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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8] 맛집 폭격: 미래 상황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찜찜
    행간의 접속/문학 2020. 7. 10. 11:13

    책이름: 맛집 폭격

    지은이: 배명훈

    펴낸곳: 북하우스

    펴낸때: 2014.12

     

    1. 미래의 전쟁

     

      미래의 어느 때에 가상의 적국과 미사일 전쟁을 벌이기 직전의 긴박한 상황을 약간 황당무계하게 그리고 있는 SF 소설이다.

      주인공 민소는 에스컬레이션위원회의 상임 직원이다. 에스컬레이션위원회는 적국과 미사일 공격을 서로 하고 있는 상황을 분석하여 보고하는 기관인데, 위원회는 대부분 파견직원이라서 그들의 원소속 기관의 이익과 관점에 따라 정보를 취합하고 정리하기 때문에 상임 직원인 민소는 이를 최대한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임무를 수행한다. 그리고 이 임무를 보조하기 위해서 윤희나가 투입되는데 그녀는 고위직의 딸로서 인턴처럼 들어왔다가 단숨에 팀장이 된다. 그렇지만 민소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일을 진행한다.

      이 부분에서 의아스러운 것은 적국과 미사일을 서로 폭격하는 상황인데, 이게 아직 본격적인 확전이 아니라는 것과 미사일이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 일상이 유지된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실제로 미사일 공격으로 죽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국민과 국가의 안전이 위태로운 상황인데, 서로 공격한 만큼만 똑같이 해주겠다는 생각으로 자를 대고 있는 모습이 이상했다. 미래는 원래 그런 것인가? 아니면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그것이 너무 만연해서 그 위험성이 나에게만 떨어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극도의 이기적인 모습을 풍자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2. 사라지는 맛집

     

      하루에도 미사일이 수 십 개씩 떨어지는 가운데 민소는 자신이 데이트하면서 가봤던 맛집들이 하나둘씩 폭격으로 없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전 애인인 민아리의 개입을 의심한다. 민아리는 무기와 관련된 다국적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다 비행기 사고로 실종되었는데, 죽은 것으로 처리되었다. 그러나 자신과 연관된 장소들이 쪽집개로 정밀하게 집어내듯이 폭격되는 것을 보고 민아리가 사실은 죽지 않았으면 이 폭격과 관련되었다고 확신한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소설이 시작되는데, 민아리는 왜 이런 폭격을 하는 것인가이다. 전 애인에 대한 복수 때문에? 추억을 없애려고? 자신이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알리려고? 민소는 민아리가 살아있음을 자신에게 알리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그 다음은? 알린 다음에는 뭐하려고? 다시 만나자고? 잊지 말아달라고? 거기에 대한 것은 분명히 나타나 있지는 않다. 

      그래도 한 가지 민아리가 이 폭격에 개입되었어도 민소가 폭격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알고서 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장면에서 민아리가 생존해 있으며 여전히 마음이 있을 수도 있음을 살짝 암시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재미있는 것은 맛집 요리에 대한 묘사와 감상이 뜬금없이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미사일이 오고 가고 전쟁이 벌어지기 일보직전의 긴박한 상황에서 그 회오리의 한가운데에 있는 인물이 맛집에 대한 묘사를 할 때에는 세상 평화로운 말투와 감정으로 마치 내 눈 앞에 요리가 있는 것 같이 얘기하는 것이 뜬금없다 못해 뜨악하다.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를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미장센은 서로를 더 도드라지게 보이는 것 같다.

     

    3. 전쟁의 개시와 소설의 끝

     

      무자비한 미사일 폭격으로 에스컬레이션위원회의 보고로 전쟁은 시작되고 민소와 희나는 벙커 생활을 하고 소설은 끝난다. 뭔가 다 얘기하지 못한 것이 있는 것 같은데 끝낸 것 같은 찜찜함이 있고, 이렇게 흘러가는 것인 맞는지 하는 의구심도 있다. 민소와 윤희나의 러브라인도 너무 희미하고.... 미래 상황에 대한 묘사들이 있는데, 이것들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정보들이 부족하고.... 여러 가지로 찜찜하다.

      SF 소설은 현재와의 차이를 보여주면서 현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주는 재미를 추구하는데 그 가운데에서 미래에 대한 정보를 현재와 치밀하고 연관성 있게 보여주면 더 재미가 있을텐데 그런 부분이 드러나는 듯 하면서 감춰지다 보니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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