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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3] 타워: 멀지만 웬지 가까운행간의 접속/문학 2020. 8. 28. 16:04
책이름: 타워
지은이: 배명훈
펴낸곳: 문학과지성사
펴낸때: 2020.02배명훈의 SF 연작소설집이다.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를 먼저 접한 후에 이 작품의 전체는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SF 소설이라고 하면 뭔가 아주 먼 느낌이 드는데, 이 작품은 먼 이야기라고 느껴지면서도 문득문득 가깝다고도 느껴지는 매력이 있다. 가깝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바로 핍진성이 아닐까 싶다.
기본적인 배경은 인구 50여만 명이 거주하는 빈스토크라는 초고층 빌딩이 주권을 가진 하나의 국가로서 주변의 다른 나라들과 국경을 맞대고 존재한다는 것이다. 빌딩이기 때문에 교통은 엘레베이터다. 엘레베이터가 마치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노선을 갖고 운행이 되고, 엘레베이터 터미널이 있어서 높은 층으로도 환승하면서 갈 수도 있다. 수평으로도 이동 장치는 있을 것 같은데, 소설에서는 그렇게 자세히 나와있지는 않다.
인상적인 작품은 역시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이다. 사랑보다 일을 선택한 은수와 그래도 은수를 만나기 위해 해군 조종사 용병으로 재입대한 민소의 이야기이다. 민소는 비행 중 격추되었지만 은수와 병수의 무모한 도전과 깨어있는 시민들의 도움으로 구출된다는 이야기이다. 사랑과 인간애가 느껴지지 않는 빈스토크에서 따스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서술 방식에서 특징적인 작품은 「광장의 아미타불」이다. 아미타브라는 시위진압용 코끼리를 담당하는 철없는 형부와 자신의 언니가 형부하고 관계가 좋지 않아서 대신 연락하는 처제가 서로 편지로 이야기를 나누는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아미타브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의 서술이 아미타브를 훨씬 입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부록이 4편 있는데, 본편에서 잠깐 언급한 부분들을 실제로 구현한 작품들이다. 「자연예찬」에서 작가 K가 등장해서 작품 활동을 하는데, 그의 작품 일부를 부록으로 실었고, 「엘리베이터 기동 연습」에서도 논문이 등장하는데, 그 논문의 일부를 실었으며, 「동원 박사 세 사람-개를 포함한 경우」와 몇 작품에서 개 배우 P가 등장하는데, 그 개의 인터뷰도 있다. 마지막으로 작품 전체에서 사용하는 용어에 대한 개념을 설명한 사전도 실어서 작품에 대해서 더 위트 있게 느끼게 한다.
기발함과 그 기발함들을 연결하는 현실성이 재미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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