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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6]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사실과 기억의 힘행간의 접속/문학 2014. 8. 21. 21:59
부제가 있다. '소설로 그린 자화상-유년의 기억'
부제처럼 자신의 유년 시절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 것이다. 장편소설이라고 붙였으니 소설이라고 했지만 사실상의 자서전, 혹은 회고록에 가깝다. 머리말에 있듯이 순전히 기억에만 의존해서 썼으므로... 읽으면서 이건 허구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고... 실제의 삶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이게 허구라고 생각한다면 좀 맥이 빠질 것 같았다. 이 점이 이 소설의 힘이었다.
이야기는 크게 개성에서 살던 시기, 서울에서 국민학교를 다닌 시기, 중고등학교를 다닌 시기, 대학 들어가자마자 전쟁을 맞이한 시기로 나뉜다.
개성에서의 시기는 정말 순수한 시골 아이의 정서를 그대로 안고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그리고 있고, 서울 국민학교 시기는 개성과는 다른 서울의 각박함을 서서히 느끼면서 불편하지만 현실에 조금씩 적응하는 삶을 그리고 있다. 중고등학교 시기는 그 각박함을 문학을 통해서 극복하는 삶을 그리고 있고, 대학과 전쟁 시기는 혼란스럽고 치욕적이었던 그래서 견디기 힘들었던 삶을 그리고 있다.
이런 삶의 가운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엄마이다. 딸 자식은 신여성으로 키우려고 서울의 학교로 보내려는 극성이 있는가 하면 아들의 결정에는 말을 하지 못하는 전근대성을 함께 지닌, 모순된 존재이기에 '나'의 핀잔과 비아냥과 비난을 받지만 결국 그것이 엄마이고, 인간임을 작가는 보여주고 있다. 이런 엄마와의 대결 의식은 박완서 작품의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1.4 후퇴로 텅빈 도시에 남아 공허함을 넘어선 공포의 경지에서 그것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문학의 뜻을 세우면서 극복하는 장면은 문학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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