호응을 받는 것이 아닐까. 나같은 사람이 준비 하나도 하지 않고 명상 열심히 하다가 수업 준비 안하고 수업해도 그처럼 잘 될 수 있을까?


    또 하나 삶의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것의 기준이 좀 모호한 것 같다. 그의 땅과 경계에 있는 땅의 주인이 개간작업을 해서 숲의 나무를 베어낸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에게 가서 설득하려고 한다. 결국 설득해서 그 땅을 자신이 사게 되는데, 이 행동은 삶의 목소리를 거부하고 의지를 내세운 것이 아닌가 싶다. 여태까지 그는 주변의 목소리에 거부하지 않고 맡겼는데, 여기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암릿이라는 위대한 명상가가 과거의 부적절한 행실이 알려져서 자신의 커뮤니티를 떠났을 때 그를 사원으로 초대해서 그의 어려운 시기를 도와주고, 우정을 나누는 일화가 나온다. 과거의 부적절한 행실은 아마도 여성과의 추문이나 그 비슷한 것이 될텐데, 이에 대해서 갈등하지 않고, 그의 편이 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닌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런 내맡김을 나에게 적용시키려고 보니까 그와의 차이점들이 생각을 잡는다. 그에게는 가족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자신을 쉽게 내맡길 수가 있다. 내맡긴 결과가 잘 못 되어도 자신이 감당하면 되니까 부담이 없다. 그에게 가족이 있고, 자식이 있었으면 그렇게 내맡길 수 있었을까?


    나도 이런 마음가짐, 이런 삶의 태도를 어느 정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고.... 그런데, 이런 삶의 태도와 명상이 이런 성공을 보장한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이건 그의 삶의 흐름이고, 내 삶의 흐름은 또 따로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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