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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4] 어디서 살 것인가: 건축을 더 친근하게...
    행간의 접속/문화/예술/스포츠 2023. 4. 1. 20:58

    책이름: 어디서 살 것인가
    곁이름: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지은이: 유현준
    펴낸곳: 을유문회사
    펴낸때: 2018.05.

    유현준의 책을 읽기 전에 관련 유현준의 유튜브를 먼저 봐서 그런지 중복되는 내용들이 좀 있었다. 그래도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이 있어서 몇 가지만 옮겨본다. 

     

    학교 건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창의적이지 못한 공간에서 창의적인 아이를 기르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공간의 혁신을 주장한다. 다층 건물과 운동장이 있는 학교가 아니라 저층 건물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고, 마당과 숲이 있고, 담이 없어서 주민들과 함께 아이들을 기를 수 있는 학교를 제시한다. 건축가의 의도가 분명한 학교 건축이기는 한데 그 의도들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학교의 운영도 함께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걷고 싶은 거리에 대해서도 얘기하면서 걷는 것이 왜 중요한지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왜 걸어서 가는 것이 중요한가? '같은 5분이면 지하철로 연결되어도 되지 않는가?'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교통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경험은 연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골목길의 옆집 친구 집에 갈 때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른 층의 친구에게 갈 때의 느낌은 다르다. ..... 몇 십만 년의 경험이 유전자에 각인되어 우리는 주광성 동물이 되었다. 교통기관을 타면 답답한 실내 공간 속 기억 때문에 경험이 단절된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장소로 가고 싶어 하지 않게 되고 자신의 현재 공간 속에 갇히게 된다. 우리의 도시에는 보행자 중심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 보행자 중심의 네트워크가 완성되고 촘촘하게 분포된 매력적인 '공짜' 공간이 많아지는 것이 건축적인 해답이 될 수 있다.

     

    경험의 단절은 그 공간에 대한 접근 빈도를 낮추고 고립된 개인으로 남게 만들기 때문에 문제인 것 같다. 서로 교류할 수 없고, 공동체가 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걷고 싶은 환경이 필요한 것 같다. 

     

    건축 리모델링을 재즈에 비유해서 얘기하기도 한다.

     

    건축 리모델링은 재즈와 같다. 이름 모르는 과거의 어떤 건축가가 수십 년 전에 디자인한 건물 위에 현재의 건축가가 이어서 연주하는 것이 리모델링이다. 앞선 사람이 펼쳐 놓은 기본 멜로디가 있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음을 펼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막연히 과거의 것을 따라만 가서도 안 된다. 제약 가운데서 자신의 개성을 펼쳐야 한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을 리모델링한 건축가는 백 년 전에 지어진 기차역의 구조에 덧대어 아름다운 미술관을 건축했다. 기찻길이 다니던 곳은 조각품 전시장으로 거듭났다. 군데군데 무거운 쇠로 만들어진 철길에서 모티브를 따온 디테일들도 보인다. 이 공간을 보면 두 명의 건축가가 연주하는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재즈 음악이 들리는 듯하다.

     

    이렇게 본다면 힐튼호텔도 리모델링을 했으면 좋겠다. 힐튼호텔은 미스 반 데 로에의 제자인 김종성 건축가의 작품인데 내부의 로비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에게 많은 추억과 의미를 던져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층 부분을 남기고 상층부를 리모델링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그러면 과거의 유산과 현재의 실용성이 갖춰지지 않을까 싶다. 

     

    강남의 문제의 핵심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강남 집값이 너무 높은 것은 문제다. 그러나 비싼 집은 어느 나라에나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강남 문제의 본질은 폐쇄성이다. 강남은 많은 돈을 지불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가게들로 채워져 있다. 명품 가게들의 입면은 창문보다는 벽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재개발된 아파트 단지는 외부인이 통과하기 어렵다. 강남의 건축적 문제는 점점 더 폐쇄적으로 변해 간다는 것이다. 강남은 그곳에 살지 않는 사람도 공짜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공의 곤간을 확보해야 한다. 매해튼에 집이 없는 뉴저지 사람도 뉴욕의 공원과 거리를 값싼 핫도그를 먹으면서 즐길 수 있다. 금요일 저녁에는 현대 미술관에 무료입장도 할 수 있고, 광장의 벼룩시장은 누구나가 이용한다. 그들은 뉴욕을 자신의 도시라고 생각한다. 강남의 거리는 돈 없이도 갈 곳이 많아져야 하며, 자동차 중심 거리보다는 보행 친화적인 거리가 관통해서 옆 동네에서도 편하게 올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강남 문제의 본질은 폐쇄성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돈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 돈 있는 사람들만 모이게 되는.... 따라서 돈 없어도 이용할 수 있는 벤치나 공공 시설들이 많아져서 함께 돈이 있든 없든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꽤나 전문적인 내용들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엮어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이 사람 책이나 유튜브를 보면 정말 건축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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