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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26] 끝까지 이럴래?: 개성이 강하다
    행간의 접속/문학 2020. 12. 28. 21:57

    책이름: 끝까지 이럴래?

    곁이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작품집

    지은이: 김연, 한창훈, 김곰치, 박정애, 심윤경, 박민규, 권리, 조두진, 조영아, 서진, 윤고은, 주원규, 최진영

    펴낸곳: 한겨레출판

    펴낸때: 2011.10.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을 모은 작품집이다. 한겨레문학상은 장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수상작을 모은 것이 아니라 수상 작가의 다른 단편들을 모은 작품들이다. 한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들을 찾아 읽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한번씩은 그래도 읽어본 작가들이 있었던 것 같다. 읽으면서 인상적인 작품들을 뽑아보았다.

     

    심윤경의 「가을볕」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딸을 중심으로 딸의 시점, 아버지의 시점, 아들의 시점, 어머니의 시점에서 그린 소설이다. 딸과 아버지는 히키코모리 같은 동생(아들)이 내키지 않지만,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애정으로 안타까움이 있다. 아들은 자신의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에 속상함 있다. 가족으로 서로에 대해 마음을 쓰면서도 조금씩 상처를 주고 받는 모습들이 잘 드러나있다.

     

    박민규의 「끝까지 이럴래」는 미래의 어느날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여 지구가 멸망하기 하루 전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 세상의 마지막 날 희망이 없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까? 사람들은 폭동을 일으키고, 공권력은 무너지고, 인간애와 공동체 의식은 없어진 사회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층간 소음으로 서로에게 협조와 양해를 구하는 교양있는, 성숙한 주인공들이 보여진다. 그러나 협조와 양해를 구하는 교양 속에는 반전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 거짓이었던 것이다. 윗집에서는 소음을 내고, 아랫집에서도 미식축구 공을 천장에 맞혀 소음을 내면서 서로를 증오한다. 정말 지구 마지막 날까지, 끝까지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간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제목이 내용의 반을 차지하는 작품이다.

     

    서진의 「홈, 플러스」는 사람을 찾아주는 뱀파이어의 이야기이다. 의뢰자의 피를 마시면 의뢰자가 찾고자 하는 의지와 욕망이 전달되어 그 사람을 찾는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자신의 아버지의 피를 마시면서 아버지의 피는 특A급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아버지의 사랑을 느낀다고 볼 수 있는데, 아버지의 사랑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발상이 아주 기발하고, 내용도 흥미로웠다.

     

    윤고은의 「1/4」은 빚과 가정불화로 뿔뿔이 흩어진 가족의 이야기이다. 빚을 청산하면서 거리로 나앉게 되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혼을 하고, 아버지는 의정부 고모댁에 짐을 놓고, 파란 트럭을 몰고 다니면서 여러 장사를 전전하고, 어머니는 안산의 식당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일을 하고, 언니는 회사 앞에서 친구와 자취를 하는데, 그 친구가 남자이고, 나는 학교 앞 원룸에서 지내게 된다. 간간히 서로의 소식을 이래저래 듣던 중 언니가 동거하던 남자와 결혼을 하려고 하는데, 정상적인 가족처럼 보이고 싶다고 해서 딱 하루 파티룸을 빌려 정상적인 가정처럼 연기하며 넘어간다. 뿔뿔이 흩어져서 가족이 아닌 것처럼 여겨질만도 한데, 또 그렇게 모여서 어색하지 않게 정상적인 가족처럼 모두 노력하는 모습에서 가족으로서의 애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자신들은 4등분된 케이크와 같다고 하면서 끝난다.

    우리 가족은 네 등분되었다. 처음에 그건 그냥 케이크 자르기 같은 거였다. 둥근 케이크를 네 개의 숟가락이 두서없이 퍼먹든, 칼로 네 등분을 해서 한 조각씩 나눠 먹든, 케이크 맛은 달라지지 않는다. 단지 다시 합쳐질 수 없을 뿐이다.

    이 가족의 상황이 딱 적절하게 표현된 비유이다. 합쳐지지 않았을 뿐, 달라진 것은 없다.

     

    그밖에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도 있는데, 나의 취향에는 맞지 않았다. 박민규의 작품은 그래도 많이 봤고, 이 중 심윤경과 윤고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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