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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내 생애 가장 어리석은 하루바람의 시선/자전거 2014. 4. 30. 18:24
오늘 내 생애 가장 어리석은 실수를 저질렀고, 그 피해도 상당하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는 길이었고, 몸 컨디션은 보통이었다. 그러나 느낌은 약간 쳐졌다. 순간적인 상황에 대한 반응이 약간 느린 감은 있었지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첫번째 안 좋은 느낌은 서울병원 건너 고가도로를 넘어가서 내리막을 갈 때 약간 삐끗하는 것이 있었고, 기분은 나빴지만 별 탈없이 지나갔다. 두번째 안 좋은 느낌은 송이공원을 지날 때 최루탄을 맞은 것처럼 눈이 아주 매워서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던 것이 있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무슨 꽃가루가 눈에 들어간 것이 아닐까 추측이 된다. 눈물이 계속 흘렀지만 한동안 매운 것이 가시지 않았다.
탄천을 지나 한강으로 들어서서 청담대교와 영동대교를 지나고나서 앞바퀴의 퀵 레버가 약간 젖혀져 있길래 저게 풀리면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달리면서 발로 살짝 밀어주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렇게 했더니 발에 너무 힘을 주어서 앞바퀴에 발이 끼면서 앞으로 고꾸라졌고, 앞니가 입 안으로 밀려들어오고, 깨지고 그랬다.
입 안의 느낌이 이상해서 넘어진 상태에서 이를 만져보니 피가 났고, 앞니가 약간 허전하기도 했다. 맨 처음 드는 생각은 내가 왜 그랬지 하는 생각이었고, 그 다음에 드는 생각은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꿈이 깨는 느낌이 아니라서 현실인 것을 알았고, 지나가는 라이더가 괜찮냐고 묻고, 옆으로 자전거를 옮겨주었다. 세번째 드는 생각은 은지에게 어떻게 얘기하나 였다.
그 다음에 어딘가에 연락을 해야 하는데,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병원에 가야 하는데, 치과를 가야 하나 응급실을 가야 하나, 치과는 아직 안 할테고, 구급차를 불러야 할 정도인가, 그런 것 같지는 않고, 병원을 가면 자전거는 어떻게 하나, 복장은 어떻게 하고, 누구한테 먼저 연락을 해야 하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무엇하나 결정할 수 없었다.
일단 병원을 먼저 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직장이 10분에서 15분 거리에 있으니까 자전거를 끌고 가서 거기에 놓고 오늘 못 간다고 연락한 후에 옷 갈아 입고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기로 결정했다. 자전거를 끌고 가는데, 림이 휘었는지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아무튼 바퀴가 잘 구르지도 않는다. 생각대로 정리하고 택시를 탔다.
일단 이가 상했으니까 치과를 갈 생각을 했고, 우리집 근처에서 치과를 하는 어머니 친척을 생각하고 어머니께 연락을 했다. 어머니도 놀라셔서 전화를 받으셨고, 일단 어머님 댁으로 오라신다. 어머님댁에 왔더니 마침 우리 집에 머물던 외삼촌 내외가 일단은 다른 부분도 검진을 받아야 하니까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권하셔서 아산병원으로 갔다.
아산병원에서 혈액검사, X레이, 심전도 검사, 치과 진료 등을 받았고, 다른 데는 이상이 없고, 치과 진료를 통해 안으로 밀려서 흔들리던 이를 다시 앞으로 꺼내서 고정시켰고, 깨진 이는 겉을 약간 싸는 처치를 받았다. 거울을 보니 잇몸이 많이 상했고, 입술은 부어 올랐다.
친척분 치과는 오늘 휴일이라서 내일 가기로 하고, 일단 근처 치과에서 간단한 추가검진을 받았는데, 일단 아산병원에서 응급처리를 잘 했기 때문에 추가로 진료를 할 것은 없고, 조심하면서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라고 했다. 추후에 흔들렸던 이가 색깔이 변하면 신경이 죽은 거니까 신경치료를 해야 하고, 변하지 않고 유지되면 위치만 보정하면 된다고 한다. 지금은 그것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한다. 치과 치료에 대한 비용 문제가 여기서 판가름 날 것 같다. 대박으로 깨지느냐 선방하고 넘어가느냐.
아내는 내가 자전거를 계속 타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좀 조심했으면 좋겠다고 하고, 나도 조만간은 자전거를 타기 힘들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완전히 안 탈 수는 없을 것 같다.
일상적이지 않은 일을 저지르고 하루를 보내고나니까 좀 멍한 느낌이고,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여전히 믿어지지 않았다. 이 다친 일도 이렇게 나를 힘빠지고, 마음 힘들게 하는데 하물며 세월호 참사를 겪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어떠할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내 생애 가장 어리석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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