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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49]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 의학은 의학 혼자만으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행간의 접속/자연과학/환경 2016. 8. 10. 19:22

    책이름: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

    지은이: 예병일

    펴낸곳: 한국문학사

    펴낸때: 2015.03


    융합과 통섭이 최신 경향인지라 의학도 그냥 의학 혼자서만 버틸 수는 없다. 의학이 좀 더 의학답게 자신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의학이 어떻게 그 주변의 학문들과 접점을 만들고 그것이 결국 우리의 삶을 좀더 인간답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는 책이다. 의학이라고 하면 알 수 없는 얘기들이 많이 나올 것 같은데, 그런 얘기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얘기들은 세부적인 설명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것이고, 대략적인 흐름은 의학이 의학답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맥락을 바탕으로 철학과 윤리, 그리고 교육학과 사회학, 더 나아가서는 정보통신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의사들이 단순히 의학적인 지식 뿐만 아니라 폭넓은 지식을 갖추어야 함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을 정리해 보았다.


    먼저 의학의 관점을이 의사의 관점에서 환자의 관점으로 변화해야 하는 이유를 얘기하고 있다.


    과거의 정의에 의하면 의사는 환자의 몸에 생긴 이상(병)을 바로잡아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환자는 주관적으로 자신의 몸을 해석하여 이상이 있다고 판단하는데, 의사는 개관적으로 그 사람의 몸을 해석한 후 이상을 찾지 못할 경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현대 의학의 맹점이다.

    환자가 어딘가 이상이 있다고 호소하면 의사는 그걸 인정하고 진료에 임해야 한다. 진찰을 통해 특별한 이상을 찾지 못했더라도 환자가 왜 이상이 있다고 느끼는지 공감하고, 의학적 지식을 총동원해 환자가 처해 있는 상황을 이해하고자 할 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의사가 병만 보고 사람인 환자를 보지 않는 경우이다. 병을 찾지 못했으니 아픈 것이 아니라고 여기고, 그럼에도 아프다고 말하는 환자를 이상하게 보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다. 교육에 있어서도 나는 수업에서 가르쳤는데, 학생인 너는 왜 모르느냐고 하면서 학생을 이상하게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교사가 수업을 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다 아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마찬가지로 의학에서도 이러한 비인간적은 풍토를 예방하기 위해 인문학적 의학이 강조된다고 한다.


    의학의 역사에서 내과와 외과에 대한 얘기를 한다. 시체를 해부하는 과정에서 의사들은 직접 칼을 쓰지 않고, 책을 보고 조수에게 명령만 하는데, 조수로 칼을 잡은 사람들은 대부분 이발사들이다. 이발사들이 면도를 하는 등 칼을 잘 쓰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이 때에는 의사들은 대부분 내과 의사들이고, 외과 의사들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외과학이 발달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으니 외과 시술을 하는 이발사들은 의사 취급을 받지 못했다. 오늘날 이발소의 빨강, 파랑, 하양은 동맥, 정맥, 붕대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나 16세기 이후 외과학이 발전하면서 외과의학도 의학의 한 분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의학의 아버지 하면 히포크라테스를 꼽는데, 그가 위대한 것은 의학을 신의 영역에서 인간의 영역으로 끌어내린 것이다. 이전에는 아프면 그건 신의 뜻, 혹은 신의 형벌이니까 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행위들에 의존하게 되었는데, 히포크라테스는 인체가 환경과 부조화하면서 생긴 것이므로 이를 바로잡으면 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질병을 보는 관점이 획기적으로 변함으로써 새로운 방법들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것. 그게 바로 위대한 점이다. 또한 그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명언도 남겼는데, 그가 예술에도 조예가 깊었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때 예술은 'art'를 번역한 것으로 당시에는 의학, 철학, 예술 등이 분화되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에 사실은 '인생은 짧고, 의술은 길다'라는 뜻으로 번역하는 것이 더 맞겠다고 할 수 있다.


    건강보험의 운용하는 것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는 그래도 건강보험이 잘 운용되고 있지만 생각해 볼 문제도 제기한다.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운용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소수의 사람들이 걸릴 수 있는 질병에 대한 보장이 적은 제도는 보험의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보험이라는 제도를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적은 비용이 드는 의료 행위에 대한 적은 보장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할 게 아니라, 적은 비용이 드는 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보장을 줄이더라도 많은 비용이 드는 희귀난치병을 위한 의료행위에 대한 보장을 늘려야 한다. 


    우리는 주로 감기, 비염 등으로 병원을 주로 다니는데, 건강보험 적용하면 2~3천원의 진료비만 낸다. 그거 보험혜택 안 받아도 진료비 내는데 별 어려움은 없다. 그런데 만일 이 혜택을 거두고, 희귀하거나 큰 비용이 드는 진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우리는 돈은 매달 이만큼이나 내는데 혜택은 별로 없다고 하면서 돈이 아깝다고 할 것 같다. 그래서 현재는 그런 불만들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사람에게 조금씩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그런데 큰 시각으로 보면 보험이라는 것이 소소한 것에서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큰 것에서 부담을 더는 것이 목적이므로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읽으면서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으나 의학이 의학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설명한 책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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