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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47] 세인트 존스의 고전 100권 읽기 공부법: 결국은 행복하고 풍요로운 인생행간의 접속/교육/청소년 2016. 7. 30. 23:44책이름: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지은이: 조한별펴낸곳: 바다출판사펴낸때: 2016.02고전이 중요하다,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말들은 많이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고전, 인문학을 집중적으로 배우는 교육기관은 흔하지 않다. 그런 것은 그야말로 교양으로, 혹은 각자 알아서 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인트존스는 고전 100권을 4년 내내 배우고, 거기에 다른 것까지 하는 학교다.1. 세미나세미나는 고전 100권을 토론식으로 공부하는 시간이다. 일주일에 2번 열리는데, 저녁 식사 후 7시부터 대략 2시간 동안 정해진 분량을 읽어와서 토론을 하는 것이다. 4년 내내 이루어진다. 세미나 리스트는 대개 역사적인 흐름에 따라 이루어지는 그리스고전부터 시작해서 근현대의 철학까지 다루게 된다. 역사와 문학, 철학 등이 총망라된다.그런데, 그 많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토론하는 것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책 중에서 튜터가 중요하다고 하는 부분만 발췌해서 읽고, 토론한다. 어느 책은 다 읽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책도 있고, 토론도 서로의 가치관을 드러내면서 심화된 내용을 토론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에는 너무 어려워서 기본적인 내용 파악도 못해서 자기들이 얘기하는 것이 맞는지도 확인할 수 없는 토론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부분적으로 읽고, 갈피도 못 잡는 토론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고전에 대한 나만의 개똥철학이 있는데 그건 바로 고전은 '읽는 책'이 아니라 '생각하는 책'이라는 것이다. 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고전은 웬만큼 자신감이 있지 않고서야 '읽었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대신 고전을 '생각했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고전들에 대해서는 질문부터 달라져야 할 것 같다. "너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읽어봤어?"가 아니라 "너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생각해봤어?"하고 물어야 정확한 질문이라고 느껴진다. 그러면 나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응. 고작 두 시간 생각해봤어. 다시 읽고 더 생각해보고 싶어."고전은 읽는 책이 아니라 생각하는 책이라는 생각은 새롭다. 그렇게 본다면 고전을 생각하게 하는 세미나는 분량을 얼만큼 읽었든, 토론이 깊이가 얕든 상관이 없을 것이다. 어떻든 생각을 줄테니 말이다.그리고 1학년부터 너무 어려운 책을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는데, 지은이는 말한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해도가 있다고. 한 문장을 이해해도 그건 다른 이해를 위한 바탕이 될 수 있으므로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런 것이 쌓이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2. 튜토리얼튜토리얼은 일과시간에 이루어지는 수업인데, 수학, 언어는 일주일에 2번씩 4년 내내, 과학 실험은 3년(1,3,4학년), 음악은 2년(1,2학년)에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다양한 과목들을 가르치는 튜터들은 자신만의 과목만 전담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과목을 다 가르칠 수 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수업이 튜터들도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수업이기 때문이다. 전문 분야의 튜터일 경우 자신이 다 알기 때문에 자신이 다 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말이 많고 학생들을 이끌고 가려는 부작용이 있다. 그리고 튜터들의 미팅에서 수업 정보를 공유하면서 수업을 준비하고, 신입튜터들은 처음 4년을 학생들과 똑같이 청강하면서 수업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배우고, 이런 수업을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습득하게 된다.비전문적인 튜터들이 모든 과목을 가르친다는 것과 학생과 똑같이 청강하면서 학교의 시스템을 배우고 준비시키는 점이 이색적이지만 참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부분들은 우리의 교사 양성 과정에서 참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3. 프리셉토리얼프리셉토리얼은 주제 탐구 정도가 되겠다. 세미나와 튜토리얼의 시간표와 학습내용은 학교에서 다 정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의 선택권이 없지만, 이 프리셉토리얼은 학생들이 선택을 할 수 있다. 1차적으로는 튜터들이 주제를 정해서 공지하면 학생이 선택하는 것이지만, 학생이 먼저 하고 싶은 것을 튜터와 협의해서 튜터가 받아들이면 선정이 될 수도 있다. 이 과정은 3, 4학년 1학기의 마지막 7~8주 동안의 세미나 대신에 실시하게 된다.4. 돈 레그돈 레그는 학생들에 대한 튜터들의 평가이다. 학생을 앞에 두고 튜터들이 학생이 듣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학생에 대한 얘기를 뒷담화하듯이 한다. 잘 한 것, 못한 것, 이상한 것 등 그 학생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 나누는 것을 학생이 듣고서 좌절하고, 반성하고, 희망을 갖는 등 변화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평가이다. 튜터들이 학생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려면 정말 학생들에 대한 이해를 잘 해야만 할 수 있을 것 같다.5. 졸업을 위한 공개 구술시험논문을 쓰고 난 후 그 논문을 발표하는데, 혼자서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한 튜터들과 질의, 응답하면서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 구술시험을 보기 위해 가족들이 초청되고, 전교생이 함께 관람을 한다. 살 떨리는 행사이면서도 절정을 향해 가는 짜릿함도 있는 것 같다.
6. 외국인으로서 영어에 대한 자세
지은이는 외국인으로서의 핸디캡이 있었는데, 이를 잘 극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그렇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노력이겠지만 그가 선택과 집중을 해야지 그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었을 것 같다. 특히 토론에서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이 나왔을 때 그는 자신을 소외시키지 않도록 노력했다.
내 의견을 제시하는 건 나중의 문제였다. 우선 제일 중요하게 익혀야 할 토론의 기본은 나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장 속에 나를 '존재'하게 하는 것이었다.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 되면 왜 그런지 질문하고, 어떤 친구의 의견이 명료하지 않다면 다시 정리해보는 것. 그것이 핵심이었다. 열정적인 논의가 오가던 토론의 흐름은 그렇게 함으로써 뚝 끊기겠지만, 그럼에도 이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라는 존재가 토론의 흐름 안에 있을 수 있고, 토론자들이 모두 함께 한 발 뒤로 물러나 다시 생각하고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거 대단히 용감한 행동이다. 질문을 하면 다른 토론자들이 자기를 무시할 것 같지만 질문을 통해서 상황을 명료화하게 되면 다른 사람이 그를 무시할 수 없게 되고, 결국 토론의 흐름에 자신의 존재감을 얹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영어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영어를 잘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을 잘 하기 위해 영어를 하는 것이다. 소통을 잘 하고, 토론을 잘 하게 되면 영어는 자연스럽게 잘 하게 된다. 그렇다면 소통을 잘 하려면 자신을 믿고 자신의 주관을 길러 생각을 발전시키면서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마디로 자기 생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도 없이 영어를 떠벌리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오직 영어를 위한 영어를 경계하는 말이다.
7. 다양한 방과후 활동
수업 후에는 다양한 방과후 활동들이 있는데, 학생회, 봉사, 운동, 여행, 아웃도어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고, 그리고 파티도 정기적으로 열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대학의 낭만도 즐긴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파티는 시니어 프랭크 파티이다. 논문을 다 쓴 4학년 학생들이 졸업전 전교생의 세미나를 망치는 파티이다. 취소되지 않는 세미나가 이날 하루만큼은 선배들에 의해서 취소된다. 1,2,3학년 학생들이 세미나를 열고 있으면 4학년들이 들어와서 튜터를 내쫓고 술과 음료를 나눠주면서 파티를 하는 것인데, 사전에 날짜를 노출시키지 않고, 갑자기 벌어지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다양한 퍼포먼스도 한다고 한다.
8. 세인트존스에서 배운 것
지은이는 세인트존스에서 4년간 공부하면서 배운 것을 얘기한다. 고전을 100권이나 읽었으니 진리에 얼마만큼 접근했고, 생각과 행동, 영어 등이 얼마나 많이 달라졌겠지 라는 것을 얘기할 수도 있었겠으나 지은이는 좀 다른 얘기를 한다. 수업시간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돈 레그에서 절망적인 얘기를 듣고,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면서 초라해진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면 '마침내 무언가를 배웠다'거나 '드디어 정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의 일이 일어났다. 그냥 포기해버린 것이다. 욕심과 비교를 내려놓고, 초라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 것. 그게 내가 한 포기였다. 내 한계를 받아들였다. "그래. 이게 그냥 나구나."
근데 더 놀라웠던 건 그 다음부터다. 내가 내 한계를 받아들이니 마츰이 편해지고 오히려 배움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그렇게나 배워보려고 발악하고 노력했는데, 내려놓고 보니 배움이란 이렇게 쉬운 것이었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하면 한계를 인정하니 새로운 가능성이 보였다는 것이다. 할 수 없는 것에 매달리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깨달으면서 새로운 것을 얻어가는 것. 그러면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을 배웠다는 것이다.
9. 다 읽고나서
정말 배움이 있는 학교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이런 대학에서 한 번쯤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막상 이런 대학을 가겠다고 결정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역시 문제는 영어.... 그렇게 본다면 지은이의 용기는 대단하고 박수받을 만하다. 지은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영화를 공부하겠다고 하는데, 이런 인문학적, 고전적 바탕을 갖고 영화를 만들면 남들과는 좀 다른 영화가 만들어질 것 같은 기대를 하게 된다. 설사 그런 영화가 아니더라도 지은이는 인생은 풍요로울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고전을 접하는 지은이의 태도를 흉내내서 고전을 읽고 생각하는, 좀 풍요로운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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