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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14] 건축이라는 가능성: 건축은 자유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
    행간의 접속/문화/예술/스포츠 2024. 3. 14. 06:29

    책이름: 건축이라는 가능성

    지은이: 김광현

    펴낸곳: 안그라픽스

    펴낸때: 2018.03.

     

    서울대 건축학과 김광현 교수의 건축에 관한 10권의 세트 중의 1권이다. 건축의 개념부터 건축의 역할, 의미 등을 포괄적으로 다룬 책이다. 포괄적인 만큼 추상적인 얘기들도 많고, 깊이 있는 이야기들도 많지만 그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들을 뽑아보았다.

     

     

     

    라스무센이라는 건축가가 "건축가는 일종의 연극 제작자로 우리 생활을 위한 무대를 계획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는데, 인상적인 부분은 그 다음이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이 제작자의 일이 어려운 것은 이 무대에 서는 사람이 유명한 배우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는 데 있다. 건축가는 이 평범한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법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큰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평범한 사람, 보통 사람이 살아가는 생활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보통 사람은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스스로 정한다. 건축가가 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알아서 자연스럽게 살아간다. 그것을 잘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길고 느리다. 그런 것까지도 건축가는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건축은 몸으로 공간을 이용하고 체험하고, 느끼기 때문에 중요한 점이 또 있다고 말한다. 

    건축은 체험되는 것이고 경험되는 것이다. 건축은 눈으로 본다고 다 된 것이 아니라, 내 몸으로 직접 보고 만지고 다니고 소리를 듣지 않으면 안 된다. 바로 그래서 건축은 신체적이고 다른 것으로는 도저히 체험할 수 없는 깊은 감정으로 느끼며 이를 정신으로 바꾸어 해석하는 경험의 즐거움이 있다. 

     

    그냥 건축은 몸이 있고, 움직임이 있어야 온전히 그 의미를 발할 수 있다. 이게 건축의 매력인 것 같다. 

    칸트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라는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한 것처럼 지은이는 "건축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건축은 무엇을 알 수 있는가?", "건축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건축은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를 말하면서 결국에는 "건축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모아지고 이에 대한 답을 열 가지나 제시하였다.

     

    하나, 건축은 인간이 일상생활에서 거주하고 체험하는 장소이자 생활공간이다.
    둘, 건축은 일상적 도구에서 시작하는 모든 건조 환경의 문맥 안에 존재한다.
    셋, 건축은 집합을 이루며 지역의 문화를 표현하는 도시 공간을 만든다.
    넷, 건축은 개인과 사회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다섯, 건축은 물질로 구축되는 물체이며 공간이다. 
    여섯, 건축은 경제적으로 유용한 자산이다.
    일곱, 건축은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여덟, 건축은 전통적 기술과 현대의 첨단 기술에 바탕을 둔 산업의 하나다.
    아홉, 건축은 인간의 공통된 가치를 실현하는 풍토, 역사, 문화의 구현이다.
    열, 건축은 공동의 노력으로 함께 만들어지고 계승되어 미래를 만들어낸다.

     

    추상적인 것도 있고, 구체적인 것도 있는데, 건축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광범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건축의 어원과 개념에서 건축가의 역할을 얘기하는데 그 의미가 철학적이다. 건축 architecture은 고대 그리스어 '아르키텍토니케 테크네'에서 나왔다. '아르키'는 원리, 수위, 근원, 가장 중요한, 처음이라는 의미이며 '텍토니케'는 짜 맞추는 기술자를 뜻한다. '테크네'는 장인들이 도구와 물질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기술이면서 예술을 포함한다. 이를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한 부분을 인용한다.

    이들은 가구를 만들거나 배를 만드는 사람과는 전혀 달리, 사람이 살아가는 데 근본이 되는 것을 계속 물으면서 나무를 짜맞추는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집을 짓는 이들을 '아크케를 묻고 이해하여 세워 짓는 공장'이라는 뜻으로 '아르키텍톤'이라고 부르게 되었을 것이다. 건축, 곧 아르키텍토니케 테크네는 '아르케를 아는 공장의 기술'이라는 듯이다. 그러므로 '원리와 근원 그리고 시작인 아르케를 알고 이를 기술로 바꾸는 자'이다.

     

    건축가는 근원, 원리를 묻고 이해하고 건물을 짓는 자라는 의미가 심오하다. 단순히 집 짓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건축이 하는 일 10가지와 건축가의 역할을 고려하여 건축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건축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바라는 바와 살면서 얻는 경험, 원망과 욕망이라는 사회적인 힘을 다양한 기술로 집적하여 중력 등 자연의 힘과 물질로 결합한 것이다.

     

    그냥 보면 맞는 말이라고 생각되는 정도이지만 한 마디, 한 마디 뜯어보면 참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사람들이 왜 집을 짓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자연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틀린 얘기는 아니고, 여러 이유 중의 하나일 뿐이지 중요한 이유는 아니란다. 그럼 뭐가 중요한 이유일까? 지은이는 프랑스의 인류학자 앙드레 르루아구랑의 말을 인용하면서 설명한다. 길지만 나도 인용해 본다.

    그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감싸는 알 수 없는 세계, 아주 먼 옛날 사람들에게 불가사의함에 가득 차 있는 세계, 우주와 자기를 관계 짓기 위해서 건축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참으로 사람이 집을 짓는 이유를 가장 명확하게 말했다. 이어서 그는 사람이 말을 함과 동시에 건축을 만들었다고 한다. 건축은 언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건축은 말과 함께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기 위한 도구다.
    건축은 어딘가 숨기 위해 격리되거나 자기 만족적인 가공품이 아니다. 건축은 우리의 관심과 실존적 경험을 보다 넓은 지평으로 향하도록 이끈다. 그래서 건축은 본질적으로 자연을 인간이 만든 영역으로 확장하면서 세계를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한 지평과 지각의 근거를 마련해준다. 건축은 실존적 경험, 곧 세계 안에서 자기가 존재한다는 감각을 강화해준다.
    <중략>
    건축한다는 것의 본질은 집은 짓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 세계는 시간에 따라 변하고 자라나는 세계다. 따라서 건축을 한다는 것은 시간에 따라 변하고 자라나는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먼저 건축은 한 해의 순환, 즉 태양이 지나가는 길과 낮의 흐름을 구체화하여 지각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시간 속에서 건축은 일상적 생활환경과 사회제도에 개념적이며 물질적인 구조를 부여한다. 건축을 한다는 것은 구상하고 스케치하고 도면을 그리고 시공 현장에 나가는 것이 다가 아니다. 시간에 따라 자라나는 자유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럴 수가...... 건축은 단순히 몸을 피할 수 있는 건물을 짓는 것이라는 생각을 완전히 넘어서는 새로운 생각이다. 자연을 끌어들여와서 자신의 존재를 감각하는, 자유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이라니.... 건축이 위대하고, 건축에 대한 이러한 생각도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의미있는 부분을 내가 잘 찾은 것도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도 있다. 특히 제목에 있는 '가능성'이라는 말도 많이 나왔고, 그렇게 어려운 말은 아니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 말이 포괄하는 의미들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아서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의 생각은 1권을 시작으로 다른 시리즈도 읽어볼까 생각했으나 지금은 아니고 좀 나중에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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