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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3] 아버지의 깃발: 영웅은 없다
    느낌의 복원/영화 2007. 2. 17. 17:34
    아버지의 깃발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2006 / 미국)
    출연 라이언 필립, 애덤 비치, 제시 브래드포드, 제이미 벨
    상세보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아버지의 깃발』을 봤다. 제2차 세계대전의 태평양 전쟁 중 일본의 섬인 이오지마섬을 탈환하기 위한 미 해병대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이오지마섬에 성조기를 꽂은 해병대원들이 전 군과 전 국민의 희망이 되고,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진실은 그들이 영웅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는 그 군인의 아들이 아버지의 이야기를 당시의 생존자들과 관련자들로부터 듣고 풀어놓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현재와 과거가 교차 편집되어 집중력 있게 봐야지 혼란스럽지 않다. 처음에는 누가 누구인지 잘 구별이 되지 않아서 감 잡기가 쉽지 않았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감 잡힌다.

    영웅이 아닌 사람들을 거짓으로 영웅으로 만들고, 그들에게 영웅 행세를 하라고 하니 그들은 정말 힘들어한다. 그들은 사람들의 환대를 받으면서도 항상 불안해 했을 것이다. 진실이 밝혀지는 그 때에 그들은 영웅에서 보통 사람도 아닌 파렴치한이 될테니.... 세상의 관심을 받는 것이 적성에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세상의 관심은 독일 뿐이다. 영화에서 진실이 밝혀지는 장면은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그랬다면 너무 잔인했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은 병사들의 가장 행복했던 한 때, 전쟁의 한가운데에서도 잠시나마 갖는 해수욕 장면을 그린다. 이전의 장면들과 너무 다른 밝은분위기이기에 더 밝고, 따뜻하게 여겨진다. 전쟁 속에서 병사들은 영웅이 되기보다는 행복하고 싶은 인간이기 되기를 바라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 같다. 영화의 마지막 내레이션에서 영웅은 없고, 세상의 필요로 영웅은 만들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너무 직접적으로 주제를 드러내는 것 같아 아쉽긴 했지만 거부감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영화 중간에 전투 장면에서 우리의 주인공들은 총알에 맞아도 죽지 않고, 적들은 모두 죽어서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서 어서 끝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나를 봤을 때, 미국 중심의 영웅주의에 나도 물들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터에는 영웅은 없고, 비참함과 야만만이 존재하는데 말이다.

    이 영화가 분위기가 있었던 것 중의 하나는 전체적으로 화면을감싸는 회색톤의 색감이었다. 미군의 군복과 화산섬의 회색흙들과 바위들이 조화가 되어 우울하면서도 차가운 느낌으로 전쟁의 비참함을 드러내고 있다. 파란 하늘, 원색의 발랄함은 별로 없다. 미국 본토로 돌아와서 접하는 화려한 원색은 발랄함이 아니라 천박함을 나타낸다. 백보컬의 붉은 입술과 의상, 연회의 화려함들은 전쟁의 진실을 접하지 않고, 왜곡하려는 모습을 나타나는 것이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사진들은 영화를 위해 연출된 사진이 아닌 실제 이오지마섬 전투의 상황들을 찍은 사진인 것 같았다. 영화의 주인공들의 사진이 배우들이 아닌 실제 인물들이 나오는데, 실제에 근거했다는 것이 더 감동을 주었다. 그 외에도 영화 장면에도 나왔던 사진이 나오기도 하고, 현재의 이오지마 섬의 풍경도 나온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제작하고, 이 중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을 맡았는데, 사실은 이 영화의 판권을 스티븐 스필버그가 먼저 구입하여 영화화 하려고 할 때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자기도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자, 감독을 이스트우드에게 맡겼다는 뒷 얘기가 들린다. 만약 감독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아니라 스티븐 스필버그가 했다면 영웅은 없다고 외치는 또다른 영웅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그랬으면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연작으로 여겨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지 않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을 맡은 것이 영화를 객관적이고, 깔끔하게 만들 수 있게 한 것 같다. 이 영화의 반대편에 있는 연작인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도 빨리 개봉되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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