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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32] 지구에서 한아뿐: 전우주의 범위에서 사랑을 한다면
    행간의 접속/문학 2023. 7. 22. 01:38

    「책이름: 지구에서 한아뿐

    지은이: 정세랑

    펴낸곳: 난다

    펴낸때: 2019.07.

     

    정세랑의 장편소설이다. 우주로 간 남자, 그 남자를 대신한 이상적인 외계인, 외계인과의 행복한 시간, 다시 돌아온 남자, 그리고 외계인과의 짧은 이별, 남자의 죽음. 그리고 영원한 만남이 줄거리이다.

     

    남자가 우주로 갔다는 사실과 그 남자와의 거래로 그 남자의 모든 정보를 챙겨서 그 남자의 모습으로 지구에 왔다는 외계인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약간의 혼란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뭐지? 이 외계인을 받아들여야 하나? 내쳐야 하나? 주인공 한아처럼 우리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한아는 독자보다도 더 빨리 받아들인다. 그 외계인이 너무 이상적이라서.....  나무랄데가 없어서.... 

     

    상상력이 참 기발하다. 외계인이 지구에 오게 된 계기가 결국 사랑이라는 거잖아. 외계인은 전 우주의 모든 존재, 모든 상태를 관찰할 수 있는 망원경을 몸에 지니고 있다. 그래서 우주의 모든 존재를, 지구의 모든 존재를 관찰하다가 한아를 발견하고 그녀를 관찰하면서 이 여자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엄청난 빚을 지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찾아왔고, 최선을 다해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목이 '지구에서 한아뿐'인데 그게 아니라 '우주에서 하나뿐'인 존재를 찾아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온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진짜 우주적으로 지고지순하다.

     

    외계인과의 행복한 시간 이후가 너무 평탄하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빚을 진 외계인이 지구에 와있는 다른 외계인의 소식을 전해주거나 연결해주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빚을 갚는다거나 우주나 해저의 어떤 사업들을 하면서 돈을 벌어서 빚을 갚는다거나 하는 우주적인 사업을 일상적으로 하는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진다. 그런데 계속 이렇게 평탄하게만 진행되다가 마무리는 어떻게 할지 궁금했는데 마무리는 충격이었다.

     

    우주로 갔던 그 남자가 돌아온 것이다. 지구인 중에서 가장 먼 우주까지 갔던 남자는 자신의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한 후에 이제 더이상 할 것이 없었는지, 다시 한아를 찾아 지구로 돌아왔다. 우주 끝까지 갔다 왔더니 자신에게는 오직 한아뿐이 없었다는 의미인지..... 아무튼 주인공 한아는 이 남자든 저 외계인이든 전 우주에서 하나뿐인 존재로 여겨지는 것 같다. 사랑하는 데 있어서 그 사랑의 대상을 이렇게 거대한 범위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이야기를 본 적이 없다. 다른 소설들에서도 사랑을 얘기할 때, '지구에서 널 가장 사랑해. 우주에서 널 가장 사랑해.'라는 말로 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소설 속에서라도) 실제로 인물들이 여기 외계인처럼 우주를 다 관찰하거나 남자처럼 우주 끝까지 다녀온 후에 '너 하나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아무튼 돌아온 그 남자는 병이 들고 한아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그리고 그동안 외계인은 둘을 피해 다른 곳에 가있다가 돌아와서 다시 행복하게 지내다가 마지막 한아의 수명이 다하는 순간에 영원한 동행을 한다. 또 엄청난 우주적 빚을 지고.....

     

    친환경적인 에피소드, 대안적인 삶에 대한 에피소드들도 언급하고 있다. 저탄소 인간, 스몰웨딩, 의류 리사이클링하는 작업, 비건 생활, 청소년을 위한 쉼터와 공동체 등 작가의 가치관이 잘 드러나있다.

     

    우주로 간 아티스트 아폴로는 김창규의 소설 「유랑악단」과 유사한 에피소드다. 거기서도 지구의 아티스트가 외계인과 함께 우주를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하면서 우주적인 명성을 쌓는 이야기가 있다는 점이 비슷하다. 다만 거기서는 그 외계인들은 지구를 침략하면서 지구의 아티스트를 데려가는 점이 좀 다르다.

     

    내가 사랑하는 존재가 바뀌는 매우 심각한 이야기를 역시 무겁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보여주는 것이 정세랑답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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