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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31] 나는 왜 교사인가: 굳어진 나를 다시 확인하다행간의 접속/교육/청소년 2013. 4. 27. 00:30
글쓴이가 2002년부터 우리교육에 실었던 연재글 교사 탐구를 단행본으로 묶은 것이다. 10년도 다 지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묶는 것은 너무 시의성이 떨어진 것일테지만, 그 뒤에 탐구의 대상 교사들이 그 후의 이야기를 편지로 쓴 것을 담으니 변화의 과정까지 함께 담을 수 있어서 과거의 이야기도 가치 있고, 현재의 이야기도 가치 있는 모습으로 책이 만들어졌다.
탐구 대상 교사들은 대부분 전교조 교사들이고, 해직교사 출신들도 많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신념을 갖고 가치를 추구하는 교사들인 것을 알 수 있다. 읽으면서 나에게 이런 신념이 있던 시절이 언제였던가.... 부끄러워서 책을 놓고 싶기도 했다. 교사로서 교사 이야기가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갈등하게 만들고, 길이 보이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고....
책 내용 중에서 미술교사 김인규의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저는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수업의 결과에 상당히 집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계획한 대로 학생들이 멋진 결과를 생산하길 바랐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학생들의 삶에의 의지, 욕망 등이 일단 한번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 저의 계획을 넘어서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이미 알고 있던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으로, 새로운 영역으로 나갔던 것이지요. 수업을 시작할 때 학생들은 내 영토 안에 있었지만,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는 그 지형을 변화시켰다는 말입니다. 새로운 지형을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창조적인 일이면서 가장 정치적인 일이지요. 제가 쳐 놓은 경계를 고집하면 학생들의 욕망과 충돌하고 급기야 그들은 저를 거부하는 것이었지요. 그때 제가 그들의 욕망을 읽어 내고 그 경계를 조정하거나 버리고 나가는 순간이야말로 가장 창조적인 국면이고 성취감이 높았습니다. 그러다 때로 길을 잃기도 했지만 말이지요.
학생들의 창조적인 작업 과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사실 교사의 통제와 울타리를 벗어나는 과정을 시도하기란 교사에게 두려움 그 자체이다. 토론 수업, 모둠 활동의 어려움은 그 예측 불확실성 때문이고, 그 불확실성이 곧 교육적 효과에 대한 검증을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검증되지 않은 활동을 시도하기는 정말 힘들다. 그러나 글쓴이는 그 과정이 곧 진정한 교육이라 말하면서 긍정하고 있다. 그 긍정을 나도 갖고 싶다.
전에는 이런 책을 읽고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앞으로 나아가는 생각을 했었는데, 요새는 솔직히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많이 굳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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