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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7] 생각해봤어?: 청소년을 위한 인터뷰 특강행간의 접속/인문 2016. 4. 4. 20:30
책이름: 생각해봤어
지은이: 홍세화 외 7인
펴낸곳: 교육공동체 벗
펴낸때: 2012.10
점필재 연구소에서 청소년을 위한 인문독서교실을 운영하고, 그 때의 강연들을 엮어서 책으로 만든 것이다. 청소년판 인터뷰특강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청소년을 위한 특강이라서 내용들도 어렵지 않고 쉽게 풀어서 전달하려고 한 흔적이 보인다.
강사들의 강연은 강연다웠고, 청중들의 질문은 질문다웠다. 그래도 의미있던 것들은 질문인 것 같다.
철학자 강신주는 강연에서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을 '그들'이라고 지칭하며, 대가없는 선행을 권하는 사회는 우리에게 희생을 강요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청중은 질문한다. 왜 그러냐고.... 또 이에 대해 강신주는 대답한다.
그건 관념적으로 사랑하는 거죠. 내가 A를 사랑한다는 말은 '나는 A가 나를 사랑하기를 원한다'는 의미죠. 저는 대가 없이 희생한 사람들은 교육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모습들을 찬양하면 안 돼요. 사람들을 죽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아요. 차라리 "배운 대로 하면 저 아이를 구해야 하는데, 나는 못 구했네. 난 용기가 없나 봐." 이렇게 생각하는 게 더 좋다고 봐요. 사랑은 그 사람한테 시간을 내고, 그 사람의 짐을 나눠 들어 주고, 그 사람이 힘들 때 옆에서 줄기차게 버텨 주는 것이에요. 순간적은 감정이나 마음의 장난이 아닌에요.
뽑아놓고 보니 좀 파격적이고,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이 얘기를 그냥 겉으로만 들으면 선행을 하는 사람들을 폄하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지만 그 의도는 분명히 하자. 교육이 누군가를 희생양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
한문학자인 배병삼은 질문자가 논어가 엘리트주의적인 종적 윤리만 강조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논어의 횡적 윤리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삼강오륜 중에서삼강은 종적 윤리지만 오륜은 횡적 윤리다. 둘이 공존했으나 이를 지배층에서 취할 때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을 취하다 보니 종적 윤리만 강조된 것이다. 유교 자체는 공적 윤리와 횡적 윤리가 공존한다고 말한다.
홍세화는 공화국이라면 공공성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국가가 공공성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여태까지 공화국 하면 대통령이 있는 정치 체제라고만 생각했지 그 이념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공화국에는 그런 의미까지 갖고 있었다. 그 이념에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얼마나 공화국스럽지 않은지가 보인다.
사회학자 김동춘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학생들에게 좀 충격으로 다가갈 수도 있을만큼 내용이 약간 세다. 그런데도 거침없이 얘기하는 다른 곳에서는 그런 얘기를 해주는 곳이 없기 때문에 얘기를 하는 것 같다. 대학 신입생 때 내가 받은 충격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청소년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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