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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73] 부모님을 용서하는 방법에 대한 발칙한 보고서: 산만함, 자유로움, 기발함의 불협화음행간의 접속/교육/청소년 2012. 11. 23. 08:51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있어서 자식이 부모를 용서하는 상황은 그렇게 많지 않거나 많아도 드러나지 않는다. 장유유서가 여전히 중요한 가치로 인정되고 있는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그런데 프랑스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개인의 자유라는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회이다보니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수직으로 보지 않고, 수평으로 보게 되고, 따라서 이런 제목의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는 옮긴이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에도 부모답지 않은 부모들, 혹은 이전의 부모와는 달라진 생각과 행동을 보여주는 부모들이 있으니 흔하지는 않지만,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우리에게 해당되는 내용이 있을 것 같아서 읽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글쓴이가 너무 자유분방하게 쓰다 보니 내용이 너무 산만해져서 일관된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겠고, 맥락은 고사하고 내용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차례에 나와 있는 제목들을 보면 여러 유형의 부모들이 나온다. 히피 스타일, 이혼하고 재혼한 부모, 형제를 많이 낳은 부모, 부자인 부모, 나이 많은 부모, 간섭하는 부모, 신비주의 집단에 속한 부모, 이데올로기에 갇힌 부모, 권위적인 부모, 지나치게 지적인 부모 등 문제시 될 만한 부모도 있고, 문제와 일상의 경계에 있는 부모들도 있다. 그런데 이들 부모에 대한 얘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쉽지 않다.
일단 말하는 이가 일정하지 않다. 각각의 유형에 대해서 자식의 입장이 되었다가, 상담자가 되었다가, 부모가 되었다가, 객관적인 제3자가 되었다가 왔다갔다 하니까 맥락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말하는 투도 너무 자유분방하다. 진지함은 거의 없고, 반은 장난하는 것, 반은 수다 떠는 것 같다. 거기다가 현학적인 부분까지 있어서 이건 뭔가 싶다.
한 가지 더 자유로운 것은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은유적인 기법으로 표현한 동화도 있고, 자식의 감정들이 말하는이가 다른 감정들의 변화를 얘기하는 것도 있고, 부모를 암살하려는 자식의 이야기도 있고.... 직접적인 부모 자식 관계가 아닌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후유증 같은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부분도 있다. 나름 기발한 상상이고, 치밀한 상징이긴 한데, 산만한 가운데의 기발함이다 보니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진지한 가운데의 기발함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결론적으로 내용적인 부분들은 할 얘기가 별로 없고, 프랑스 작가의 글들은 원래 다 이런가 싶은 생각이 든다. 다 그렇지는 않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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