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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4] 휘청거리는 오후: 현재 진행중인 40년 전의 풍속도행간의 접속/문학 2014. 8. 13. 13:38
박완서 전집 제 1권이다. 한국 문학에서 여성작가로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박완서의 작품을 읽어야겠다는 결심은 수차례 했지만 무슨 작품부터 봐야 할지 몰라서 주저하다가, 이렇게 주저만 하다가는 결국 못 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박완서 전집에 있는 작품들을 읽어나가면 되겠다는 생각에서 전집 1권을 잡았다. 그런데 너무 두껍다. 2권, 3권도 두껍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단편집부터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76년에 동아일보에 연재된 소설인데, 신문연재소설이라서 남녀간의 관계에 대한 약간의 통속성도 찾을 수 있다. 주요 인물은 교감 출신의 사업가 허성씨, 큰 딸 초희, 둘째 딸 우희, 셋째 딸 말희가 있다. 이 세 딸의 결혼 과정 속에서 70년대의 우리 풍속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풍속은 40년이 지난 2014년에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전혀 옛날 이야기 같지가 않다.
허성씨는 자그마한 사업을 한다. 누구 하나 속이지 못하고, 정직하고 성실하게만 사업을 하다 보니 큰 이익은 없이, 딸 자식들 공부시키고 근근히 살아가는 정도이다. 그러나 딸들의 결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돌파구가 있어야 했고, 결국 말희의 결혼과 유학 자금을 위해 부실공사를 하여 이익을 남겼다가 적발당해서 자살하고 만다.
초희는 상류사회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마담뚜를 통해 아이 딸린 공회장을 소개받고, 결혼하여 자신의 욕망을 채운다. 그러나 행복을 얻지는 못하고, 외로움과 고독을 약물로 위로하다 중독되고 만다.
우희는 자수성가한 대학선배 오민수와 결혼하고 근근히 살아간다.
말희는 고시생 정훈과 헤어지고, 정훈 후배인 경하와 결혼한다.
인물들의 심리가 아주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박완서의 감각이 느껴진다.
그런데 내가 기대했던 마지막의 허를 찌르는 반전이 날카로움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단편에서 그런 것들을 찾아보고 느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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