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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50] 철학이 필요한 시간: 철학에 더 한 걸음 가까이
    행간의 접속/인문 2014. 12. 22. 09:14



    철학이 필요한 시간

    저자
    강신주 지음
    출판사
    사계절 | 2011-02-1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현실감 있는 철학적 어드바이스가 필요하다 일반인들의 인문학에 대...
    가격비교


    철학에 대한 책을 오랜만에 읽어보았다. 물론 본격적인 철학 이론서는 읽어본 적도 없지만, 교양으로서의 철학책이라도 참 오랜만이다. 대학 때 지적 허영심으로 유명한 철학자들의 이름들이 많은 책을 읽으면서 철학에 친숙함을 갖고 있다는 착각 속에 있었는데, 그 시절이 잠깐 생각나기도 했다. 철학자들의 이름만 친숙했던 시절말이다.


    인상적인 부분이 몇 개 있어서 인용해 본다.


    웃음이란 경직된 것과 기성적인 것, 그리고 기계적이고 무반성적으로 이루어지는 행동들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저항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베르그송의 말대로 웃음은 기계와 같이 맹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인간의 말과 행동을 교정하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웃음이 지향하는 것은 모든 인간이 유연하고 생생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웃음은 가벼운 것이라는 통념을 깨는 이야기이다. 웃음이 저항이 되고, 웃음이 자유를 주는 것이라고 보면 웃음은 정말 대단한 힘을 가진 것이다.


    그리고, 아우라의 개념을 설명한 벤야민의 얘기도 인용해 본다.


    어느 여름날 오후 휴식의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그림자를 던지고 있는 지평선의 산맥이나 나뭇가지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이 순간, 이 산, 그리고 이 나뭇가지가 숨을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현상을 우리는 산이나 나뭇가지의 아우라가 숨을 쉬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우라, 아우라 말은 많이 하지만 정확한 개념은 몰랐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어느정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존재의 고유성과 생생함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기 드보르는 자본주의가 우리를 유혹한다고 하지만, 글쓴이는 이에 빠지지 않는 방법을 얘기한다.


    스펙터클 사회는 인간으로부터 상품에 대한 시각적 감각을 제외한 일체의 현실 감각을 박탈해버린 거대한 매트릭스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바로 여기에서 역설적으로 스펙터클 사회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을 볼 수 있다. 촉각으로 접할 수 있는, 즉 자신이 직접 몸으로 부딪쳐 느낄 수 있는 구체적인 현실 세계에 지속적으로 개입하여 현실 감각을 키워야 한다. 단지 이것만이 권력과 자본이 내건 집어등의 유혹으로부터 해방되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욕망에 흔들리지 않고, 현실 감각을 키우기, 중요할 것 같다.


    글쓴이가 고등학교 인문학 특강에서 현실과 이상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답한 내용이 인상적이다.


    "이상과 현실의 탑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사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현실이란 급류, 그러니까 모든 것을 휩쓸어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압도적인 강물과 같은 것이지요. 여러분은 지금 이런 급류 속에 있는 겁니다. 그럼 이상이란 무엇일까요? 그건 여러분의 손에 들려 있는 작은 나무토막 같은 겁니다. 급류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그 나무토막을 강바닥에 박고 버텨야만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급류의 힘이 너무 강해 질질 끌려가기 쉬울 겁니다. 그렇지만 강바닥에 박은 나무토막이 없다면, 우리는 급류의 힘에 저항할 수도 없을 겁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그러면서 이상을 잃지 않고 살아간 삶이 정말로 주체적인 삶이라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상을 포기하는 것이 쉽고, 포기하는 줄도 모르게 포기하고 사는 경우가 많은 요즘 시대에 이상을 잃지 않는 삶은 정말 힘들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런 삶,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강신주의 설명을 보면 길게 얘기하지 않아서 철학이 부담스럽지 않고, 옛날 사람들보다는 현대 철학자들의 얘기가 많아서 철학에 대한 관심을 조금 더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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