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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39] 공간이 만든 공간: 건축부터 문명을 너머 미래를 얘기하다
    행간의 접속/문화/예술/스포츠 2022. 12. 22. 23:24

    책이름: 공간이 만든 공간
    곁이름: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먄들어지는가
    지은이: 유현준
    펴낸곳: 을유문화사
    펴낸때: 2020.04.

    건축가 유현준이 건축에 있어서의 공간에 대해서 얘기를 하지만 사실은 인간과 문명에 대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기후와 환경에 따라 생존방식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건축이 달라지고, 문명과 생각이 달라지는 모습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들을 뽑아 보았다.

     

    먼저 건축이 어떻게 소통의 메시지가 되는지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건축은 어떻게 시간을 뛰어넘어, 시대가 다른 사람 간에도 소통이 가능하도록 해 주는 걸까? 건축 공간이 시간과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소통의 매개체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회화나 음악과는 다르게 건축만이 가지고 있는 소통의 도구는 비어있는 공간인 보이드Void 공간이다. 건축물 덩어리에서 전달되는 상징성은 조각에도 있다. 고딕 성당 내부에 줄지어 있는 기둥 옆을 걷다 보면 리듬감이 느껴지고 창문을 보면 비례의 조화도 느껴진다. 이런 리듬감과 하모니는 건축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나타나는 특징이다. 하지만 빈 공간이 주는 시각적 3차원 정보는 다른 어느 예술이나 문하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같이 건축물의 빈 공간은 건축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의사 전달 수단이요, 특징이다. 그래서 이같은 빈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했느냐가 문화적 성격의 특징을 규정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건축만이 가진 소통의 메시지는 빈 공간이라는 말이 심오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동양과 서양의 건축을 비교하는데 동양은 관계를 중시한다는 얘기를 한다. 동양은 비가 많이 내리는 기후라서 벼 농사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혼자서는 안 되고 함께 해야 하므로 관계를 중시하고, 이러한 문화적 전통이 건축에도 들어있어서 건축물이 주변의 자연 환경과 맺는 관계를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이면서 밖이 되는 정자와 같은 모호한 공간이 발달하고, 안에서 밖을 볼 때, 보이는 풍경도 중요하다. 그래서 처마의 단청의 자줏빛과 녹색은 안에서 밖을 볼 때 주변의 나무와 잎새들과 어울려 건축물과 자연의 구분이 되지 않고 하나가 되는 풍경을 보여준다. 

     

    여러 건축가들의 작품에 대한 소개도 하는데 그 중 안도 다다오의 얘기도 있다. 그의 작품 '물의 교회'는 진입로를 길게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시간을 더 걸리게 하여 같은 공간이라도 더 넓게 인식하게 하기 위한 것인데,  일본은 땅이 좁아서 공간을 넓게 인식하고 싶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주변 분야들과의 영향 관계도 얘기하는데 컴퓨터의 영향으로 건축과 패션이 닮아가는 경향을 얘기한다. 컴퓨터 이전에는 패션은 섬유, 건축은 돌과 흙 등이 원재료이기 때문에 서로 공통적인 부분이 별로 없었지만 이제는 컴퓨터의 같은 소프트웨어로 디자인을 하면서 비슷한 곡률, 비슷한 질감 등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동일한 소프트웨어를 쓰면 사용하는 명령어가 똑같다. 그렇게 되면 비슷한 형태의 결과물이 나온다. 곡면을 만드는 방식도 소프트웨어에 따라 다른데, 같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비슷한 모양의 곡면이 만들어진다. 그런 이유에서 반지와 건축물의 모양이 비슷해지고 있다. 문화인류학적으로 한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권은 서로 비슷한 생각과 공감대를 공유하게 되는데, 이와 유사하게 같은 컴퓨터 언어, 즉 같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디자이너들의 생각과 결과물들은 서로 비슷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문화인류학적으로까지 언급할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웠고, 건축과 패션의 접점이 이런 부분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새로웠다.

     

    컴퓨터를 얘기하면서 미래의 건축가가 작업하는 것을 얘기한다. 지금은 건축 설계를 하다가 다시 돌아가서 문을 동쪽으로 옮기겠다고 생각을 바꾸면 문을 남쪽으로 만들어놓고 고려한 모든 작업들을 뒤집어 엎어야 하는데, 미래에는 건축가의 생각이 움직이는 원리와 과정을 AI가 학습을 해서 뒤집지 않고도 다른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인간과 컴퓨터가 협업을 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 그렇다면 건축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이런 원리가 가능할 것 같은데.....

     

    마지막에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야기한다. 지금 세대는 인공지능이 없던 시대를 경험했지만 앞으로의 세대는 인공지능이 있는 시대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길 것이라고 말한다. 부모의 사투리를 아이가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처럼 인공지능과의 소통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 시대가 되면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가상공간과 기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가상공간과 실제 공간 사이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인간의 몸과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도시 공간 사이의 경계도 모호해질 것이다. 다가올 시대에는 디지털 시계와 아날로 인간의 융합이 있는 곳에 새로운 생각이 탄생할 것이다. 하지만 역사를 통해서 배웠듯 기술에만 의존하면 다양성이 사라진다. 우리는 이를 경계해야 한다. 디지털과의 융합은 이루어야겠지만 동시에 아날로그적 인간성을 포함시켜야 한다. 실패한다면 우리는 기계적 획일성에 매몰될 것이다.

     

    읽으면서 건축에 대한 이야기만 할 줄 알았는데, 건축으로 시작해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생각을 넓힐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면서 쉽고, 재미있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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