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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9] 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 주역의 세계로 한 걸음 앞으로행간의 접속/인문 2015. 11. 8. 22:28
서명: 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
저자: 이상수
출판사: 웅진 지식하우스
발행일: 2014년 9월
전부터 주역에 대해서 읽고 싶었다. 신영복의 『강의』에서 주역을 조금 접했는데, 기초적인 지식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읽으니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고, 단편적으로 느낌이 있는 부분들만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이 책도 전체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주역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한 걸음 앞으로 나간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1. 주역의 말투
글쓴이는 주역의 말투가 평범하고, 참 좋은 말씀 같은 말투는 아니라고 말한다. 평범하고 참 좋은 말씀 같은 말투란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든가, 예수의 "네 원수를 사랑하라"같은 지혜의 말씀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말씀은 좋은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장 실천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주역은 어떤 말투를 쓸까. 소크라테스의 말을 주역의 말투로 바꾸면 "너 자신을 제대로 알고 살아간다면 큰 허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고 멋대로 행동한다면 네 인생은 극심한 곤경에 빠질 것이다."라는 식이 된다. 정말 당장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정도는 협박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말투는 우리에게 실천을 유도하여 변화를, 그리고 길함을, 통함을 줄 수 있다.
2. 주역의 64괘
주역은 모두 64개의 괘로 이루어져 있다. 그 하나하나가 우리 인생의 구체적인 상황상황들이다. 그 상황에서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되고, 행동하게 된다. 돌파할 때도 있고, 기다릴 때도 있고, 따져야 할 때도 있고, 전쟁을 불사할 때도 있고, 사랑할 때도 있고, 버텨야 할 때도 있다. 이런 각각의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하면 길할지, 어떻게 행동하면 어려움에 처하고 흉할지를 보여준다.
인생의 모든 상황이 64가지라고 분류했다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그렇게 정리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인생이 있고, 그 인생이 몇 백년, 몇 천년을 걸쳐서 살아왔는데, 그 옛날에 겪었던 삶의 상황이 지금에도 통할 수 있는지 의아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였다.
3. 괘를 읽는 법
주역의 괘는 막대로 되어 있는데, 이 막대기를 '효'라고 한다. 효는 양(볕) 효와 음(그늘) 효가 있는데, 가운데가 터진 것이 그늘 효이고, 터지지 않고 이어진 것이 볕 효이다. 볕은 능동적 에너지, 남성, 튀어나온 것, 공격, 홀수, 굳센 것, 앞으로 나아가는 것, 외향적인 것 등을 뜻하고, 그늘은 수동적 에너지, 여성, 들어간 것, 방어, 짝수, 부드러운 것, 뒷받침하는 것, 내향적인 것 등을 뜻한다. 세상은 두 가지 힘으로 되어 있다는 이분법에 의한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하나는 좋고, 하나는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다르다. 공격적인 힘이 필요할 때에는 남성적인 것이 좋겠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남성적인 것이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두 개의 효를 갖고 세 줄로 된 삼획괘를 만들면 모두 8개의 삼획괘가 나온다. 여덟 개의 삼획괘는 각각 하늘(굳셈), 땅(유순함), 우레(움직임), 바람(들어감), 물(험난함), 불(밝음), 산(멈춤), 연못(기쁨)을 의미한다. 여기서의 굳셈이나 유순함도 길흉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삼획괘를 아래 위로 배열하면 주역의 괘가 된다. 위에 있는 괘를 상괘, 아래 있는 괘를 하괘라고 한다. 8개의 괘를 8번씩 배열하므로 모두 64개의 괘가 나오는 것이다. 8개의 자연물의 상하 배열이 자연의 법칙에 맞을 수도 있고, 어긋날 수도 있지만 그것이 곧바로 길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정상으로 보는 배열에서 비정상을 발견할 수도 있고, 거꾸로 비정상으로 보이는 배치 속에서 정상을 찾을 수도 있다.
64괘는 각각 이미지(괘상), 제목(괘명), 큰 줄거리(괘사), 상세한 줄거리(효사)로 구성되어 있다.
4. 주역점 읽는 법
여기서부터 모르겠다. 변효가 어떻고, 6,7,8,9가 어떻고 하는데, 왜 그렇게 되는지 알 수가 없다. 나름의 논리가 있는데, 그 논리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왜 그걸 그렇게 연결시켜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5. 주역이 주는 가르침
주역이 주는 가르침 중에 첫번째는 변한다는 것이다. 주역은 역경이라고도 하는데, '역'자는 '바꿀 역'이다. 따라서 길흉은 바뀌는 것이고, 그럴 수 있는 근거는 길함 속에는 흉의 싹이 있고, 흉함 속에는 길의 싹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한 효에는 두 가지 뜻을 갖고 있는데, 이러이러하면 길하다는 말은 이러이러하지 못하면 흉하다는 뜻이고, 반대로 이러이러하면 흉하다는 말은 이러이러하지 못하면 길하다는 뜻이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전제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고, 덕을 쌓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덕을 쌓고, 길함이 흉함으로 변하지 않게 전제를 충족시키는 삶을 살라는 가르침은 굳이 점을 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좋은 얘기를 들으려면 점을 칠 필요가 없지 않을까? 맞다. 그래서 주역의 가르침대로 사는 사람들은 점을 칠 필요가 없다. 주역을 만든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인간은 약한 존재이고, 무언가 절대적인 권위를 따르려고 하기 때문에 점을 칠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의 덕과 역량을 돌아보고 미래를 주도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에 주역점을 만든 것이란다.
6. 다 읽고나서
주역에 대한 좀더 쉬우면서도 자세한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을 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의 삶에서 만날 수 있는 64가지 상황들을 읽으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좀더 올바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서 주역에 대해서 한 걸음 나아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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