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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64] 엄마를 부탁해: 있을 때 잘해
    행간의 접속/문학 2012. 11. 6. 00:30

     


    엄마를 부탁해

    저자
    신경숙 지음
    출판사
    창비 | 2008-11-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여자로서 엄마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우리 ...
    가격비교

    이 책 역시 베스트셀러였지만 나올 때 읽지 않고, 나중에 읽게 되었다. 도대체 무엇이 사람들을 그렇게 이끄는지 궁금했고, 그것을 조금 열기가 가라앉은 다음에 차분히 지켜보고 싶었다. 전체적으로 4개의 장과 에필로그로 되어 있는데, 내용은 간단하다. 남편과 자신의 생일을 겸해서 치르기 위해 서울의 자식집에 올라오는 길에 서울역에서 남편을 잃어버려 실종된 여인을 가족들이 찾으면서 가족들에게 그 여인은 어떤 존재였는지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특징적인 것은 각 장의 화자가 다 다르다는 것이다.

     

    제1장은 첫째 딸과 엄마의 이야기이다. 엄마에 대한 감정의 핵심은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라고 여겼다는 점이다. 그것이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느껴진다는 것. 관련 부분을 인용해 본다.

     

    너에게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다. 너의 엄마에게도 첫걸음을 뗄 때가 있었다거나 세살 때가 있었다거나 열두살 혹은 스무살이 있었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너는 처음부터 엄마를 엄마로만 여겼다.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나 인간으로. 엄마가 너의 외삼촌을 두고 오빠! 부르며 달려가는 그 순간의 엄마를 보기 전까지는. 엄마도 네가 오빠들에게 갖는 감정을 마음속에 지니고 사는 인간이란 깨달음은 곧 엄마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겠구나,로 전환되었다. 그때부터인 것 같다. 간혹 너는 실제로는 1936년에 태어났으나 호적에는 1938년으로 기록된 엄마의 유년을, 소녀시절을, 처녀시절을, 신혼이었을 때를, 너를 낳았을 때를 생각해보곤 했다.

     

    엄마를 엄마가 아닌 한 인간으로 보게 되면서 엄마는 새로운 존재가 된다. 이런 생각 나도 해본 것 같다. 엄마의 옛날 사진들을 보면서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나보다 더 어린 시절의 엄마를, 아빠를 생각하면 새삼스럽다.

     

    제2장은 큰아들과 엄마의 이야기이다. 여인이 살던 시절에 능력 있는 큰아들에 대한 엄마의 애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소설의 여인 역시 마찬가지이다. 큰 아들이 졸업증명서가 필요하니 고속버스 편에 올라오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보내면 받겠다고 연락했더니 엄마가 직접 올라왔다. 서울 지리를 하나도 모르면서 주소 하나 들고 찾아오는 용기... 그건 큰 아들의 일이기에 표현할 수 있는 사랑이었다. 큰 아들은 여기서 할 말을 잃는다.

     

    제3장은 남편과 여인의 이야기이다. 남편은 아내를 잃어버린 후에 자식들 집에 있다가 고향집에 와서 아내와의 지난날을 더듬는다. 자신이 남편으로서 여인에게 얼마나 못된 남편이었고, 여인은 얼마나 순종적이고, 희생적인 아내였는지... 지난 삶에 대한 후회를 하지만 이미 너무 늦은 일... 그에게 아내는 그냥 애들 엄마였고, 자신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는 아니였다.

     

    제3장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남편이 큰 딸에게 여인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다. 큰 딸이 자신은 나쁜 딸이었다고 자책을 하니까 아버지는 여인이 큰 딸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했는지를 얘기해준다. 그녀가 쓴 소설을 읽고 싶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읽어달라고 하거나 기사를 스크랩 하는 등.... 이 얘기를 들은 큰 딸은 통곡을 하는데.... 내 가슴도 미어지고, 속에서 울컥해서 버스 안에서 울 뻔했다.

     

    제4장은 여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하고 있다. 가족들 하나하나 회상하면서 그들에게 사랑을 담은 마지막 편지같은 것이다. 자유롭고 여유롭게 키운 둘째 딸에게, 평생 숨겨온 마음을 안고 우정과 위안을 받은 곰소의 그 남자에게, 남편에게, 고모에게, 그리고 자신의 엄마에게 인사를 나눈다. 특히 마지막 자신의 엄마에게 작별 이사를 할 때에는 엄마 품으로 팔을 안고 서툰 뜀박질로 뛰어가는 어린아이가 된다. 이 부분의 환상적인 부분이 눈물겨웠다.

     

    에필로그는 첫째 딸의 후일담이다. 로마로 가서 피에타 상을 보면서 엄마의 사랑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엄마를 찾느냐 마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 일을 통해서 엄마의 의미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읽다보면 시점이 혼동스러운 측면이 있다. 보통 1인칭과 3인칭을 사용하는데, 제1장에서는 큰 딸 '너'의 행동을 얘기한다. 제3장에서도 남편 '당신'의 행동을 얘기하고.... 읽으면서 익숙하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즉, 너라고 얘기하면서 독자들도 첫째 딸과 남편이 되어 그 얘기를 듣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또한 당사자가 독자가 되어 있으므로 자신을 객관화하는 효과도 있는 것이다.

     

    주변에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다 엄마를 새롭게 보았다고 하는데 나는 어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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