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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15] 서울, 공간의 기억 기억의 공간: 기억이 없는 공간은 없다
    행간의 접속/인문 2016. 4. 1. 23:50

    책이름: 서울, 공간의 기억 기억의 공간

    지은이: 조한

    펴낸곳: 돌베개

    펴낸때: 2013.08


    건축가인 글쓴이가 서울의 몇몇 공간들, 혹은 몇몇 건물들에 대한 자신의 기억과 기록을 바탕으로 지난 시간들을 되짚어본 책이다. 단순히 이 건물이 언제 생겨서 어떻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 건물, 이 공간이 있었던 때에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었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살펴보고, 현재에는 또 어떤 느낌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뽑은 서울의 공간들은 모두 20곳인데, 그 중에서 내가 가본 곳도 12곳 정도 되어서 그 공간을 생각하며 읽으니 그 의미가 좀 더 가깝게 다가왔다.


    내가 가보지는 않았지만 글쓴이가 정말 애정을 갖고 공간을 다시 보고 있구나 느낀 곳은 홍대 앞 벽돌거리이다. 지금은 거의 벽돌건물들이 별로 없어서 벽돌거리라고 하기가 민망하지만 글쓴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아름다운 벽돌건물들이 있어서 글쓴이는 벽돌거리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 거리의 건물들이 어떻게 바뀌고, 어떤 가게들이 들어서고, 현재는 어떻게 되었는지를 시간의 단층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얘기하는 것을 보면 정말 이 거리를, 이 건물들을 사랑하는구나 하고 느낌이 온다. 그리고 현재의 건물들에 숨어있는 예전의 흔적을 스케치로 재생한 그림을 보면 이 건물이 예전에는 이랬구나 하는 느낌을 넘어서 그 추억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리고 건축가 김수근의 두 작품 공간 사옥과 남영동 대공분실을 얘기하면서 공간을 다루는데 천재적인 소질이 있는 사람이 그 소질을 인간을 고문하는 잔인한 용도의 건물을 설계하는 데 사용하였다는 사실이 건축가로서 글쓴이를 반성하게 만든다고 했다. 김수근이 어떤 생각으로 그 공간을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타까운 현실이다.


    서촌에는 이상의 집이 있단다. 이상이 선배의 집에서 하숙을 했던 시절에 거처하던 곳인데, 당시의 건물은 없고, 그 터에 한옥이 있어서 여러 과정을 거쳐 이상의 집으로 알려진 곳이라고 한다. 이 공간이 지금은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오픈 공간이 되었다고 하는데,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대공원 안에 있는 꿈마루는 특이한 건물이다.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불분명하면서 수평과 수직이 교차하는 가운데 특이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었다. 이 공간이 원래는 순종의 비인 순명효황후의 능인 유릉이 있던 곳이었다. 그래서 동네 이름이 능동이라고 한 것 같았다. 근처에 능이 없는데 왜 능일까 생각했었는데, 능이 있기는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일제시대에 골프장이 들어서고, 해방 이후에는 서울컨트리클럽이라고 불리다가 박정희 정권 때 육영수 여사의 제안으로 어린이대공원으로 개장한 것이다. 꿈마루 건물은 서울컨트리클럽의 클럽하우스였다가 대공원 시절에 교양관, 식당 등으로 운영되었었다.


    이런 식으로 건물들의 기억들을 되짚어가니 이 세상의 어떤 건물도, 어떤 공간도 그냥 생겼다가 사라진 것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았던 동네들의 건물들, 지금 살고 있는 동네의 공간들도 언젠가는 기억과 추억의 한 단면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이런 공간들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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