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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7]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전쟁 속 삶 아닌 삶행간의 접속/문학 2014. 8. 26. 13:49
박완서 자전소설 중 성년의 시기를 그린 소설이다. 시대는 1.4 후퇴부터 53년까지의 삶을 그리고 있다.
1. 줄거리
1.4후퇴 때 서울을 비우라고 했을 때, 가족들은 피난을 가지 못한다. 인민군으로 끌려간 오빠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그런 것이고, 결국 후퇴 직전에 오빠는 기적적으로 돌아왔고, 다같이 후퇴하려고 했는데, 너무 늦어서 현저동 산동네의 빈집에서 기거하게 된다. 빈집의 식량을 털어 먹고 있던 중 인민군이 무혈입성하고, 인민위원회가 다시 들어서고, '나'는 그 일을 돕게 된다. 그 속에서 '나'는 공산주의 사회의 비인간성을 경험한다. 그리고 오빠는 이전의 진중한 오빠가 아닌 무언가에 쫓기는 오빠였다.
다시 인민군이 물러가면서 젊은 사람들은 모두 데려가려고 하자, '나'와 올케와 조카는 북으로 가고, 오빠와 엄마와 큰 조카가 남는다. '나'와 올케와 조카는 중간에 탄현과 교하에서 지내다가 남으로 내려와 돈암동에서 엄마와 오빠를 다시 만나고, 개성 숙부네와 할머니까지도 만나게 된다.
대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올케와 숙부와 숙모가 나서고, '나'는 청년단체에서 일하면서 집안의 밥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다시 피난 명령이 떨어지자, 가족들과 떨어져 따로 청년단체 회원들과 피난을 갔다가 돌아왔고, 이후에 가족들도 돌아와 본격적인 서울살이를 한다.
건너 건너 소개로 미군 PX의 파자마부에 들어갔다가 초상화부에서 일하면서 돈을 벌어 생계에 보탬이 되었고, 물질 중심의 미국 문화에 젖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이질감을 느끼지만 자신도 서서히 물들어간다. 그런 가운데에서 화가 박수근을 잠깐 알게 되고, 동네 휘문고 졸업한 남자도 잠깐 사귀고, 그러다 PX 건물 관리 기술자를 만나 그의 진중함에 이끌려 결혼한다.
2. 인상적인 장면
PX 주변에 있는 양아치들을 묘사한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정말 이런 것들이 양아치구나 할 정도로 실감난다. 좀 길지만 인용해본다.
양아치에도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깡통을 들고 다니는 거지고, 또 한 종류는 뭘 파는 것처럼 들이대면서 훔치는 걸로 주로 하는 좀도둑들이었다. 거지 애들의 밥은 양공주와 '피엑스 걸'이었다. 그 애들은 피엑스 안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젊은 여자들을 통틀어 피엑스 걸이라고 부르면서 양공주와 분류해 주기는 했지만, 한번 붙들렸다 하면 용서 없기로는 양공주 취급과 조금도 다를 게 없었다. 그 애들은 빌어먹으려고 깡통을 들고 다니는 게 아니라 겁을 주려고 들고 다니는 거여서, 질이 좀 나은 애는 그 안에다 콜타르 비슷한 시커먼 걸 넣고 다녔지만, 질이 나쁜 애는 구린내 나는 인분을 넣고 다니면서 핸드북을 붙들고 늘어졌다. 돈을 안 주면 그걸 옷에다 칠하겠다고 킬킬거리며 위협했다. 그들은 얼굴에다 일부러 앙괭이를 그리고 패거리를 지어 다녔기 때문에, 재수 나쁘게 걸렸다 하면 얼른 한 푼 집어 주는게 수였다.
그밖에 전쟁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발버둥치는 삶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그 시절을 고스란히 가져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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