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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2] 열한 계단: 삶을 사상의 계단으로행간의 접속/인문 2017. 10. 26. 13:33
책이름: 열한 계단
곁이름: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지은이: 채사장
펴낸곳: 웨일북
펴낸때: 2016.12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쓴 지은이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친 책과 사상을 언급하면서 사고의 성장과 발전을 변증법적으로 이야기한 책이다. 지은이 자신의 개인적인 삶의 궤적도 함께 버무려 놓았기 때문에 약간 픽션 같으면서도 은근히 몰입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그의 생각의 궤적을 모두 열한 계단이라고 했는데, 고등학교 때 문학을 시작으로, 성장하면서 기독교-불교-철학-과학-이상-현실-삶-죽음-나-초월 등으로 올라가게 된다. 이 과정이 일직선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변증법적으로 올라간다. 예를 들면 기독교에 대한 생각에 대한 반대로 불교를 접하고, 이에 대한 합으로 철학을 접하고, 이에 대한 반으로 과학을 접하는 식이다.
이 책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들을 뽑아보았다.
머리말 부분에 지은이는 분명히 말한다. 인생을 사는 것은 내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이러한 성장을 위해서 불편한 지식들로 자신을 깨뜨려야 한다고. 그러면 지식들은 지혜가 되어 성장을 만든다고 한다.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에 대한 것을 말하는데, 이는 허무주의의 최고 형태라고 한다. 우리가 죽으면 다음 생에도 또 똑같은 삶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상이다. 이러한 극단적 허무를 인정하고 나의 삶을 끌어안을 수 있는 존재가 초인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지금, 여기에 대한 생각이 나온다.
초월적인 구원의 세계를 쫓느라 내팽개쳤던 구체적인 삶의 시간들이 나를 원망하는 것만 같았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일요일 아침. 한산한 캠퍼스를 걸으며 나는 고민했다. 도서관으로 향한 오르막을 천천히 올랐다. 전날 밤에 내린 비에 교정은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아스팔트의 회색빛은 짙어졌다. 가로수의 녹음은 깊어졌다. 화단에는 보라색과 다홍색의 꽃들이 생명력을 뽐내고 있었다.
놀랍지 않은가. 이 싱그럽고 건강한 순간을 나는 무한히 경험해왔던 것이다. 내가 이 삶을 다시 선택한 이유, 한 번 더 나로서 살아보기로 결심한 이유는 바로 이 순간을 그렇게도 다시 보고 싶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찰나의 순간은 무한히 중첩된 내 삶의 한 지점을 강하게 꿰뚫고 있었다.
영원회귀의 사상에서는 내가 미래를 위해 흘려보내는 현재의 시간들이 사실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나의 삶은 이렇게 반복될테니 내가 그렇게 똑같은 삶을 사는 것이라면 지금의 순간 순간을 다시 보고 싶어서 그렇게 반복되는 것일텐데 이를 흘려 보내는 것은 너무 무의미하지 않은가 말이다. 허무주의의 극단에서 의미를 찾다니....
지은이는 여행하는 영혼과 우물을 파는 영혼을 말한다. 여행하는 영혼은 불편한 책을 읽으면서 세계의 지평을 넓혀가는 사람이고, 우물을 파는 영혼은 전문적으로 한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전문가가 되려는 사람이다. 그리고 세상은 우물을 파는 영혼을 환영한다.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는 분업화된 사회이고, 효율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나는 둘다 하려고 하는 어중간한 영혼 같은데.....
읽으면서 나의 삶도 이런 식으로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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