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책만 보다 보니 내가 너무 편향된 독서를 하는 것 같아서 다른 분야의 책을 골라보았다. 고른 책은『청소년을 위한 서양수학사』이다. 고등학교 때 문과였지만 그래도 문과 수학은 어느 정도 했고, 나름 논리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을 즐겼던 적이 있어서 수학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것은 없었다. 오히려 수학의 여러 이론이나 공식들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수학이 우리 일상에서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 궁금했었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이 책이 친절하게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골랐다. 결론은 반반이었다. 내가 궁금한 것들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기는 했지만 친절하지는 않았다. 공식을 갖고서 막 설명하는데, 그것들을 읽으면서 바로바로 이해하는 것은 수학이 생활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았다. '청소년을 위한'이 아니라 '수학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을 위한'이 아닐까 싶다.
본문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들을 뽑아보았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달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이집트 역법을 참고하여 율리우스력을 만들었는데, 평년 365일, 4년에 1회 윤년 366일로 정했다. 그리고 홀수달은 31일, 짝수달은 30일로 하되 2월은 평년 29일, 윤년은 30일로 했다. 그리고 율리우스는 7월을 자신의 이름을 딴 July로 바꿨다. 그 후 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는 자신의 생일이 있는 8월을 자신의 이름을 딴 August로 바꿨고, 일수도 30일 아닌 31일로 바꿨다. 그러다보니 7,8,9월이 연속 31일이 되어 8월부터는 짝수달이 31일이 되었다. 왕들의 고집으로 달력이 약간은 비과학적으로 변한 것이다. 달력의 유래에 대해 알고 있으면 상식으로 좋을 것 같다.
수학의 쓰임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지금도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다 쓰나요?"라고 묻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수학은 인류 최초의 학문입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수학은 곧 철학이었습니다. 화음 이론, 원근법, 투시도, 측량, 천체 관측 등 모든 것이 수학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현대인이 추구하는 문제 가운데는 '가장 적합한 것을 구하는 것'이 많습니다. 어떤 상품을 개발할 때 최대 이윤을 남기도록 하는 것에서부터 인공위성을 설계할 때 발생하는 문제들까지 대부분 수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과거에 아무렇게나 만들어 적당히 작동하던 것들이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점점 더 효율적이고 적합한 것들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결국 수학은 우리 생활에서 안 쓰이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직접 사용하지 않아서 그렇지 어떤 한 분야를 조금 들어가서 적당한 값을 구하기 위한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수학이 사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수학에서 부호가 생겨난 것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부호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수학적 문장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4엑스제곱+3엑스=10은 "일정한 길이의 막대들이 있다. 이 막대들로 정사각형 네 개와 정삼각형 하나를 만들려고 한다. 이때 정사각형 면적들의 합과 정삼각형의 둘레 길이의 합을 10미터가 되게 하고 싶다. 막대의 길이는 얼마로 하면 될까?"라고 표현한다. 이거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수학에서 적용 문제로 나왔던 것들이다. 단순히 수식으로 나온 것들은 풀 수 있었지만 이것이 실제의 상황에 적용되어 문장으로 표현된 문제일 경우에는 풀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요새 대학입시에서 수리논술이란 것들도 결국은 부호나 수식을 문장으로 풀어서 설명하며 풀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수식과 부호의 발견이 수학을 쉽게 만든 것 같다. 그러면서 동시에 실생활과 거리를 두게 만든 것도 사실인 것 같다.
현대수학으로 들어오면 비유클리드 기하학에 대해서 설명한다. 유클리드기하학이 평면상에서의 기하학이라면 비유클리드기하학은 기하학을 입체의 공간으로 가져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비유클리드기하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리만은 공간을 유연하게 정의하였습니다. 공간은 점으로 이루어졌고 공간 자체의 성질은 점 사이의 거리로 걸정된다는 것입니다. 이 거리의 이차 도함수가 공간이 구부러진 정도를 나타내는 곡률이라 하였습니다 곡률이 상수일 때, 특히 곡률이 0이면 유클리드 공간, 1이면 타원적 비유클리드 공간, -1이면 쌍곡적 비유클리드 공간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공간이 구부러졌다고? 그 구부러진 정도를 곡률이라 하고, 공간이 구부러져 있으니 그 위에 있는 직선도 구부러져 있을 것이고, 따라서 '직선 밖의 한 점을 지나는 평행한 직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리도 받아들여진단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간을 지구의 평면이 아닌 우주의 공간으로 넓혀야 하고, 블랙홀에 대한 얘기도 나와야 한단다. 아무튼 현대수학은 상상력까지 우주적으로 가져가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처럼
오늘날 경제에서 이익을 보면 흑자, 손해를 보면 적자라고 하는데, 그 유래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고대에서 음수를 이해하고 있었던 곳은 중국뿐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원전 2~3년경의 진한 시대에 중국 수학자 유휘는 『구장산술』이라는 책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한반도로 건너와 신라의 수학 교과서로 쓰이기도 했답니다. 이 책에서는 양수와 음수 모두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양수를 나타내는 수 막대는 빨간색, 음수는 검정색으로 표시했습니다. 요즘도 사람들이 물질적으로 혹은 감정적으로 손해를 봤을 때 '적자'라고 합니다. 이것은 빨강과 검정의 뜻이 서로 바뀌어서 사용된 것이긴 하지만 음수의 개념이 만들어 낸 개념으로 동양인들의 우수한 창의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보이지 않고, 셀 수도 없고, 그래서 실제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음수'를 논리적으로 만들어내어 사용하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1의 제곱근 i의 사용은 대단을 넘어서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런 것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도 그렇고....
수학사를 읽으면서 수학에 대한 거리감을 조금이나마 좁힐 수 있었고, 새로운 세계를 만난 것 같기도 하다. 기회가 되면 조금 더 깊이 들어가고 싶다. 수학이 우리 삶 속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조금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해 줄 수 있다면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조금은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