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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11] 옥상에서 만나요: 여성 화자의 모습들
    행간의 접속/문학 2019. 7. 25. 13:50

    책이름: 옥상에서 만나요

    지은이: 정세랑

    펴낸곳: 창비

    펴낸때: 2018.11

     

    정세랑의 단편 소설집이다. 이전에 읽었던 『피프티 피플』이 재미있어서 작가의 다른 작품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인상적인 작품이 몇 가지가 있는데, 「웨딩드레스 44」를 먼저 꼽을 수 있다. 이 작품은 웨딩드레스를 맞추는 44명의 신부들의 삶의 한 장면을 아주 짧게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한 신부당 분량이 3~4줄인 경우도 있고, 한 쪽을 넘는 경우도 있다. 이야기라기보다는 삶이 응축된 한 단면을 보여줌으로써 여성들의 삶과 생각, 그리고 그 여성들을 둘러싼 사회를 드러내고 있다. 주로 결혼을 통해서 꼬이게 되는 가부장적인 모순 같은 것들이 많이 드러난다. 『피프티 피플』과 형태 면에서 가장 유사한데, 각 인물들 간의 연결성은 없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표제작은 「옥상에서 만나요」는 힘들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남자를 열망하는 주인공이 마성의 비법책을 손에 넣고 남자를 얻게 되는데, 그 남자가 다른 사람들의 절망을 먹고 사는 괴물이라는 얘기이다. 일종의 환타지인데, 읽으면서 이런 스타일의 비현실성은 박민규의 『카스테라』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일하게 남성 화자가 등장하는 「해피 쿠키 이어」는 중동 출신의 수련의가 바라 본 우리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중동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 재미있는 상황들을 만들고, 사고로 그의 귀가 잘려나갔는데 그 자리에서 쿠키가 자란다는 비현실성도 유쾌했다. 무엇보다 대우받지 못하는 한국 여성에 대한 자상함을 보여줌으로써 이상적인 남성이 가장 가부장적인 지역 출신의 남자라는 아이러니도 보여준다. 

     

    「이혼세일」은 이혼을 결심한 주인공이 친구들 5명에게 자신의 물건을 팔아넘김으로써 결혼 생활을 청산하는 이벤트를 벌이는 이야기이다. 그녀의 친구들도 응원하는 의미에서 그의 물건을 인수한다. 그럼 그녀는 어떻게 살아가나? 캐러반을 구해서 그것을 끌고 다닐 것이라고 한다. 이유를 묻는 친구들에게 결혼은 결국 부동산과 얽혀서 연결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다고 말한다. 그래서 동산만 갖고 살고 싶다고..... 이 발상 핵심을 찌르면서 신선했다. 이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5명의 친구들이 하나씩 하나씩 등장하는데, 주인공과 그 친구들과의 관계와 심리,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까지 세밀하게 그려내어 읽는 재미가 있었다.

     

    「아미와 모래」는 적게 먹는 소식국과 많이 먹는 대식국 간에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전쟁이 벌어졌을 때, 이 두 나라를 모두 경험해본 소식국의 아미와 대식국의 모래가 슬기롭게 중재하여, 아니 어쩌면 상식적으로 중재하여 평화를 다시 찾는다는 이야기이다. 우리의 현실을 풍자적으로 그린 우화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체적으로 여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깔면서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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